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위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사각사각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손님들이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어느 날 새벽,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는 유모차를 우연히 보게 되고 유모차 안의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 처음 만나게 된다. 할머니의 부탁으로 내키지 않는 듯 집에 바래다 주었다가 아침까지 얻어 먹게 된 츠네오는 조제에게 점점 관심이 생긴다.

첫만남.jpg 매우 가기 싫은 표정~

조제는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학교도 다니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길에서 수거해 온 수많은 책들을 읽고 또 읽어서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다. 퉁명스러운 말투에 엉뚱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요리를 잘한다. 할머니가 과보호를 해서 집안에 거의 갇혀 살고 있는 상태이지만 조제는 작은 야생 동물처럼 귀엽고 밝은 에너지를 준다. 동네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혹시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하여 할머니는 조제와 츠네오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제의 방.jpg 조제는 박학다식

츠네오는 조제에게 마음이 끌려서 자주 조제의 집에 찾아가고 유모차에 스케이트 보드를 연결해서 함께 산책을 나간다. 신나게 달리는 유모차 안에서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거리를 둘러보는 조제. 처음으로 밝은 대낮의 활동적인 주변 풍경을 보는 조제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츠네오로 인해서 조제는 처음으로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유모차에서 굴러 떨어져서도 푸른 하늘을 보면서 “구름도 집에 가져가고 싶다” 고 하는 조제를 보니 그 행복감이 진하게 느껴졌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조제는 혼자 남게 되고 츠네오는 조제와 함께 지내게 된다. 처음 츠네오와 함께 동물원에 가서 조제가 말한다.

유모차.jpg 그들의 행복한 질주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를 볼 수 없다고 생각 했어”

조제에게 호랑이는 미지의 두려운 세상을 의미한다. 세상에서부터 고립되어 작은 집안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있었지만 이제 사랑으로 인해 두려움도 조금씩 극복되어 간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1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조제가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던 가장 좋아하는 ‘사강’의 소설이 이들의 가슴 아픈 이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었을까. 조제는 아마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과 이별의 한계를 미리 경험해 보았고 사랑의 끝이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냉담.jpg 사랑에 끝이 다가온다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꺼야.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츠네오와 조제는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서 조제가 매우 좋아하는 수족관의 물고기를 구경하러 간다. 그러나 수족관은 휴관이고 그들은 바다로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바다도 조제에게는 처음 가는 장소이다. 그리고 그들은 바다 속처럼 꾸며진 불을 끄면 물고기 그림자가 떠다니는 호텔에서 하루 밤을 보낸다. 츠네오에게 눈을 감으라고 말하며 조제는 이런 독백을 한다. 이별을 미리 감지한 듯한 대사이다. 츠네오에게 순간순간 스쳐가는 냉담함과 힘겨움을 보면서 조제는 미리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 하는 여행이 이별 여행이 되다니 마음이 아프지만 조제는 사랑처럼 이별도 그렇게 순순히 맞이한다.

물고기호텔.jpg 한번 가보고 싶은...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다 밑에서 데굴데굴 굴려 다니겠지. 근데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그후의 그들의 이별의 모습은 정말 담담하다. 조제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츠네오는 잠시 외출하 듯 아무렇지도 않게 짐을 들고 떠난다. 이별의 선물로 조제는 성인 잡지를 툭 내밀고 조제는 애써 웃으며 선물을 받는다. 젊은 날의 쿨한 연애 방식의 한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아픈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웃어주는 것이 오히려 더 슬프지 않은가. 조제는 그를 바다 속의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보내주기로 결심했나보다.


이별에 대한 츠네오의 독백도 매우 간결하다. 이별이란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더 이상은 상대방을 견딜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조금 더 사랑의 믿음을 가지고 버텨주고 곁을 지켜준다면 좋겠으나 인간의 일이니 사랑도 완전할 수는 없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아니, 사실은 하나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그리고 혼자 남은 조제의 모습은 한결 당당하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장을 보고 깨끗하게 정리된 방안에서 여전히 숯불에 생선을 굽는다. 사랑은 그녀를 더욱 견고하게 했고 세상을 혼자 살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 거야.”

우리 젊은 날의 순수했으나 유약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따뜻한 위로... 어떤 아픈 이별에서도 우리는 한걸음 성장했음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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