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필요할 때 특정 검색어를 넣어서 찾아보기도 하지만 나에게 유튜브는 휴식 시간일 때가 많다.
유튜브에서 관심이 가는 비디오를 클릭하면 그 다음 부터는 동일한 크리에이터나 비슷한 내용의 다른 비디오들이 계속 보인다.
건강 정보를 찾은 다음 이었던가 우연히 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젊은 여성의 영상이 보여서 클릭해보았다.
비디오는 주로 말기 암 진단 후 1년 여에 걸친 투병일기였다.
한국어 강사인 이 분은 원래 다문화 관련된 채널을 운영하려고 했는 데 갑자기 암 진단을 받고 투병일기를 주로 쓰면서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된 것이었다.
40대 초반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편안한 목소리로 나지막하지만 힘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독자와 소통을 하면서 거의 혼자 병실이나 방에서 독백을 하는 형식이었는 데 이상한 끌림이 있어서 여러 편을 보게 되었다.
생명이 있는 우리는 언젠가는 죽음도 다가오리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죽음이 어느 정도 가까이에 있는 지 미리 예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하니 우리는 내심 평균 수명 정도는 살아가리라 기대하고 있고 다른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전해들어도 그 죽음이 나에게도 일어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인이라는 닉네임은 인종 차별을 당한 경험에서 생각한 것으로 인종에 관계 없이 모두가 지구인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댓글을 쓰는 사람들과 끝임없이 소통도 하고 라이브 방송으로 여러가지 치료와 약에 대한 정보도 나누며 완치 할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여러가지 치료법이 모두 효과가 없고 가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너무나 의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마지막으로 감사함를 전하고 이별을 고하는 비디오를 남긴 것이다.물론 이 분도 남몰래 절망하고 눈물로 지새는 밤이 있었겠지만 새로운 하루가 주어지면 다시 힘을 냈을 것. 사랑하는 지인들과 익명의 사람들과 의미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 죽음이 바로 앞에 온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낸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도 하지만 세상에는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지극히 펑범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던 사람에게도 난데없이 말기암이 찾아온다. 특별히 무엇을 잘못해서도 아니다.
세계를 누비며 여행을 하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댜양한 국적의 친구를 사귀고 항상 유머가 넘치고 가르치는 일에 열정이 넘치던 이 분에게 왜 말기암이라는 도무지 극복이 불가능한 무시무시한 병이 찾아온 걸까? 본인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은 줄 수 없다.
인생에서 갑자기 닥치게 되는 이런 위기에 우리는 그 원인을 찾고자 하나 소용이 없을 수가 있다. 다만 나에게 닥쳐온 큰 시련인 그 병을 연구하고 치료를 받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해보는 수밖에는. 얼마 간은 모두 내려 놓고 낙담하는 시간도 있겠지만 삶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유를 따지고 묻고 원망하고 슬퍼할 겨를이 없다. 게다가 인간이 모든 노력을 다한다고 해도 결과는 부정적일 수도.
항상 죽음을 자각하고 산다면 삶을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죽음 앞에 서면 삶에서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한 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죽음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알 수가 있으리 이 분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데 가끔 삶을 더 긍정하고 죽음을 기억하면서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기 위해 이 분의 비디오를 찾아봐야겠다.
어떤 이의 삶이 짧고 긴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고 여한이 없으며 타인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삶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