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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16. 2021

나이가 든다는 건 무엇일까?

미니멀한 생각

수업 상담을 하였다. 기초 영어 회화를 배우시려 하는 분이었다. 사업체운영하시고 솔직담백한 성격에 화통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육십이라는 나이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게 자연스러운 긴 생머리를 하고 계셨다. 젊은 시절부터 고생을 하여 속은 골병이 들었다고 하시는데 겉은 아직 나이보다는 십년은 생해 보이셨다. 다만 등이 시리시다고 철이 한참 지난 털이 있는 조끼를 입고 계시는 건 제외하고. 여기에서 발견하는  가지 희망은 부단히 력을 하면 육십이 되어도 그렇게 폭삭 늙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외로 육십 대의 수강생을 만나는 건 두 째이다. 육십 에는 정을 이끌어가며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온 시절을 돌아보며 조금은 억울해지고 남아 있는 인생의 시간을 헤아려보는 때이다. 이제 남은 생은 나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공부를 시작하시는거다.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기본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은 아니다." 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는 것도 예전에 가르쳤던 분과 비슷하셨다. 또 잘못 짚어서 프리 토킹을 하는 어려운 교재를 가져갈 뻔 했는데 다행히도 잊어버려서 집에 놓고 갔다. 꾸지람 들을 뻔. 이루어 놓은 사업체도 번듯하게 훌륭하시고 아직은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으시다고 하셨다. 아~ 반갑지 않은 백세 시대에는 일도 오래오래 환갑이 되어해야 한다!


육십이란 분명히 노년이다. 이제 마지막 청춘을 혼신을 다해 불태워야 할 시기인 것이다. 혹시 아직 이루지 못한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한시가 급하니 하나씩 이루어 내야만 한다.


엊그제 건강검결과에서 갑작스럽게 고혈압을 통보받고 울적해졌다. 안 래도 여기저기 지병이 생기고 있는데 하나를 더 보태니 기운이 빠진다.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성인병인데. 나름대로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도 편안하고 꾸준히 운동도 하고 식단도 관리하는데 왜 속은 끊임없이 불편하고 자꾸 상이 생기는걸까? 약을 먹고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하면 해결이 되겠지만 아직 노화의 시작점을 받아들일 마음 자세가 안되었다. 다가 오늘은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소화불량으로 더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쳐지고 있다.


밖에 비가 추적추적 구슬프게 와서 그런걸까? 위와 대장 내시경  이상이 없었는데 대체 왜 이럴까? 또 다른 무서운 병인가?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불길한 상상을 하게 된다.  

에구구~ 에미야 방에 보일러 좀 틀어라 (ㅋ)


주말에 큰 서점에 나가봐야겠다. 기초부터 차근차배우고 여행을 가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적당한 영어 교재를 찾아봐야 한다. 십이 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바라고 원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자. 코로나가 끝나면 이 분께서 외국에 여행가서 신나고 자신감 넘치게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게 되시길 원한다. 라보 유얼 라이프!


이 시점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부르고 싶어진다. 이미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몇 번 불렀지만.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나의 인생을 위해~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연 찬란한 미래가 올 것인가? 참으로 의문이네.


어째 내가 더 늙은 것 같은 건 단지 느낌일 뿐인(ㅎ)

인생은 바로 지금부터! Now and here ^^

https://youtu.be/incePhUI96g

(봄여름가을겨울 -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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