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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14. 2021

쑥을 뜯고 싶다.

미니멀한 생각

오늘도 하늘이 맑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란 것이로구나. 지각색의 하얀 몽실몽실한 구름이 있는게 더욱 다채롭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긴 하나 파란 하늘만으로도 마음은 충만하게 꽉 차오른다. 여백의 미가 있는 하늘이다.  


꽃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바닥 가까이에 핀 얼핏 보면 눈에 띄지도 않는 은 꽃도 놓치지 않으려 허리를 숙여서 사진을 찍었다. 가녀린 예쁜 생명을 피워 낸 기특한 녀석들.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찍어서 결과는 별로라도 잠시라도 멈추어 꽃을 자세히 여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산책을 하니 마음이 착해졌는지 '결정 장애가 있냐?'라는 글을 쓰려다가 자연 예찬으로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곧 쓸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마음에 파문 하나 없는 잔잔한 호수같은 사람이고 싶네. 다 내게로 오라. 편히 쉬라.


쑥은 아무곳에서나 잘 자라는 잡초같은 풀이다. 언젠가 잡초 중에 먹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하여 검색을 하여 마침 텃밭에 무수히 자라고 있던 이름이 생각 안나는 어떤 풀을 뜯어서 먹어보았는데 영 맛이 별로 였다. 일부 잡초를 사람들이 안 먹고 뽑아 버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껏 요리를 한 수고도  찾을 정도로 맛이 없다.


 쑥은 잡초치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식물이다. 어린 시절에는 봄이면 할머니나 어머니가 쑥을 뜯어서 쑥된장국을 끓여주셨는데 이제 혼자 사니 향기로운 쑥국을 끓여줄 사람이 없구나. 하릴 없이 길가에 자라는 쑥을 뜯어서 손가락으로 비비고 향을 맡아보았다  역시 톡 쏘면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알싸한 쑥향은 참 좋다. 쑥을 먹으면 몸에 정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마음도 진정이 되는 느낌이. 


쑥을 조금이라도 뜯어서 고 싶지만 직접 캘 정도로 먹고 싶은 욕망이 강하진 않다. 도시 공원 한편에 쭈구리고 앉아서 혼자 쑥을 으면 영락 없이 중년의 아줌마 같을 것이다. 이미 정서가 아줌마 같기는 하나 아줌마 소리는 또 죽어라 듣기 싫어하니 외모는 늙어가도 영원히 소녀 같은 마음이고 싶다. 쓸데 없는 담소라도 나누며 시름없이 쑥을 뜯을 친구라도 하나 있으면 모를까. 쑥국의 향이 그립지만 아직 혼자 쑥을 뜯을 정도는 아니다. 봄이면 마트에서 가끔 쑥을 팔기도 하던데 그것을 사다 끓이면 추억의 그 맛이 날까?


한동안 텃밭을 가꾼 이 있었다. 도시에서 태어난 자로서 눈꼽만한 씨앗을 뿌리면 갑자기 땅에서 식물이 쑤욱 자라나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리고 그 식물을 먹을 수 있으니 더욱 보람찬 일이었다. 텃밭에 심취한 한동안은 봄을 맞아 길가에 핀 잡초가 다 먹을 수 있는 식물로 보였다. 침이 온다. '맛.있.겠.네.'이러면서.


땅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딴 상추는 마트에서 사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아삭아삭 보들보들 신선함 그 자체! 땅에서 싹을 틔워내는 식물을 보면 단단한 흙을 뚫고 자라나오는  원초적인 힘찬 생명력한껏 느껴진다. 텃밭의 열매를 따면서 원시의 흙에 향과 어우러진 각종 채소의 독특한 향기에 취한다.


어쩌면 인류 최초의 인간들의 후손으로서 채집의 본능이 살아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뙤약볕을 받으며 땅에서 자라는 오이, 호박, 가지 등 채소를 한아름 따고 있으 손 가득 부자가 된 것 같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귀찮음을 무릎쓰고 채소들이 간밤에 얼마나 자랐는지 매일 텃밭에 가서 들여다 보게 되고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애써 끙끙 대며 물조리개에 물을 한가득씩 날라서 주게 된다. '목말라 죽어가는  사랑스러운 식물들을 살려내야 한다.' 자연의 가르침을 받으며 날마다 도를 닦고 한낱 인간의 힘으로 물대기도 지쳐서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게 된다.


언젠가는 아주 조그만 한 두평의 텃밭을 가꾸고 싶다. 아무 욕심 없이 그날 먹을 만큼만 채소를 수확하면서 어머니땅에서 자라나오는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고 채소의 건강한 에너지를 이어 받고 싶다. 그 때쯤이면 혼자라도 쑥을 뜯을 기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누가 쳐다나 보랴.

오늘도 평안한 날 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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