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마지막 날. 문자가 하나 왔다. 개인 사정으로 과외를 그만두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자로 말씀드려 죄송하다는 문장과 함께. 더 이상 물을 것이나 궁금한 것이 없다. '알겠다'와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것으로 끝. 어떤 생각도 더 보태지 않는다 .
몇 개월전의 나였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한참을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며 고민을 했을거다. 떠나가는 연인의 바지가랑이를 잡는 것처럼 구차하게 그 생각에 매달렸을 수도 있다. 가장 처음에 시작했던 과외 회사는 과외 중단 전화가 오면 그 다음날 꼭 나에게 다시 확인 전화가 왔다. 원인 분석 내지는 질책 같은 전화가 수십 분간 이어지곤 했다. 나도 왠지 변명 내지는 핑계를 대는 기분이었다. 아무 잘못이 없었는 데도. 몇 번의 비슷한 일이 있은 후에 아마 교사 리스트에서 삭제되었나보다 더 이상 과외 제의가 안온다. 다. 행.이.다. 처음 과외를 시작한 회사에서 배운 노하우도 있었지만 이미 다른 세 곳 정도의 회사에 연결이 되어 있고 수수료 등 조건은 처음보다 더 좋은 편이다. 갈테면 가라. 흥~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타인의 결정 이유를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 성적 문제, 개인적 취향, 망설임, 결정 장애, 다른 학원과 비교 등등 과외를 시작하거나 그만두는 데는 오만 가지 이유가 있다. 어떤 이유로 시작하지 않는지 혹은 그만두는지는 내가 알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 수혜자는 어떤 선택이든 할수 있으니까. 쿨하게 잊고 새로운 과외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항상 자기 반성은 필요하다. 일에 있어서 전문가 다운 태도도 있어야한다. 하지만 내가 할 바를 성실하게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 없이 다했다면 결과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한다. 이것은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과외를 하면서 인생 진리를 여러 번 되새긴다. 가는 과외 잡지 말고 오는 과외 막지 말자. 혹시라도 간당간당한 밥줄이 끊길 까봐 과외 다반사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발행을 자제하고 있다.
사람이 걱정하는 문제들의 10%정도만 실제 걱정해야 할 일이라는 연구 결과를 본적이 있는가? 정확한 퍼센티지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의 대분분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 실제 일어났으나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일, 나머지 10%만 실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과외의 경우는 실제 일어났으나 통제 밖의 일이다. 우리는 쓸데없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하면서 짧은 인생을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이다. 걱정에 대한 분석을 하고 통계치를 내고 계산을 하였으니 거의 정확하리라 본다. 머리 속으로 걱정만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되고 문제는 해결을 하면 되는 것이다.
'걱정을 한다고 너의 키를 한자라도 더할 수 있느냐 들에 핀 꽃이나 하늘의 새를 보라. 무엇을 먹을지 입을지 걱정하느냐? 하나님이 사랑하는 인간을 먹이시지 않겠느냐?'(성경말씀 인용. 너무 많이 먹이시는 듯)
팔십이 넘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하는 삶에 대한 조언도 더 삶을 즐기고 더 자주 웃고 더 행복해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이른 사람들이 더 시간을 내어 걱정이나 고민을 하고 더 가열차게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미련이 없음을 새겨들어야 한다. 팔십이 되기 전에 빨리 인생의 진리를 깨달아 남은 생이라도 즐겁게 살자!
무심하게 다시 새로운 일을 제안하는 전화를 받거나 숨고(숨은 고수라니 )앱을 켜고 과외를 찾는 사람에게 프로필을 보내면 된다. 벌써 새로운 과외 문의 문자가 와 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은 보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택을 한다. 무슨 이유로 똑같은 내가 선택이 되고 안 되는지 그 모호하고 알수 없는 기준을 나도 모르겠다. 밥을 먹듯이 끊임없이 지원을 하면 되는 일은 되고 안 되는 일은 안 된다. 프리랜서의 숙명은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는 지구력을 가지는 것.
역시 인생은 운칠기삼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실제로 운이 좋아 이루어지는 일들도 꽤 있다. 매일의 노력이 쌓여서 이루어낸 일이지만 운도 상당히 작용을 한다. 지금은 하나의 과외가 끝났으니 하나를 더 채워넣으면 된다. 인생의 해법이 의외로 단순하지 않은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한국은 넓지 않으나 과외 자리는 쏠쏠이 많다.
맛난 치즈 핫도그를 먹으며 오늘도 왼전하게 행복한 오후를 누릴 것이다. 말리지 마셔라.
치즈 핫도그는 정말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