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6 - 합창대회로 치유받다

삶에는 때로 뜻밖의 선물이~

by 사각사각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고 사건사고가 많았던 일년이었다. 여름 방학 동안 집에서 푹 쉬고 나서야 이제 좀 정신을 차리고 다시 힘을 낼 수가 있었다. 1학기는 밤마다 걱정 고민에 빠져서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하루 하루 겨우 버텨 내는 매일 좀비와 같은 몽롱한 상태였다고나 할까


이학기도 만만치는 않았으나 일단 정신을 꼭 붙들고 하루를 버텨낼 에너지는 충만하였다. 아마 매일의 다이나믹한 일상에 익숙해져서 한결 쉽게 여겨졌을 수도 있다.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 지 일일히 열거하자면 마음만 답답해지고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올해 담임이 된 후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던 합창대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합창대회는 이 학기가 시작되고 3주 정도의 준비 기간이 주어졌다. 각 반의 아이들은 정말 사활을 걸고 지휘자를 선정하고 곡목을 정하였다. 각반에서는 남녀 아이들의 파트를 나누고 반톡에 녹음을 한 파일을 올리면서 아침 저녁으로 맹연습에 돌입하였다.


우리 반의 노래 제목은 양희은 님이 부르신 “엄마가 딸에게” 였는 데 뮤직 비디오를 보면 엄마가 장성한 딸이 결혼하는 장면을 지그시 바라보며 독백하듯이 노래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노래였다. 이렇게 진지하고 엄숙한 노래를 고르다니 나는 좀 걱정스러웠고 실제로 처음 연습을 할 때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합창대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 어느 날 아이들의 노력의 결실인 원숙한 합창을 들었을 때는 나는 그들의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화음에 정말 큰 감동이 밀려왔다. 아~ 아무래도 상위권으로 입상하겠구나. 이런 남모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부모 된 심정으로 들어서 인가 나에게는 우리 반이 단연코 일등이었다.


각반에서 합창 소리가 끊이지 않고 치열한 경쟁도 날로 올라갈 무렵 나는 내가 엄마 역할을 하며 한 소절 정도는 독창으로 부를 수 있겠다는 터무니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집에서 남몰래 혼자 연습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덜컥 들어버린 거였다.


그러나 실제 아이들과 연습에 돌입해 보니 생각보다 너무 떨려서 단 한 줄의 노래를 불러낼 수가 없었다. 몇십 번을 혼자 불러보고 나서야 간신히 어느 정도는 고운 소리를 낼 수가 있었다.


합창 대회 날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중인 데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아~ 역시 독창은 무리였던걸까. 무대에 오르니 조명이 너무 뜨거웠고 아이들은 연습 때만큼 자신 있는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무대가 크니 교실에서 할 때만큼 소리가 하나로 모여지지 않았던 거다. 2절의 중반쯤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어 나는 가지고 있던 무선마이크를 켜려고 했는 데 쉽게 켜지지가 않았고 아미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머뭇거리며 나의 한 소절을 불렀는 데 역시나 너무 떨리는 목소리에 한 톤 높은 이상한 음을 내고야 말았다. 그래도 지휘를 하는 우리 반 예쁜 여학생만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가까스로 내 파트를 끝냈다. 노래가 모두 끝나고 아이들이 “ooo 선생님 감사합니다.” 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을 때 그제서야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대를 내려오자 웬걸~ 이미 우리반의 합창 노래를 따라 부르시며 충분히 감동을 받으신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어리둥절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감사를 표하였다.

알고 보니 무대 아래의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 너무 떨리고 마이크가 켜지지 않아서 잠시 허둥대던 내가 울먹이는 것처럼 보여서 함께 감동의 눈물을 쏟았던 거다.


그리하야 우리반은 당당히 우수상(2등)을 받게 되었고 우리 반의 반장은 교장선생님께 상장을 받자마자 나에게 돌진하여 우리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포옹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반에서 단체 사진 찍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축제 같은 하루를 보냈다.


살다 보면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햇살처럼 반짝이는 기쁨의 순간은 찾아오는 법. 남은 4개월여도 좀 더 참고 견뎌보리라.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고 이미 해탈의 경지에 오른 것처럼 담담하고 행복하게 매일을 맞이하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는 것이 힘? 모르는 게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