영화 '하트 오브 더 씨' 감상문

by 사각사각

사실 이 영화는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그다지 끌리지가 않았으나 무료한 주말 저녁 시간을 때우는 기분으로 보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타이타닉' 이후로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음산하고 지저분하여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와 고래는 매우 멋지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작은 1800년대 후반의 항구 느낌도 물씬 나고 머나먼 바다로 고래잡이를 떠나는 배안의 역동적인 모습이 잘 그려져서 꽤 흥미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고래에서 나오는 기름으로만 전등을 켤 수 있었고 아직 땅속에서 석유를 발견하지 못한 시기라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듣고 믿지 못하는 듯 놀라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풋~


그러나 주인공을 비롯한 선원들은 매우 자신감에 차서 항해를 나섰지만 그들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고래 사냥을 하지 못하고 흰고래의 반격으로 남태평양 파다에 표류하게 된다. 바다에 무자비하게 내쳐져서 90여일간을 물도 식량도 없는 상태에서 한낮의 직사광선에 노출되며 생과 사를 넘나들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재난 영화의 분위기이고 바다에서 파도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 작살 하나로 고래 잡이를 하는 장면은 정말 숨죽이고 볼만큼 재미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의 특성상 바다라는 공간이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 되면 바다 이외의 다른 이야기를 끌어낼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두시간동안 망망대해 바다에서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사실 지루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마션'을 볼 때 처럼 제발 누군가 빨리 이들을 구조하여 영화가 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폐쇄된 공간을 싫어하여 '큐브'나 '메이즈 러너' 이런 한정되고 답답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션'도 마치 화성이라는 공간에 갇혀있는 기분이 들어서 상당히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 데 이 영화는 바다가 마치 감옥같은 공간이 된다. 아무리 드넓은 망망대해라지만 벗어나고 싶은 데 그럴 수 없다면 갑자기 두세평 남짓의 폐쇄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네이버의 영화평을 읽어보았는 데 꽤 긍정적인 반응들이다. 아주 형편없다는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다고 평하고 싶고 두시간 동안 음침한 바다와 성난 고래를 실컨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남편이 영화가 끝나고 한마디 농담처럼 하는 말 "흰 고래 뒤끝있네." 사실 고래도 인간들에게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난파되어 파다를 떠도는 선원들을 따라다니며 끝까지 이들을 괴롭힌다. 물론 흰고래의 편에서 보면 인간이야말로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악한 존재로 여겨지겠지만.


이러하니 어떤 존재는 나와 그 사이에 얽혀진 관계에 따라 때로는 선이 될수도 반대로 악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거나 모호해지는 상황이 생겨날 때도 있다. 나와는 악연에 있는 사람이라도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소설 '모비딕'의 내용도 궁금하여 줄거리를 찾아보았는 데 영화의 줄거리와는 상당히 다른 결말이다. 오히려 소설 쪽이 좀 더 극적이고 클라이막스가 제대로 살아있는 것 같다. 선과 악의 대립구도도 확실하게 살아있는 것 같고. 그러나 대학 때 졸업 논문으로 '노인과 바다'에 대해서 쓰면서 느꼈던 처절한 인생무상과 암담한 느낌과 비슷할 것 같아서 다시 찾아서 읽어보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욕심이 지나치면 엄청난 화를 부른다.'가 아닐까? 그리고 자연 생물을 인간의 욕심으로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그들이 이후에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선원들이 수 개월동인 바다를 떠돌며 극적으로 살아나는 장면을 보면 "저들도 살았는 데 나도 살아야겠다." 라는 한 줄 감상평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네이버에서 이 감상평을 보고 너무 비장하여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으며 이런 새로운 의지를 얻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면 한편의 영화에서 매우 소중한 결론을 얻어낸 것임에 틀림없다.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 남아야만 하는 것이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본능이 아닐까? 삶이라는 한없이 달콤하고도 동시에 잔인할만큼 가혹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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