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학입시와 결혼의 실패

by 사각사각

가끔 뉴스에서 고위 공직자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본다. 아무리 큰 죄를 저질렀어도 귀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 저 분은 저 높은 위치에 오르기까지 한 번도 큰 실패를 맛보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여러 번 경험해 보았다면 크나큰 실패가 다가와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실상 실패와 두려움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단어이다. 이 단어들을 입 밖으로 언급하는 순간 암울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픈 경험들을 통해서 우리는 알 수 없는 삶을 더 이해하게 되고 몸과 마음이 강인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나아가서 타인의 삶을 진정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대학입시의 실패


비교적 어린 시절에 겪은 가장 큰 실패의 경험은 대학 입시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던 수험생 시절을 마치고 첫번째 시험에 지원을 했다. 오로지 담임선생님이 추천하였고 개인적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과였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십 수년의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도전이었기에 시험에 떨어진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세상이 무너진 듯 밤새 이불을 둘러쓰고 서럽게 울었다. 평소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아버지조차 울지 말라며 몇 마디 힘겨운 위로를 해주셨다.


뼈아픈 실패의 경험 후에 두 번째 시험에 지원하여 마침내 합격 했다. 영어과에 합격했으니 첫 번째 학교는 떨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훨씬 고무적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인생이다. 언제 울었던가 날아갈 듯 하는 발걸음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가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후로 졸업을 하고 지금까지 영어 교사로 살아왔다. 문득문득 대학 입시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첫번째 시험에 떨어진 것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다. 현실적으로 보아 처음에 지원한 학교를 졸업했다면 전공을 살리지 못해 변변한 직업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첫 시험에 떨어진 덕분에 다행히 영어를 전공하여 지금까지도 밥벌이를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결혼의 실패


주말 오후에 가까워지고 있다. 간단하게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먹을까 하는 찰나에 방문 틈으로 남편이 느지막이 일어나는 게 보인다. 그렇다면 두 개를 끓여야겠군. 귀찮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함께 살면서 혼자만 밥을 먹는 건 좀 치사한 행동인 것 같다. 짜장 라면 두 개를 끓이고 소고기도 볶아서 밥을 차려 한가로운 주말 점심을 먹는다. 나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남편은 식탁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면서. 지난 십수 년의 시간 동안 어느 무심하나 평화로운 주말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살뜰한 대화는 없더라도 친구처럼 밥을 함께 차려 먹는 소소함이 남아있다. 이미 협의 이혼을 한 상태에서.


결혼에 실패했다? ‘돌싱’이라는 단어도 거리낌 없이 각종 미디어와 주변에서 많이 들려오는 시대이다. 스스로 위로하자면 한 번의 이혼이 큰 흠이 되지 않는 사회라고 할까? 오랜 결혼 생활로 아직도 기혼자라는 틀에서 벗어난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과연 나는 결혼에 실패한 것일까? 그렇다면 반대로 ‘결혼에 성공했다.’ 라는 개념은 무엇일까?


실패라 한마디로 단정하기엔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울고 웃고 행복한 시간들도 많이 있었다. 여행도 같이 다녔고 주말에는 피크닉을 가서 공원에서 한가로운 시간도 보냈다. 함께 다정하게 앉아 밥도 수없이 먹었다. 결혼 초기부터 “이런 철부지와 결혼을 하다니 이 결혼을 잘못했구나.” 라는 후회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일을 하면서 남편도 돌보고 내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 ‘더 이상은 우리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라는 절망적인론에 이를때까지.


‘결혼이라는 제도란 참 이상하다’ 어느 순간 혼자 생각했다. 어떤 일이나 호기롭게 시작했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중간에 그만 둘 수 있는 데 결혼은 끝을 내는 것이 참 힘들다.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고 시작한 공식적인 관계를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도 심히 두려웠다. 스스로 내린 인생의 중대한 결정에 대한 중압감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적절한 비교가 아니겠지만 한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직장생활에 실패했다’ 라고 하지 않는 데 이혼을 하면 ‘결혼에 실패했다’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하니 이혼은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힘든 결정다.


앞으로 인생에서 또 다른 실패가 없을까?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고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실패도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인 것이다. 성공인지 실패인지 그 당시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전화위복! 실패를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성공으로 가는 삶이 아닐까?

삶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