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다.

by 사각사각

2020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사 개월 여가 지나고 있다. 새해 초반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발병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나날이 경제적인 압박도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발병 후 두 달이 지 이제 조금씩 진정되어가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올해는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해이다. 지난 삼 년 여간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런 저런 일들을 시도하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었고 더 이상 모아둔 은행 잔고로는 버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다시 취업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올해 초 힘들게 취업이 되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갑자기 학원 가에도 찬바람이 불며 개원을 못하게 되었고 4월에 들어서야 겨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작이란 늘 설레임을 주는 단어이다. 나에게는 그리 어렵지 다가오지 않은 단어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든 겁 없이 시작을 잘 하는 편이고 어느 정도는 새로운 모험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삼 여 년간 나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 보았다. 지역 시에서 운영하는 도시 농부나 양봉 수업도 수강해 보았다. 사회적 기업 창업 아카데미를 듣고 지자체의 지원 사업에도 선정되어 사업을 운영해보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어서 창업도 하였다. 나름대로 고군분투 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아 깨끗이 포기하고 지난 2월 조용히 폐업신고를 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취업의 길로 들어섰다. 사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취업이 가능할까 스스로도 많은 의심이 들었지만 관련 직종에서 십여 년의 경력도 있고 눈에 띄는 공고가 보이면 줄기차게 지원하였다. 그래서 결국 취업도 성공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경험이 많지 않았으나 시작하고 보니 나에게 잘 맞는 일이었다. 영어 100%를 사용하는 수업 환경, 어학원 등 처음 경험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여 걱정도 많이 하고 망설여져서 여러 번 거절을 하긴 했다. 하지만 마지막 용기를 내어 일을 시작하였고 본원의 연수도 참가하였다.


연수의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3일간 하루 8시간의 빡빡한 연수가 쉴새 없이 진행되었고 초등과 중등 수업 지도안을 작성하고 두 차례 시강을 해야 했다. 수업의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느껴지는 일이어서 전날 잠을 설치게 되었고 시강에서 뼈아프게도 ‘아쉽다’ 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영어 인터뷰와 학원 교육과정에 대한 시험도 두 번 치렀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4월부터 학원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상당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때때로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도 있고 집중을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바닥에 눕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과 상담하고 아이를 타이르면 어느 정도는 행동이 개선된다. 물론 주기적인 상담은 계속되어야 겠지만.


아직도 학원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월급은 두 달간 20%가 삭감되었으며 가끔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취업이 되어도 경영난에 시달리는 학원 때문에 마음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름은 학원가에서 이름 있는 회사의 분원이지만 실제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때때로 마음이 불안하고 동요되는 순간도 있다. 또 다시 지난한 취업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 것인가?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시강을 하는 무수한 과정들이 스쳐 가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처음 몇 주간은 마치 내가 원장님이 된 것처럼 어떻게 하면 학원을 살려낼 것인지 전전긍긍하였으나 뾰족한 수가 없으니 초초하기도 하였다.


한 달 여가 지나간 지금, 조금씩 마음에 평안이 온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나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학원에 출근하기 전 혼자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짧은 명상과 글을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햇살을 받으며 잠깐의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열심히 일해도 이 학원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 때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어디 우리 인생사가 마음먹은 대로만 펼쳐지던가? 때로는 우리 삶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예기치 못한 날벼락도 있는 것이다.


다만 용기를 내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늘 다시 살아낼 희망이 떠오를 것이다. 매일의 하루가 새로운 시작이고 인생 자체가 도전이 아닌가?


#시작 #인생 #도전 #학원강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함부로 충고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