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전쟁을 시작해야 할까?

미니멀한 생각 5

by 사각사각

이사 온 지 이주쯤 지나서 겪은 일이다. 어느 날 저녁 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언제나처럼 집 앞에 주차 공간이 보이기에 거기에 차를 대고 집으로 올라왔다. 마침 학부모님과 수업 문제로 통화를 해야 할 일이 있어 마음이 급하였다. 막 통화를 시작했는데 누군가 문을 세차게 쾅쾅 두드렸다. 당황하여 문을 열어보니 처음 보는 낯선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 주차를 잘 못하셔서 올라 왔어요.”


통화를 하느라 약간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인사 한마디 없이 대뜸 한 마디를 하셨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통화를 끝내고 일단 다시 내려가 보았다. 일층에 음식점이 하나 있는 데 그곳에 음식을 배달하는 트럭이 서야 한다며 내 차를 빼달라고 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차를 잘 못한게 아니라 당신의 주차 공간이라 주장하는 곳에 내가 주차를 한 것이로구나!

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이라 피곤하기도 하고 은근히 화도 났으나 아무말 없이 냉랭한 태도로 차를 빼서 주변 이면도로에 주차를 했다. 나름의 소심한 저항이다. 치이~


하지만 마음속으로 계속 의문이 남아있었다. 나도 이 다세대 주택에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데 집 앞에 주차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몇 일간 계속 주차 공간을 예의주시 해보았다. 이 주택에는 일층에 음식점을 포함하여 다섯 세대가 살고 있는 데 집 앞 주차 공간은 차가 딱 다섯 대 정도 들어갈 여유밖에는 없다. 그런데 일층 음식점은 그 좁은 공간에 구역 표시를 해 놓고 두 대 정도 들어갈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이씨~ 두 대 중 하나는 염연히 내 공간이지 않은가.


이 주택 지구에는 다세대주택들이 몰려 있고 일층에는 음식점들이 한 두개씩 있다. 그래서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에는 주변의 이면도로까지 차가 꽉 찰 때가 있다. 공간만 있다면야 몇 십 미터 멀리 주차를 하는 것이 그리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집밥 생활을 하고 있어서 가끔 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보는 경우도 있어서 멀리 주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한편에 있었다.


며칠 전 장을 보고 와서 무심코 다시 빈 공간에 주차를 하였다. 일층의 아주머니가 바로 뛰어나와 얼른 차를 빼라며 소리를 높였다. 나도 은근히 부아가 나서 양손 가득한 짐을 갖다 놓고 차를 빼주겠다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음식점을 하고 있으니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거의 항상 텅 비워두면서까지 자리를 차지해야만 하는 것일까. 어쩌면 배달 트럭이 올 때만 공간이 필요한 지도 모른다. 나아참~ 게다가 매번 말을 하는 태도가 너무 신경질적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같은 주택에 사는 주민으로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있을 터인 데 어찌 저리 당당한 것일까?


사람은 말 한마디에 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천 냥 빚은 못 갚는다 해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밝은 사회는 만들 수 있다. 대체 처음 보는 사이에 왜 볼 때마다 새된 목소리를 높이는 지 어이상실.

아직 이 주차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아주머니와 소통을 좀 해보려는 생각도 있다. 적절하게 조율하여 한 공간 정도는 내어 주십사하고. 아니면 조만간 이 집을 계약한 부동산 아저씨에게 주차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해보아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냥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부분의 사소한 분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생각이 너무나 확고하다면 그것을 바꿀 방법이 없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면 도로에 얌전히 주차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내 자신의 화를 돋우는 것이 더 손해이니까. 다만 빡빡한 주차 공간을 어디에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이긴 하다. 이참에 아직 마스터 하지 못한 일렬주차 기술을 습득해야 할 수도 있다. 차가 들어갈 공간이 딱 한 대 밖에 없으면 일렬주차를 잘 못하는 편이다. 유투브에 보면 나올 것이다. 하아~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이런 저런 분쟁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가능하면 간단하고 쉽게 해결하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좋다. 할 수 있는 한 화도 줄이고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살며 장수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리 오래 못살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살다 죽고 싶다. 작은 일들에 연연하고 매달리면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 이리하여 피 튀기는(?) 주차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고 끝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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