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사랑에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by 사각사각

이십 대나 삼십 대에 “돈이 사랑에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코방귀를 뀌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 고 약간은 흥분하여 대답했을 것이다.

모든 것에 자신 만만하고 세상 모든 것의 이치를 아는 듯 자만했던 시절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 세상에 모든 상황에서 ‘절대적’이라거나 ‘완벽한 진리'’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상황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해보고 사십 대에 이르른 지금은 “돈에는 누구나 유혹을 받을 수 있고 사랑을 할 때도 한번쯤은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은 현실이다.' 라는 명제가 있다. 사랑은 이상이고 결혼은 현실임에 분명하다. 사랑을 하는 데는 돈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혼에는 분명히 경제력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면서 돈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은 확고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일찌감치 경제력이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최근 몇 년까지도 경제력을 사랑의 중요 조건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남자분이 갑자기 자신의 남달리 뛰어난 경제상황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경제력을 과시하는 것은 다분히 상대방에게 이성으로서 어필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 분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데 “한 달의 매출은 2억에 이르며...” 라고 했을 때 나는 어리숙하게도 “한 달이요? 일 년이 아니고요?” 라고 반문을 하였다. 이 한 달 매출의 순수익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절반은 되는 듯 하였다. 통장에 거의 항상 일 억 정도는 있으시다고. 헐~~ 평생 이런 재력가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찌되었나 하면? 일생 일대 최대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나는 마치 구원의 동아줄을 발견한 것 같았다. 작은 희망을 가지고 유투브로 들어 보곤 하는 올해의 운세에 ‘대운’이나 '귀인'이란 바로 이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솔직하게 말하면 넉넉한 경제력 때문에 이 사람의 매력이 한층 돋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무관심하였는 데 계속 되는 경제력 어필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인 돈 때문에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스스로 허락할 수가 없다. 정도로 속물은 될 수 없지!


그래서 몇 개월 동안 꾸준히 자신에게 질문을 거듭해 보았다. 오직 돈 때문에 이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인가? 경제력이 가장 큰 조건은 아니었지만 아주 매력적인 요소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외에도 지적인 매력, 훌륭한 매너, 배움에 열중하는 태도, 나이답지 않게 해맑은 표정 등등 다른 요건들이 함께 작용하긴 하였다. 게다가 경제적인 면으로는 바닥에 떨어진 나의 인생이 하루 아침에 바뀔만한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이 만남은 그다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 분 그저 돈 자랑(?)혹은 재력 과시를 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역시 소처럼 끊임없이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할 팔자인 것인가보다. 집에서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안방 마님처럼 편안하게 집안일을 하는 전업 주부의 사주는 따로 있다고 하더니. 이건 가끔은 사회 생활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 전업 주부가 편안한 일이다 라고 평가하는 건 절대 아니다. 믿거나 말거나 사주 팔자를 풀어 보면 겨울에 태어난 소띠라 주인이 주는 사료를 먹으며 한 겨울에는 쉴 때도 있다고 했건만.


결론적으로는 이 만남을 통해서 ‘어느 다른 누구도 나의 삶을 구원해 낼 수는 없다.’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구원할 사람은 오로지 신과 나 자신뿐이라는 걸. 매일 꾸준히 일하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그리고 오늘은 암울한 마음이 들어도 돌아보면 매일의 노력이 쌓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돈이 사랑에 있어서 하나의 필요 조건이 될 수는 있지만 완전한 충분 조건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주변의 유명 인사들을 보면 돈이 충분히 많다고 해서 그들의 사랑이 지속되는 건 아니다. 재벌과 결혼한 연예인들도 이혼을 하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도 지금 이혼 준비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니 말이다. 이미 트럼프가 처음 당선되기 전부터 준비했다더라.


하지만 ‘돈은 사랑에 있어서 전혀 필요치 않다.’ 라고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우리의 사랑도 한낱 꿈이나 영화가 아닌 이상 현실 세계에서 펼쳐져야 한다. 일정 수준의 경제력은 우리 사랑을 지속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그래도 사랑에는 돈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숭고한 가치가 존재한다! 믿는다.

돈복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