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핑 버스에서의 달콤한 추억(?)

슬리핑 버스를 타고 달려요~

by 사각사각

호치민에서 3일을 보낸 후 마치 사막 같은 희고 붉은 사구가 멋지게 펼쳐진 무이네로 가기로 하였다. 호텔에 하루 전에 예약을 하면 무의네로 향하는 투어 회사 버스가 호텔로 온다. 작은 밴을 타고 다른 호텔로 가서 온 두 명의 여행자들을 태웠다. 다시금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었다. 스위스에서 온 잘생긴 두청년이었다. 유럽인들 답게 조용하고 별로 말이 많지 않았지만 몇 마디 즐거운 대화를 나눈 후 나는 이 친구들과 급히 그룹을 조성하여 함께 버스 가장 뒷자리의 2층에 있는 자리에 함께 올랐다.


슬리핑 버스는 1, 2층으로 되어 있고 누운 상태로 좌석에서 잠을 청할 수가 있다. 그러나 좌석의 사이즈가 매우 아담한 베트남인을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 166정도의 키인 나에게도 약간 짧았다. 190이 되는 사이먼은 거의 몸을 접어서 넣어야 할 수준이었다. 어쩡정하게 누운 상태에서 조금 불편한지 가끔씩 뒤척일 때마다 나는 안쓰러움의 미소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덩치가 매우 큰 외국인들에게는 그나마 가끔씩 다리를 펼 공간이 있는 가장 뒷자리의 2층을 추천한다


나의 왼쪽 좌석에는 캐나다에서 온 커플이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태국에서부터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구석구석 돌아보며 동남아 각국을 여행하는 중인 듯 했다. 나는 갑자기 초면에 양쪽에 매우 젊고 잘생긴남자 사이에 끼어서 눕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 좁은 공간에 함께 누워가게 되었다니 좀 당황스러웠지만 언제 또 이런 젊은이들 사이에 누워보는호강을 누려보겠는가. ㅎㅎ 왼쪽의 캐나다인 카이는 근육질에 덩치가 커서 어깨가 닿는 것이 사실 좀 부담스러웠으나 차가 출발하자 그는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다. 중간에 휴게실에 다녀와서 우리는 앞에 앉은 호주에서 온 청년과 둘러 앉아 휴게실에서 산 맛있는 망고를 먹으며 한바탕 수다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캐나다인들 답게 매우 적극적이고 외향적이었고 나도 질세라 몇 년 전에 있었던 나의 파란만장했던 보라카이 탈출기를 들려 주었다.


슬리핑 버스를 타고 내릴 무렵에 그들은 무의네 중심가 쪽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먼저 내리게되었다. 나도 잠시 함께 갈까 고민하였지만 호치민에서 숙박했던 호텔 직원에게 숙소를 추천 받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조금 더 가기로 하였다. 중심가에서는 조금 거리가 멀었지만 매우 조용한 곳이었고 소개를 받은 베트남인 호텔 주인은 매우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숙소도 15,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했고 깨끗한편이었다. 호텔 주인인 바오 티엔은 동생과 함께 한국에도 여행 온 적이 있었고 한국음식이나 문화에 관심이많고 정이 많은 언니(동생?)였다.


다음날 화이트, 레드 샌듄과 피싱 빌리지 투어를 예약하였다.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네시 반 경에 지프차가 한대 호텔로 왔는 데 귀여운 중국인 커플과 함께 가게 되었다. 푸른 어둠을 깨치고 온 세상이 깨어나고 있는 듯한 새벽녁에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경이로웠다. 화이트 샌듄은 마치 사막과 같이 희고 부드러운 모래가 펼쳐져 있는 곳인 데 한번쯤은 꼭 가서 볼만 한 곳이었다. 지프를 타고 스릴 넘치게 매우 경사진 모래를 달릴 수도 있고 부드러운 모래에 푹 빠져서 마음껏 허우적 거릴수도 있다. 귀여운 대학생 중국인 커플을 한참 찍어준 뒤에 나도 지프차 위에 올라 앉아서 노란 아침햇볕이 가득한 배경에서 인생샷도 한 컷 건지게 되었다. 막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지프차에 위에 무심한듯 앉아 있는 자유인..


그리고 요정의 샘이라는 곳에 갔다. 희고 붉은 흙의 대비가 뚜렷한깍아 놓은 듯한 산맥의 모습이 매우 신기하다. 신발을 맡기고 5천동이라는입장료를 내고 걸어가는 데 준수하게 생긴 베트남 청년이 친절하게 다가왔다. 우리를 함께 따라오면서 손을 대면 움직이는 식물도 보여주고 네잎 클로버도 따주고 우산으로 사용 가능한 커다란 잎도 주고 친절하게 사진도 찍어준다.


아차~ 나는 이 청년이 너무도 자연스레 다가와서 무료로 우리에게 친절을 제공하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한 30여분의 투어가끝날 무렵 청년이 갑자기 팁을 요구한다. 자기는 가난한 대학생이라면 짐짓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능한한 많은 팁을 요구하니 기분이 조금 상하였다. 그동안 씨클로 운전사,바이크 운전사 등등 에게 이래저래 많이 뜯긴 나는 이제서야 조금 조심하게 된 것이다.


5만동을 내어 주었는 데 사실 과한 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외국 여행을 자유자재로 하는우리야 말로 부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쉽게 지갑을 열어서는 안됨을 단단히 배웠지만 어느 정도는 아량을 베풀 줄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감사하자.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내게 이미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오후에는 혼자 해변을 찾으며 걷다가 모래사장은 찾지 못하고 동그란 바구니 모양의 고깃배 들이 가득한 fishing village에 도착하였다. 해변가에는 매우 가난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마침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는 중이었는 지 약간 얼큰하게 취한 아저씨가 악수를 청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마침 길에서 산 빵을 먹어야 할 곳도 필요하여 자연스레 그들의 식탁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어가 한마디도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고기 몇 점을 넣고 끊인국을 먹으라고 연신 권하였다. 슬쩍 자리를 잡고 앉아 그들이 권해주는 고기국물을 조금 맛보았다. 고기는 거의 없으나 국물의 맛은 꽤 훌륭하였다.


옆에 앉아서 그물을 손질하시는 할머니와 해먹에 누워서 놀고 있는 손자 아이들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해변가의 허물어가는집에 살면서 조그만 고깃배를 띄워 고기를 잡아 살아가는 매우 가난한 그들은 허물없이 다가와 가진 것을 내어준다. 그 따뜻한 마음이 고마워서 한동안 앉아서 빵을 먹고 사진을 찍고 놀다가 돌아왔다.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베트남 아이들은 매우 사랑스럽다. 커다란 눈동자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바다가 ‘헬로’라고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절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거울처럼 빛나는 검은 눈동자에서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보인다. 시간이 있다면 그 아이들과 함께 앉아 노닥거리며 이유도 없이 까르르 웃어보고 싶어진다.


호텔에서 근처 시장까지 오가며 휴양지 가까이에 사는 시골의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을 한참을 기웃거리며 걸었다.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니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웃처럼 정겹고 마치 오래 전부터 여기에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로서 나의 베트남 사랑은 더욱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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