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과외 인생 17화

이석증, 고양이 그리고 서점

미니멀한 생각

by 사각사각

이석증이 찾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벽과 천장이 누군가 마구 흔들고 있는 듯 심하게 빙글빙글 돈다. 아~또 이석증이 왔구나. 이석증이 찾아 오는 원인은 잘 모르지만 한번 시작되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건 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고 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조금씩 정도가 약해지면서 다시 사라진다.


귀에는 이석이라는 평형을 유지해주는 기관이 있다. 이것이 떨어져서 귀 속을 움직이면 어지러움증이 생기게 된다. 이비인후과에 가면 철제 침대에 누워서 몸을 고정한 후 이석이 원래의 위치로 가도록 이석증이 온 방향으로 힘껏 몸을 돌린다. 그러니 집에서도 누워서 머리를 이리저리 반대방향으로 세게 돌리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된다. 어느쪽인지 잘 가늠이 안되기는 하나. 병원에 가기도 귀찮다.


아침에 수업이 하나 있는데 취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 가야 겠다. 머리를 아래쪽으로 숙이면 어지럽기 때문에 똑바로 서서 머리를 감았다. 어지러움이 심해지니 메스꺼운 증상도 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아침밥도 먹었다. ~


은근한 어지러움증이 계속 되었지만 수업을 하던 아이와 떡볶기를 사다 먹으니 좀 나았다.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떡볶이처럼 적당히 맵고 오랫동안 끓여서 퍼지고 달달하고 쫄깃했다. 신당동 추억의 즉석 떡볶기처럼 쫄면도 한껏 들어가서 더 맛있었다. 한동안 떡볶기를 먹고 싶었는데 오랫만에 먹으니 치료 효과가 있는 듯.


먹을 것을 줄 때만 가까이 다가오는 이중인격자인 치사하고 앙큼한 고양이 녀석과도 조금 놀았다. 부드러운 털이 만지면 매끄럽고 기분이 좋아져서 먹이로 유인하여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가끔 멀쩡히 있다가도 물거나 할퀴기 때문에 허락이 되는 머리만 조심스럽게 만져야 한다. 튜브에 들어있는 점성이 있는 먹이를 주니 혀로 핥아 먹는데 조그만 혀가 름거리는게 따뜻하고 느낌이 좋았다.'


튜브를 꾹꾹 눌러 짜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정하게 혼잣말을 하면서 주었다. '작은 생명체가 먹고 살겠다고 애를 쓰는구나.' 제 먹을 것만 옹골차게 먹고 또 한걸음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는 고양이에게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며 혀 짧은 소리로 애교를 부리며 불러보았다.


"냐옹 냐아옹. 이리와."(아~쌀쌀맞은 고양이를 꼬셔 내려니 인간에게도 안 나오는 애교가 절로 나오네)

' 엄마 행세를 하며 되도 않는 고양이 소리를 내는 저 이상한 인간은 누구인가?'(고양이의 속마음)

가소롭고 의심스러운 뚱이 쳐다만 볼 뿐 가까이 오질 않는다. , 이제 고양이에게도 차이는 건가.

너는 뭔데 고양이 소리를 내니? ^^
인간은 재미가 없으니 바깥구경이나 할란다.^^

아, 불러도 대답 없는 고양이여. 간식을 얻어 먹었으니 누워서 하얀 배를 보이며 치명적인 귀여운 몸짓을 하기는 하지만 가까이 와서 옆에 눕거나 안겨주지는 앉는다. 고양이는 시종일관 개인주의며 인간에게 별 관심이 없고 지조가 있는 동물이다. 흥, 쳇. 왜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는 지 알 것 같다.


개처럼 무작정 달려들거나 하지를 않고 안달나게 밀당을 잘 하는 데 타고난 게 깜찍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치켜뜨는 눈빛도 매력적이고 아주 도발적이다. 벌러덩 누워서 팔만 포개고 있어도 때가 되면 인간이 제 손으로 맛있는 걸 갖다 바치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니 고양이 팔자가 제일 부럽고만. 아무리 봐도 네 팔자가 나보다 백번 낫다. 바꾸자 우리.

내 치명적인 귀여움을 좀 보렴...

수업이 끝나고 실로 몇 달만에 큰 서점에 나와 봤다. 상가 여기저기에 세를 주려는 빈 공간들이 보이고 평소에는 책을 사려는 가족들로 북적북적하던 서점인데도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하다. 날씨도 수상한 바람이 불며 스산하고 코로나로 인해 나날이 세상이 텅 비고 쓸쓸해지는구나.


초급 영어회화책을 구매하였다. 음, 잘 가르쳐봐야지. 하지만 늘 중요한 건 수강생이 얼마나 공부에 의지가 있느냐이다. 인간은 자기가 필요한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흥미가 없으면 원하는 만큼 성과가 나질 않는다. 영어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습득이 안되는 법이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중요한 건 얼마나 절실한가이다. 서바이벌 영어를 하시면 서서히 구사력이 늘어난다.


스스로 원하는 것은 누구나 목숨을 걸고 하지 않는가?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없어도 행복해지려면 삶에 집중과 몰입을 할 대상이나 일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또 고양이와 함께 소중한 주말이 무심하게 흘러가는구나.

고양이와 주말을... ^^
어디를 또 핥아볼까?
자꾸 만지면 물어버린다 / 내 옆모습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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