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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원 면접 도전기 1

분통 주의

by 사각사각

혹시라도 학원 면접을 보시는 분이 있으면 도움이 될까 하고 면접 시 받은 스트레스도 풀어볼 겸 이 글을 쓴다.


어제부터 학원 구직에 들어가서 비슷한 조건의 학원에 몇 십군데 지원을 했다. 여느 때처럼 학원은 지원하면 바로 다음 날 문자나 전화가 많이 온다. 아마도 수시로 구인을 하는 학원이나 학원 구직자 또한 많은 것 같다. 마치 구인, 구직의 거대한 순환 구조 같다.


처음 면접이 잡혀서 오전 10시 학원에 갔다. 원어민과 한국인 선생님이 함께 수업을 하는 영어유치원이면서 어학원이었다. 상가 한 층을 모두 사용하니 규모는 상당히 컸다.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연락처 기입에 주민등록증까지 보여주고 실명확인 한 후 면접이 진행되었다.


생생하게 전달해 보기 위해 대화체를 사용해 보겠다. 영어와 한국어로 10~15분 정도 진행되었고 아마 영어 질문은 6~7개 정도 였는 데 모두 기억이 나진 않는다. 보통 면접 시에 물어보는 대표적인 질문들이었다.


원장: (갑자기 영어로 면접을 진행하였다.)

자기 소개를 해보세요.

나: 이름, 결혼여부, 교육경력, 지원동기 등 5문장 정도 영어로 답했다.


원장: 교육철학을 말해보세요.

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려고 합니다. (갑자기 교육철학이라니. 임용고시 생각이 났다. 세 문장 정도 말했다)


원장: 아이들이 수업 중에 교사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어떻게 하나요?

나: 먼저 아이의 말을 잘 들어보고 부모님과도 대화하면서 해결해 봅니다.

(이 질문도 거의 늘 한다고 보면 된다. 워낙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유별나게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원장: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가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하나요?

나: 대화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타협점을 찾으며 풀어야죠. (약간 피식 웃으며)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고 글도 많이 씁니다.

(인간 관계도 스트레스 덜 받으려면 적절해야 하지 않나? 스트레스 받을 정도면 좀 거리를 둬야지 어쩌란 말인가? 사실 원장님 자체가 스트레스 가득해 보여서 이 질문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푸는 법이 궁금하여 질문한 것 같기도 했다.


원장: 다른 궁금하신 점 있으신 가요?

나: 학생들끼리 분쟁이 생기면 따로 불러서 해결하나요?

(여기도 영어 100% 사용을 강조하기에 실제 수업 시간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 지 궁금해졌다. 역시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한국말로 잘 타이른다고 한다. 영어 100% 사용 환경이 비싼 학원비에 대한 보상과 학원 마케팅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실제 수업을 해본 결과 효용성은 떨어진다.)


멀쩡히 한국말 하는 교사는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한국말을 20~30%는 사용하도록 했으면 한다. 처음 학부모 상담할 때부터 영어 사용이 초급 단계인 아이들에게 한국말이 꼭 필요하다는 걸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한 단어를 설명하려고 얼마나 손짓 발짓해야할지 생각해보라. 그나마 알아들으면 다행이고.대체 한국말도 못 알아 듣는 아이들에게 영어만 주주장창 하는 게 웬말인가?)


이 외에도 원장님은 7세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인 데 상당히 바쁘고 힘들 것이며 아이들 화장실 뒷처리도 해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아~ 유치원 선생님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화장실 뒷처리라니 이 정도면 3D 직종이 아닌가? 유치원에서 왜 사건 사고가 많이 나는 지 이해가 가고 유치원 선생님들은 그 노고를 충분히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처리라니 내 자식이 아니고서는 힘들지 않을까?)


여기에서 원장님이 마지막으로 월급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 데 6시간 파트이며 한 시간은 휴식 시간이어서 제외하고(밥도 아이들과 같이 먹는 데?) 시간당 만원으로 계산한다고 하셨다.

파트 인듯 파트 아닌 6시간인 데 월 백만원?

그래도 의료보험은 지급한다니 110만원?


나는 이 부분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제가 생각한 금액보다 너무 적네요.” 라고 직언을 날리고 면접실을 서둘러 나왔다.

원장님이 예의상인지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는 데 제발 다시 연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에 시급 만원이라니 거의 최저 임금이지 않은가?

대체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그것도 모자라 테솔을 수료하고 고등학교에서 12년 수업 경력이 있는 데 최저 시급이라니...말이 되는가?

게다가 7월 말에는 일주일간 휴가여서 그나마 일주일 치는 제외하신다고 한다.

(휴가비를 주지는 못할지언정 일주일 치를 제외?)

그리고 나중에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도 있다고 하는 데 헐~~~ 노 땡큐다.


대체 이 학원에서 원어민에게는 얼마나 지급하고 있을까?

통상적으로 주거비, 월급으로 보통 300만원은 족히 나올것이다.


여기까지 분통 터지는 학원 면접기였다.

내일은 또 다른 학원 면접이 있는 데 이만 calm down하고 자야겠다.

영어 면접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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