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기술?

미니멀한 관계

by 사각사각

나는 밀당이라는 단어가 싫다. 밀당이라니 좋으면 좋은 것이고 싫으면 싫은 것이지 밀당이라는 행동은 도무지 왜 하는지 모르겠다. 남자의 사주를 타고 나서 직진 본능밖에는 없다. 끓어오르는 사냥 본능도 있는 것 같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이십대부터 다짜고짜 힌번 나오라며 불러내곤 하였다.


하~그래서 흑역사를 많이 쓰고 채이는 횟수가 많은 것일 수도 있다. 개인의 역사이니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나 혼자 창피하면 된다. 하지만 확률로 보면 반대로 잘될 가능성도 높지 않은가? 인생은 어떤 일이든 시도를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 처음의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믿거나 말거나 계산은 해본 적이 없다만 확률은 반반. 갑자기 울적해지는데 이십대에는 지금보다 확률이 확실히 높았던 같기도 하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하였다.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이지만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한번 단도직입적으로 불러내어 마음을 떠보는게 좋다. 내 주변에는 항상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나에 대한 마음을 알아 낼 것이냐 전전긍긍하며 마음을 졸이는 인간들이 많았다. 직진 본능이 있는 남자가 먼저 불러내지 않으면 이미 인연이 없는 틀어진 사이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답은 하나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불러내라. 분위기를 보아 관심이 없는 듯 하면 가볍게 불러낸 것처럼 가장하여 즐겁게 밥이나 먹고 차도 마시고 헤어지면 된다. 인생이 참 단순하지 않은가? 원래부터도 미니멀하게 태어난 못 말릴 인간이었다.


또 하나는 '여자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라는 명제도 의문이다. 논개라도 되어 왜관을 꼬셔내어 나라를 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없는데 무슨 애교란 말인가? 무신의 사주에는 애교도 없다고 나온다. 사주 보시는 분이 애교 학원이라도 다녀서 사주에도 없는 애교를 개발하라 충고했건만 추호도 관심이 없다. 애교는 무신의 기분을 잘 맞춰주면 자연스럽게 나올 때도 있다. 이거야 말로 논개가 아니라 왜관으로 태어난 셈일세.


하지만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애교를 부리거나 하는 일은 체질에 안 맞는다. 괜한 짓을 하다가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수도. 성향 자체가 꺽어지기는 하나 구부러지진 않는다! 기분 나쁘게도 들어맞는 사주팔자의 타고난 성격 때문에 어느 정도 믿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부록으로 유투브에서 별자리 운세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사주팔자를 보러 갔을 때 은근히 관심 있던 분과 내 사주가 잘 맞는다며 잘해보라 그리 종용하여 그 분에게 내가 고백 비스무리하게 했다가 단칼에 차인 에피소드가 있다. 이러하니 사주팔자도 믿을 것이 못된다. 사주란 여러 가능성이 있는 문장들을 무작위로 던져놓고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리는거다.


아~생각하니 또 혈압 오른다. 수 개월동안 좋아한다고 욕망이 있네 없네하며 난리더니 그 새를 못 참고 불러내어 고백을 하는 순간 제 발로 걸어 나와 대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는 듯 정색을 하다니. 또한 밀당이냐? 이렇게 밀당이 사람 잡는다. 밀 것이면 당기지 말아야지. 한 인간을 천하의 눈치 없는 바보로 만들면서 전혀 당긴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다니. 에잇~ 퉤퉤.


아~그노무 사주팔자 풀이 때문에 잘되리라 더 굳게 믿었었는데. 다만 사주는 앞으로의 연애사는 틀렸지만 타고난 성향은 신기하게도 맞는 부분이 있었다.

어제 유투브에서 들은 바로는 올해 일생의 소울 메이트를 만나는 운세라 했는데. 어디 한번 믿어보자. 사주팔자도 어느새 불운한 것은 싹 잊고 믿고 싶은 것만 마음대로 골라 믿는 제멋대로된 인간이다.


어디다 대고 이런 푸념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수업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한번 써보는 거다. 인생은 단순유식하게 살아야 한다. 시간이 유수같이 흐르고 있는데 밀당같은 쓸데없는 짓에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중년이 넘어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인생이 짧지도 길지도 않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자각하면서. 그 중 젊고 파릇파릇한 시절은 하루하루 불을 켠 촛농처럼 빠르게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밀당이란 어느 사전에도 없으나 그래도 자존심은 쓰잘데없이 강하여 일단 한번 무시를 해보겠다. 어찌 나오는지 한번 두고 보려고. 먼저 연락을 안하면 연락이 올 수도 있겠지. 안 온다면 십중팔구 또 인연이 아닌 것이다. 아하~ 이것이 밀당이로구나. 사십 평생에 드디어 처음으로 오묘한 밀당의 기술을 터득한 것인가.


어쩌면 밀당을 적당히 해야 인간으로서의 매력이 훨씬 더 넘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이 무엇이든 쉽게 얻으면 과정이 재미가 없거나 얻어낸 것의 소중함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니면 과감히 포기하고 더 늦기 전에 다른 사냥감을 찾아나서리라. 초원의 한 마리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으윽~한떨기 여리여리한 꽃사슴이 되고 싶으나 사주를 잘못 타고난 하이에나이다.


사실 누가 봐도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봐야 할 상황이긴 한다. 늙어갈 수록 자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더 초초해진다. 자, 다시 도를 닦을 시간이다.

밀당은 고양이보다 못한 인간이다. 어쩌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