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과 중2병에 대해서 논해 보았다. 이 아이는 지금 고등학생인데 자기도 중2병이 아주 '쎄게' 왔었다고 강조하였다. 소위 '노는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어울려 다녀서 본인까지 이미지가 안 좋았었다고. 현재 이 아이는 중2병을 모두 극복하고 중3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여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아주 모범생으로 멀쩡하게 꿈을 키우고 있다.
갑자기 말문이 터져서 꽤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환장하는 교사 생활 하던 당시의 상상불가한 경험담과 더불어. 교사 생활을 십 이년을 했으니 한 삼박 사일 떠들어야 끝나는 기가 막히는 스토리들이 있다. 게다가 학교도 매년 새롭게 계약을 했으므로 남녀공학, 공고, 정보고, 남고, 여고, 시골 학교 기숙사 사감 겸 영어교사(이건 대체 뭐?) 삼 개월을 근무해보고 인성이 극도로 피폐해져서 깔끔하게 때려치운 후 다시는 무서워서 지원하지 않았던 중2병이 창궐하는 중학교 등 여러 곳에서 근무했었다.
학교는 인간들이 많다 보니 다양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곳이다. 현재 얻게 된 달관 내지는 해탈의 경지와 도는 거의 여기서 닦았다고 보면 된다.
각설하고 중2병이 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하였다. 아마도 호르몬이 변화되고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본인의 의견이 분명해지기 때문에 어른들이나 학교 제도와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일 게다. 아직은 또 세상의 부조리함을 잘 모르므로 젊은 혈기에 더하여 모든 주변 일에 불만이 생기게 된다. 아이의 말로는 그저 부모님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한다.세상 단순한 이유가사람 잡는다!
나의 경우에는 중2병이 대학교 때 온 것 같다. 물론 그전에도 살짝 왔겠지만 우리 세대에는 감히 학생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교문 앞에서 귀 밑 오 센티미터였던가 머리 길이를 재고 하던 시절이었으니. 남자분들은 머리를 가위를 든 선생님에게 잘리기도 하지 않았나? 지금은 이러한 학생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가는 경찰서에 신고당한다.
(아~ 너무 나이 들어보여서 더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하여 나의 중2병은 꾹꾹 깊숙히 눌려져 있다가 마침내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마주하는 주체할 수 없는 자유를 만나 폭발한 것 같다.
대학 시절에 진정 원없이 놀았다. 술도 원없이 마시고 선배, 친구들과 여행도 원없이 다니고 결코 자랑은 아니나 마음껏 방탕하였다. 그 때 좀 더 공부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후회가 되기도 할 정도로 노는 비중이 컸다. 그 시절에는 또 그렇게 학생들이 공부나 취업에 매달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지각있고 똑똑한 친구들은 편입,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등등을 준비하여 성공하였지만 실컨 놀기만 하였다. 3학년 무렵에 약간 정신 차려서 공부도조금은 했지만. 훌쩍.
문제는 당시에는 교사가 꿈이 아니었고 비즈니스 우먼이 되고 싶었다. 참 내. 그래서 졸업하고 무역 회사에서도 근무하다가 일을 너무 많이 해야 하고 딱히 멋도 없는 무역인의 현실을 깨닫고 다시 학교로 갔다가... 이력이 아주 화려하다.
그렇다고 그 시절이 그렇게까지 후회가 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은 일생의 한번은 중2병이 와야 하는 것 같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것처럼이것이 더 늦게 오면 올 수록 문제는 커진다. 착실하게 일평생을 살다가 만약 결혼을 하여 늙은 중2병이 와서 갑자기 밖으로 나돌며 놀고 싶고 바람을 피우고 돌아다닌다거나 하면 더 심각하지 않은가? 나이가어린 것도 아니요 더 봐주기가 힘들다.
엄청난 논리의 비약이지만 그래서 젊었을 때 많이 연애도 해보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나 연애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뒤늦게 한참 후 결혼 생활을 하다가 다른 사람을 사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모두 실천에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일 뿐이다.
이전에 중매로 일찍 결혼한 너무도 참하게 생기신 분이 남편 말고 다른 남자는 어떨까 하는 도발적인 발언을 하여 마음속으로 꽤나 놀란 적이 있다. 상상만 하는 것 같았지만 굉장히 구체적인 내용이었으나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노라. '이미 너무 늦으셨사옵니다.'
아뭏든 중2병이 고등학생 때 오면 더 문제가 된다. 고등학생은 이미 성인의 길로 가고 있는 때이고 대학 입시가 코 앞에 다가와 있다. 이 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맛'을 늦게 알게 되어버리면 정말 답이 없다.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요즘 청소년들은 상상을 초월하여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오토바이 타고 화장하고 문신하고 성인처럼 연애도 한다.오토바이 타고 담배를 멋들어지게 꼬나물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등교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고 머리가 아프고 다른 반 일진 아이면 슬며시 못 본척 하고 싶어지는 장면.
들어 보니 내가 학교를 떠난 몇 년 사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팔 다리에 눈에 띄는 문신까지는 없었건만. 교사도 멘탈이 강해야 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러하니 마음을 터놓고 깊은 대화를 하여 학생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이 '노는 무리'에 휩쓸리게 되면 참 큰일이다. 얼른 빠져나와 입시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일생을 전체적으로 보아 일 이년대학 입학이 늦어진다고 무슨 대수일까마는.
'공부에도 때가 있다.' 라는 말이 있다. 평생 교육 시대에 이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부는 고개를 끄덕거리게도 된다. 대학시절 공부를 더 가열차게 하지 않은 것에 일말의 후회는 있으므로.
아무리 백세 시대라지만 인간은 공부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다. 점점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생물학적으로도 불가해지는 시기가 온다. 이러하여 중2병 걸린 것 같은 학생에게 직설적으로 잔소리를 하였다. "빨리 중2병을 치료하라. 입시가 낼 모레이니라."
제발 세상 제일 잘난 것처럼 건들거리거나 잘난체 하거나 틱틱거리지 말고 묻는 말에 무조건 모른다하지도 말고 대답을 똑바로 하라. 내 카톡 씹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