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줘."라고 자다가도 소리치는 남편을 며칠간은 잠재울 요리
한가지 요리로 뚝딱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하고 싶을 때 문득 떠오르는 요리는 카레이다. 날마다 세끼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걱정을 해야 하는 겨울방학...카레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반찬 걱정이 사라지며 빙그레 웃음이 난다. 카레를 꽤 거대한 솥으로 가득 끓여놓으면 매일 하루 한끼는 미리 보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방학을 해서 아쉬운 점은 점심 식사 한끼 마저도 챙겨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이면 꼬박꼬박 급식을 먹으러 식당에 가고 식당에는 항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점심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는 데.. 날마다 투덜투덜하며 맛이 있네 없네 하면서 신랄하게 급식을 품평하던 시간이 반성이 된다. 물론 개학하면 또 종알종알 오늘 급식의 좋은점과 안좋은점을 꼼꼼히 논하겠지만. 꼼짝없이 하루 세끼를 먹기 위해 내 몸을 움직여야 하는 팍팍한 현실이라니.. 나는 아마도 평생 집밖에 나가서 일해야 하는 소와 같은 팔자를 타고 난 것 같다. 집에서 얌전히 전업주부로 살면서 날마다 식사 준비 및 설겆이를 하는 것이 영 체질에 맞지 않고 이러한 반복적이고 무미건조한 시간이 계속되면 살짝 우울해지려고 한다.
카레가 떠오르자마자 수퍼에 들러 거침없이 카레의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레란 음식은 참으로 쉬운 요리 중에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점은 재료를 상상하는 대로 마음껏 골라넣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요리를 할 때도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고 냉장고에 보관된 눈에 띄는 재료를 일단 한번 넣어보는 편이다. 성격대로 요리 또한 자유분방하게 하는 것이다.
카레에 넣을 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등 원하는 대로 골라 넣으면 된다.
함께 넣는 야채도 물론 감자나 당근 등 단단한 재료가 주로 추천되지만 냉장고에 남아있는 언제 쓸지 알 수가 없는 다른 야채를 넣어도 사실 무관하다.
카레에 들어있는 강황이라는 독특한 향신료에 섞이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도 함께 어우러지며 어느 재료도 딱히 도드라지는 맛을 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보라색 가지도 넣고 푸르른 섬초도 넣어보았다.
섬초는 이름도 예쁘고 제멋대로 사방팔방 뻗어서 자란 모습을 보면 왠지 나도 함께 힘이 불끈 날 것 같다. 봄에 지천으로 피는 민들레처럼 추운 날씨여서인지 바닥에 납작 엎드려져 자라나지만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어느 외딴 조그만 섬의 척박한 땅에서 오늘도 잡초처럼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서서 살아갈 것 같은 모습이 문득 상상이 되는 것이다.
가지는 보라빛 색소가 몸에 좋다고 하니 이유를 막론하고 무작정 넣어보았다.
나중에 맛을 보니 너무 물컹하여져서 사실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대로 먹을만은 하였다.
그리고 몇달전 케이블 쇼핑몰에서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여 대량으로 구매한 렌틸콩도 넉넉히 넣었다.
요즈음은 몸에 좋다거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하면 일단 한번 먹어보고 싶은 데 렌틸콩의 특별한 향은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처음 구매했을 때 일반 콩처럼 전기밥솥에 넣고 콩처럼 밥을 지었는 데 마치 비행기를 타고 인도의 한도시에 도착한 듯 오묘한 인도의 향기가 스믈스믈 나서 나는 도무지 아무리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여도 먹기가 거북하였다.
그러나 카레에 렌틸콩을 넣으면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인도 정통 카레와 약간 비슷한 향이 나면서 한결 풍미가 살아난다.
양배추도 조금 넣었다. 양배추는 위에 좋다고 하여 생으로 쌈장에 찍어먹었는 데 달큼한 맛이 나고 아삭아삭 신선하고 씹는 맛이 있었다. 그래서 겨우내 또 다이어트를 해야 하므로 과자 대신 무언가 씹고 싶을 때 쌈장과 함께 생으로 먹으려고 카레에는 조금만 투하하였다.
그리고 일반적인 재료, 양파와 당근을 넣고 마침내온갖 다채로운 빛깔이 나는 내멋대로 카레가 완성되었다. 노오란 빛의 바닷물에 가지각색의 물고기와 산호초가 노니는 카레의 바다...
이걸로 한끼 뚝딱~ 요리가 다 무에냐.
이제는 짧은 시간에 몸에 좋은 재료로 쉽게 할 수 있는 요리가 가장 관심이 간다.
세상에 해야 할들이 너무 많은 데 요리, 설겆이, 청소등 끊임 없이 반복되는 자잘한 집안일 들에는 가능한한 시간을 적게 쓰고 싶다.
그리고 몇주만에 다시 복구된 나의 살들을 다시 안드로메다로 보내주기 위한 건강식을 섭취하면서 다시 평생 계속될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고 싶은 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