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여행 - 고요한 시간에 평화가 내려앉다

꽃에 앉은 나비처럼

by 사각사각

미술관 겸 게스트 하우스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몇 시간이고 즐거운 수다가 이어졌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물안개가 아스라한 한적한 시골길을 산책하였다. 머리 속의 모든 불쾌한 상념의 지꺼기 들이 신선한 아침 공기에 홀연히 사라지고 마음속은 다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순수의 상태로 돌아간다.


친구들과 헤어져 다시 나는 나의 조그만 아파트의 거실에 앉아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스라히 아이들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이따금씩 자동차 소리가 정적을 깨트리고 들려올 뿐 고요함만이 공간에 가득 차 있다. 진공상태의 지극히 고요한 이 순간에 다시 마음속의 평화를 만난다.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인가?

혼자이고 고요하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소중한 휴일의 시간이 흘러간다. 조용한 휴식만이 아주 소박한 모양새로 수줍게 남아 있을 뿐이지만 어떠하랴. 나는 이 순간이 진정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것을.

혼자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세상사 이런 저런 고민과 사건과 사고를 날마다 당하면서 마음은 온통 헝크러지고 분노가 부글부글 끊고 혼자서도 씩씩거리고 미움의 말들이 내 안에서 용암처럼 분출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지 않고 온통 그릇되었다고 칼날 같은 비난의 말들을 중얼중얼 독백처럼 쏟아낸다. 그들의 배려 없는 행동과 말로 날마다 상처를 입었다고 호소하면서.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깨끗이 잊고 나의 시간은 온전히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평화로 치유 받아야 한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음’의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 속의 뇌가 무리하게 계속되는 가열찬 가동을 멈추고 조용히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방안을 청소하듯 머리 속을 깨끗이 비워내야 한다. 단 한줌의 미움이나 비난이나 억울함도 남겨두지 말고.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 보면서 생각해 본다. 이 그림들의 색감은 너무나 아름답다. 판화와 스텐실로 찍어낸 이 그림들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고운 빛깔을, 꿈꾸는 듯 아스라한 색을 만들어 낸 걸까? 이 작가들의 평화롭고 고요한 너무나 아름다우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식물의 마음이 그대로 그림 속에 녹아있는 것 같다.

나는 곧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미 고요와 평화가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 다시 전쟁같이 몰려오는 온갖 일들을 맞이해 보자. 한결 마음은 여유롭고 몸 속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를 것이다.

여행을 가는 이유? 다시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인가? 결국 삶은 여행이라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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