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주인공 ‘산드라’는 우울증으로 휴직했다가 다시 복직을 앞두고 있는 데 동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사장이 직원들에게 산드라의 복직과 보너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는 데 직원들이 투표로 보너스를 선택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이런 치사하고 찌질한 사장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 데 프랑스에서 실제 이렇게 직원들에게 결정을 미루는 고용 해고 형태가 있었고 그 일을 당한 직원은 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했다고 한다. 감독인 다르덴 형제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하여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영화보다 더 비인간적인 일이 현실에서 종종 일어난다. 산드라는 이 전화를 받자마자 크게 충격을 받고 화장실에 뛰어가 진정제를 먹는다.
‘산드라’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동료와 함께 사장을 만나서 이 결정에 공장의 반장이 부정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재투표를 하는 것을 허락 받는다. 월요일까지 단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 산드라는 직원 16명중 과반수인 9명을 설득하여 자신의 편에 서도록 해야 한다. 산드라는 집집마다 직접 찾아가서 그들을 대면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지만 남편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다시 임대주택으로 가야 하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계속 그녀를 종용한다. 이 부분에서 물론 남편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수시로 안정제를 복용하며 사람들의 거절에 힘들어 하는 아내를 너무 몰아붙이는 것이 좀 원망스러웠다. 물론 남편은 그녀 편에 서 있고 그녀를 끊임없이 위로하고 격려해주긴 하지만. 역시 돈이 원수인걸까.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배우들도 매우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여서 마치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보고있는 것 같다. 산드라는 마음을 졸이면서 한명 한명 동료들의 집을 방문하여 거의 똑 같은 대사를 힘겹게반복한다. “미안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 일이 꼭 필요하다. 보너스를 포기하고 나의 복직을 지지해줄 수 없는가?” 힘겹게 한마디를 떼어놓고 동료들의 대답을 초초하게 기다리는 산드라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 힘들었다. 계속되는거절에 지쳐가는 산드라를 보면서 그냥 포기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산드라에 대한 동료들의 반응도 다 제각각 이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양상을 보여준다. 물론 냉정하게 여겨지기는 하지만 자신의 보너스를 사수하고자 하면서 가족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동료들의 입장도 상당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 보너스라는 것이 1000불인데 사실130여만원의 보너스를 받고자 동료를 해고하는 의견에 찬성을 하는 사람들이 심히 가혹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각자의 사정은 구구절절하고 꽤 설득력이 있었다. 감독은 이 동료들의 선택을 비난하고자 하기 보다는 모두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도록 설정하였다고 한다.
‘윌리’ 라는 동료는 말한다. “널 반대한 게 아니라 보너스를 택한 것 뿐이야.” 묘하게도 설득력있는 주장이나 보너스와 함께 저울질 되고 있는 동료의 일자리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거나 애써 외면한 게 아닌가. 여기에서 또 하나의 사실은 반장이 몇몇을 겁주면서 산드라가 해고되지 않으면 사장이 다른 동료들 중 한 명을 해고할 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수 있는 부분이다.
‘티무르’라는 동료는 그녀에게 보너스를 택한 것에 대해서 미안해 하면서 사죄를 하고 그녀의 복직에 찬성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산드라는 점점 지쳐가다가 자신을 지지해주는 동료를 만날 때면 다시 힘을 되찾는다. 그는 산드라가 직장에서의 실수를 덮어준 일이 있는 동료였다. 다른 동료들 중에도 그녀와 친분이 두터웠거나 도움을 받은 일이 있거나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그녀를 해고하는 하는 데 동의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관객들도 이 장면에서는 암 걸릴 것 같은 답답함을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여정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친했던 동료 중 한 명은 아들을 시켜서 자신이 집에 없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아예 만나주지를 않는다. 다른 동료는 반대하는 아들과 난투극을 벌인다. 그녀 앞에서 민망하게 부부 싸움을 하다가 결국 이혼을 하겠다며 가출을 하는 동료도 있다. 그녀를 똑바로 보면서 냉철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거절하는 이들도 있다. 전기나 수도세를 지불해야 하고 남자친구와 살 집의 가구를 사야 하고 아들의 대학 학비를 내야하고 집수리를 해야 하고…. 등등. 가만히 들어보면 그들도 그녀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사람들 일 뿐이고 그들에게는 보너스가 절실하기만 하다. ‘산드라’의 해고는 자신들의 현실을 희생하여 맞바꿀 수가 없는 사안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와 똑같지는 않아도 유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나의 입장을 다른 사람들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고 그들이 무신경함이 원망스럽다. 나의 주변의 가까운 이들은 내 편을 들어주지만 다른 사람들은 도통 나와 다른 반대의견을 팽팽하게 내민다. 절박한 마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의견은 둘로 나뉘며 그들 사이에 비난과 뒷담화가 오간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모든 일을 판단한다. 때로 그들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빗대어 보자면 그들도 나름의 고충을 가지고 있고 보너스를 택한 동료 들처럼 한 집안의 가장이고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득이 되는 쪽의 편에 서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산드라는 극심한 모멸감 때문에 절망적인 감정에 이르고 수면제 과다복용을 한다.그러나 그녀를 지지해 주는 동료가 한 명 더 늘어나 그녀의 집에 찾아오고 그녀는 바로 그 자리에서 급히 수면제를 복용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약을 먹자마자 병원에 실려가는 것이 어의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실제 자살도 20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상담을 거치면 미리 막을 수가 있다고 한다. 순간적인 절망감에 빠져서 자살을 시도하였지만 동료 한 명의 지지로 인해 그녀는 다시 회사에 나가서 투표결과를 기대해 보게 된 것이다. 그녀를 지지해주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의 숫자가 거의 비슷해서 사실 결과를 쉽게 예측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반전이 있지만 그녀는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결정이 다소 당황스러울 지는 몰라도 남편과 통화를 하는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는 매우 희망적이다.
“여보,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영화 내내 끊임없이 회의감을 느끼고 울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산드라는 비로소 환희 웃으면서 회사를 나선다. 날아갈 듯 가벼워진 그녀의 걸음 뒤에는 환한 햇살이 따라간다. 그녀의 결정이 과연 옳았는 지 아니면 경솔했는지 아마 다시 후회하는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한 결정에 만족하고 다시 세상에 나가서 두려움과 맞설 준비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지지 않는 게 아니라 내일로 계속 나아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