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어제 저녁이야기이다. 참으로 스펙타클했던 어제의 저녁. 수업 상담을 마치고 저녁 여덟 시경에 집에 도착했다. 마침 저녁 시간이어서 골목은 주변 음식점에 저녁을 먹으러 온 차량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집 근처 공터를 돌아 집 앞을 돌아 주변 갓길로 가보았으나 자리가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집 앞으로 오니 가게 앞 오른쪽에 넙디 넓은 빈 공간이 보였다. 에라~ 어디 한번 주차를 해보자. 세달 전의 악몽을 잊고 겁 없이 주차를 시도하였다. 집 앞인 데 뭐 어떠랴? 가게 앞에 그 집 모닝이 보이지 않으니 괜찮지 않을까?
잠시 후에 일층 음식점 주인아주머니가 득달같이 전화를 하셨다. 냉큼 내려와서 차를 빼라고. 이미 주변 골목에 주차공간이 없음을 확인하고 왔기 때문에 오기가 생겼다. 저도 집주인이 집 앞에 주차를 하라고 했으니 하겠노라. 잠시 후 음식점 아주머니의 남편분이 뛰어 올라와 현관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쾅쾅~ 이 집에는 벨이 없는 것인가? 왜 항상 문을 주먹으로 치는 걸까? 그리고 거친 목소리로 차를 빼라고 난리였다. 화가 나서 나도 맞받아쳤다. 그럴 수 없도다. 그랬더니 차에 구멍을 내겠다 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하기에 당장 내려가지 않으면 112에 전화를 하겠다고 하였다. 아저씨는 바로 내려갔으나 손발이 떨려왔다. 혹시 말로만 듣던 싸이코 패스가 아닐까?
요즘 세상이 하도 무섭고 이상한 사람들이 출몰하기 때문에 진짜 타이어에 구멍을 내려는 건지 때려 부수려는 건지 두려움이 몰려왔다. 난생 처음으로 112를 눌렀다. 다세대에서 혼자 사는 여자들에게 범죄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인지 경찰 분은 몇 마디 현재 상황만 물어보시고 몇 분 내에 바로 도착하였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집 앞에 도착한 경찰 두 분에게 이사 온지 삼개월여 동안 겪은 주차 문제에 대해 낱낱이 고하였다. 그 전에 집주인에게도 전화하여 항변을 하였다. 요지는 이러하다. 이 집에는 다섯 세대가 살고 있다. 집 앞에는 가까스로 차를 바짝 붙였을 때 다섯 대의 공간이 나올까 말까 하다. 그러니 두 대 정도의 공간을 차지한 음식점 주인아주머니가 한 공간을 내주어야 한다. 하아~ A4용지 반 페이지 정도 더 나열할 수 있는 구구절절한 주차에 관련된 설움과 한이 있지만 한 문단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 이 집에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저 아저씨의 협박은 무섭도다. 남자라도 한명 불러서(어디서 이 남자를 한 명을 섭외해야 할지는 막막하나) 함께 주차에 대해 대화를 해야 할까 생각 중이었다. 수시로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면 여자라 무시하는 것 같도다. 조폭 같이 생긴 건장한 남자가 산다면 과연 올라올 생각이나 했으랴?”
그리고 얼마 전 이층 남자가 아침 7시 41분에 곤히 자고 있는 데 전화하여 주차된 내 차 때문에 멀쩡하게 안쪽으로 열리는 문이 밖으로 열리지 않는다 했다고 고하였다.
“문이 안으로 열리는데요?” 여자 경찰관 분이 기가 막히다는 듯 되물었다.
“뉘예 뉘예. 그리고 그 이후로 더 이상 배려를 안 하시고 현관문 앞에 주차를 하여 저는 자리를 잃었습니다요.”
(가끔 이 주택이 정신병동이 아닌가싶다)
결국 친절하시고 이제 막 경찰이 되신 듯 젊어보이시는 남녀 두 경찰분과 아래층 아주머니와 협상을 하기 위해 내려갔다. 아주머니는 막무가내, 여전히 듣고 보도 못한 무논리를 펼치며 앞으로 또 주차를 하면 내 차를 견인 하겠다 길길이 날뛰었다. 그럴 권리가 있으시다며. 아아~~~ x100.
한참이나 중재를 하던 경찰관 분도 소통 불가하여 이만하고 들어가시라 할 정도였다. 아주머니는 자리는 절대 내줄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작은 모닝으로 배달을 하고 있었다. 그 조그마한 모닝은 방금 배달을 하고 왔는지 내 차 바로 옆 빈 공간에 얌전히 주차 되어 있었고. 단지 가게 바로 앞 한 이 미터 정도에 내 차가 있어서 모닝이 그 자리에 들어와야 한다고 내 차를 바로 옆 공간으로 빼라고 한다. 한 다섯 걸음만 걸으면 될 거리를.
내 태어나 이렇게 말귀가 안통하고 안하무인인 인간은 또 세상 처음이다. 고양이와 대화를 해도 이보다는 잘 통할 것만 같다. 냐아~~옹. 칵 물어버릴라.
실세는 아주머니인 듯 남편인 아저씨는 경찰이 등장하자 주차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나오지도 않고 가게 한 구석에서 조용히 한 마디 말씀하셨으나 아주머니는 여전히 (개)소리소리 지르고 있었다. 아저씨는 나쁜 사람같지 않은 데 이 아주머니가 장벽이로구나.
아저씨는 무슨 꼭두각시? 경찰님이오시니 당당하던 꼬리를 내리고 바로 자리를 내 주겠다고. 나아~참.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게 바로 이거로구나. '아저씨여 아주머니에게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하셨소. 힘을 내소서.'
결국 아주머니가 주장하는 자리에 주차를 해보았더니 차는 들어가나 문은 열릴 수 없는 공간이었다. 뒷문쪽 반 정도만 간신히 걸쳐야 앞문을 열고 나올 수 있는 상태. 처음 해보는 거라 몰랐는데 그 동안 그곳에 주차했던 트럭이 왜 항상 앞쪽으로 나와 있었는지 이제 이해를 하였다.
다음 날 주인에게 사 개월여 동안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여 이사를 고려하고 있으니 결정되면 연락을 주겠노라 하였다. 와서 제발 한번 보고 이야기를 하시라. 주인도 자기 집에 주차가 어떤 상태로 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하도 답답하여 문자를 보냈다. 이 정도면 한번 와서 직접 보는 것이 집주인로서의 예의가 아니더냐? 카톡 단체방에서 다세대 주민들과 아름답고 정다운 대화를 나눌 시간에.
이렇게 주차 전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한 편으로 가볍게 정리하고 상큼하게 돌아오고 싶었는데. 주말에는 엄마 집에 가서 스팀이 모락모락 나올 것 같은 머리를 식히고 주차 걱정에서 벗어나 하룻밤 자고 오리라. 엄마, 보고 싶어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