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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Feb 19. 2016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영화 '너는 내 운명'

사랑이 변한다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다. 그렇다면 사랑을 시작할 때의 뜨거운 열정과 약속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물론 이런 사랑의 끝이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야 사랑이라는 경험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을 맛볼 수 있으나, 그러나 사랑의 끝이라는 것은 매우 비극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목숨을 바쳐 사랑의 종말을 애도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니까.     

석중이 은하에게 보여주는 배꽃밭. 환상적이다!

‘너는 내 운명’에서 극중 남자 주인공 ‘석중’의 사랑은 참 우직하고 변함이 없다. 시골에서 소를 키우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석중이라는 인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의 사랑은 여주인공 ‘은하’를 향하고 있고 아무리 큰 시련이 끊임없이 닥쳐도 그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은하라는 인물은 다방에서 일하는 아가씨이다. 낮에는 다방에서 커피배달을 하고 밤에는 단란주점에서 일하고 티켓이라는 것을 끊고 매춘도 하는 아가씨이다. 이런 상황을 석중도 잘 알고 있는 데도 그의 사랑은 불연듯 시작된다. 이 사랑의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그의 사랑은 겨울이 지나면 어느새 꿈결 같은 봄이 오듯 필연적으로 시작 된다.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 처럼 그의 시선은 오직 그녀에게만 향하며 다른 곳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은하는 인생에 상처가 많지만 천진난만 아름다운 여인!

은하는 외모가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러나 그의 사랑이 오직 그녀의 겉모습의 아름다움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름답다’ 라는 것은 보편성도 있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일 수도 있다. 때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의 짝을 찾고 그와 사랑을 이루어간다.     


그는 은하의 현재 비관적인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그녀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은하의 전남편이라는 자가 찾아오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끝까지 은하를 괴롭힌다. 석중은 자신의 목장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자식 같은 소를 팔아서 그에게 건네주며 그녀에게서 떠나기를 부탁한다. 은하와 끝까지 함께 하고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그는 결코 버리지 않는 것이다. 과거를 말하지 않고 그와 결혼을 한 그녀에게 매우 불쾌하고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의 사랑은 계속된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느날 보건소에서 직원이 석중을 찾아오고 은하가 AIDS 양성반응을 보인 사실을 알려준다. 그의 남편인 석중에게도 검사할 것을 매우 걱정스럽게 권하면서. 그리고 은하는 자신이 AIDS 환자인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홀연히 가출하여 매춘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온갖 혹독한 시련을 겪어내면서도 오직 은하만을 향하는 석중의 사랑 때문에 한동안 석중과 함께 눈물바람을 하였다. 물론 극중에서 석중이 절절하게 우는 장면이 여러 번 있어서 상당히 신파적으로 흘러가는 스토리이지만 그의 원초적인 눈물에 함께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통속적인 눈물바람이라고 해도 그가 눈물을 흘릴 이유는 장면마다 너무 충분하다. 그러니 그의 눈물을 신파라 매도하지 않고 함께 공감을 하며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를 가진 마음이 순수한 남자의 애절한 눈물은 참 가슴 아프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눈물이기 때문에 더 절절하다.     


배꽃밭 -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장면

사랑은 무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때문에 우리는 울고 웃고  배신감을 느끼고 사랑에 실패하면 실의에 빠지고 그리고 또다시 제자리로 와서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첫 눈이 내리듯이 찾아오기도 하고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지인에게서 새롭게 사랑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 대상이 누구든지, 아내나 남편일수도 자녀일수도 애인일수도 아니면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일수도 있다. 아니면 예술이나 학문일수도 대로는 절대자인 신 일수도 있다.     


그 중 무엇보다도 가장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일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이기심을 내려 놓고 타인을 더 사랑하는 순간 그 사랑은 한 사람의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사랑의 일반적인 속성상 뜨겁게 불타 올랐다가 하재만 남기며 서서히 꺼져갈 운명이라도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계속 타오르기를 바란다. 추운 날씨에 몸을 녹여주는 난로불 처럼 계속 사랑의 재료가 되는 나무 장작을 넣어주면서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기를...     


결국 우리를 지탱하게 하여 주고 힘든 세상을 끝까지 버텨나가게 하는 것은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모습은 아주 단순하다. 함께 소박한 밥 한끼를 먹고 가끔 영화를 보러 가고 추운 밤이면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고 평화롭게 잠드는 것이 결국은 불타는 사랑의 마지막 모습이다. 은하는 세상 사람들에게서 소외되고 멸시를 받고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그를 진실로 사랑하는 한 인물 석중으로 인해 세상을 살아갈 힘을 다시 얻는다. 사랑이란 한 사람의 삶을 끝도 없는 절망과 가혹한 운명으로부터 구원해 낼 수 있다.      


어떤 남자에게 여자들은 반하게 될까? 무엇보다도 이런 굳건한 사랑의 마음이 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마음, 어설프고 세련되지는 않아도 진실된 마음. 인간에게서 이러한 사랑을 기대해도 좋을지 모르겠으나 극중 석중의 모습은 진정한 사랑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여자가 남자에게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진정으로 행복해질까? 돈? 명예?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나 명예가 우리를 만족시켜주기도 하나 그것만으로 오래도록 행복할 수는 없다.      

눈오는 날의 행복한 연인!
나를 나답게 살도록 해주는 사랑이 우리
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현재 내곁에 있는 사랑을 운명이라 말하며 끝까지 지켜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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