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건 무엇일까?

미니멀한 생각

by 사각사각

수업 상담을 하였다. 기초 영어 회화를 배우시려 하는 분이었다. 사업체을 운영하시고 솔직담백한 성격에 화통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육십이라는 나이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게 자연스러운 긴 생머리를 하고 계셨다. 젊은 시절부터 고생을 하여 속은 골병이 다 들었다고 하시는데 겉은 아직 나이보다는 십년은 젊고 생생해 보이셨다. 다만 등이 시리시다고 철이 한참 지난 털이 있는 조끼를 입고 계시는 건 제외하고. 여기에서 발견하는 한 가지 희망은 부단히 력을 하면 육십이 되어도 그렇게 폭삭 늙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외로 육십 대의 수강생을 만나는 건 두 번째이다. 육십 대에는 가정을 이끌어가며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온 시절을 돌아보며 조금은 억울해지고 남아 있는 인생의 시간을 헤아려보는 때이다. 이제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공부를 시작하시는거다.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기본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은 아니다." 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는 것도 예전에 가르쳤던 분과 비슷하셨다. 또 잘못 짚어서 프리 토킹을 하는 어려운 교재를 가져갈 뻔 했는데 다행히도 잊어버려서 집에 놓고 갔다. 꾸지람 들을 뻔. 이루어 놓은 사업체도 번듯하게 훌륭하시고 아직은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으시다고 하셨다. 아~ 반갑지 않은 백세 시대에는 일도 오래오래 환갑이 되어도 해야 한다!


육십이란 분명히 노년이다. 이제 마지막 청춘을 혼신을 다해 불태워야 할 시기인 것이다. 혹시 아직 이루지 못한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한시가 급하니 하나씩 이루어 내야만 한다.


엊그제 건강검진 결과에서 갑작스럽게 고혈압을 통보받고 울적해졌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 지병이 생기고 있는데 하나를 더 보태니 기운이 빠진다.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성인병인데. 나름대로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도 편안하고 꾸준히 운동도 하고 식단도 관리하는데 왜 속은 끊임없이 불편하고 자꾸 이상이 생기는걸까? 약을 먹고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하면 해결이 되겠지만 아직 노화의 시작점을 받아들일 마음 자세가 안되었다. 게다가 오늘은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소화불량으로 더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쳐지고 있다.


밖에 비가 추적추적 구슬프게 와서 그런걸까? 위와 대장 내시경 다 이상이 없었는데 대체 왜 이럴까? 또 다른 무서운 병인가?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불길한 상상을 하게 된다.

에구구~ 에미야 방에 보일러 좀 틀어라 (ㅋ)


주말에 큰 서점에 나가봐야겠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여행을 가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적당한 영어 교재를 찾아봐야 한다. 육십이 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바라고 원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자. 코로나가 끝나면 이 분께서 외국에 여행가서 신나고 자신감 넘치게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게 되시길 기원한다. 브라보 유얼 라이프!


이 시점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부르고 싶어진다. 이미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몇 번 불렀지만.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나의 인생을 위해~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연 찬란한 미래가 올 것인가? 참으로 의문이네.


어째 내가 더 늙은 것 같은 건 단지 느낌일 뿐인가(ㅎ)

인생은 바로 지금부터! Now and here ^^

https://youtu.be/incePhUI96g

(봄여름가을겨울 -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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