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과외 인생 16화

감자튀김과 고양이

그래도 감자튀김은 맛있지

by 사각사각

아침 열 시에 수업을 하러 갔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는지 그리 괴롭지도 않다. 어젯밤 엄마 집에 와서 그릭 요거트에 샐러드며 잡곡밥, 전복과 가자미 구이등 건강식을 잘 얻어먹고 푹 자서 인것 같다.

한 시간 전에 출발하여 삼십 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아파트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했다. 단지가 꽤 크고 오래 되어서인지 아파트 곳곳에 갖가지 예쁜 꽃들이 이리 오라 손짓을 했다. 꽃집을 해야 하나 색색의 꽃과 나풀거리는 나비가 이리 좋을 수가. 꽃,나무,자연물 사이를 걷다보면 시끌시끌한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한 자연에 스며든다.

오매 이쁜 거

아이는 오늘도 뺀질거리고 틈만 나면 딴짓이었다. 급한 마음과 화를 가라앉히고 천천히 조금씩 해야 한다. 가끔은 아이의 성향이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끌고 가려 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내 페이스를 따라 오지 못하고 계획한 만큼 진도가 안 나가면 화를 내기 시작하고.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차근차근 아이에게 맞추어 이해를 하는지 확인하고 칭찬과 미소를 적절히 섞어 수업을 해야 효과도 있기 마련이다.


아이는 불면증이 있으시다며 자다가 수업 시간이 되어 겨우 일어났고 배도 고프다고 하였다. 고픈 건 나도 못 참으니 무언가를 얼른 드시라 하였다. 아이는 커다란 봉지에 든 감자튀김을 에어프라이어에 쏟아 넣고 십 오분간 돌렸다. 잠시 후 가지고 온 감자튀김은 넙적한 접시에 산처럼 수북하였다.


아~이러니 이 아이도 하루가 다르게 살이 무럭무럭 찌는 거구나. 하지만 트랜스 지방이고 뭐고 감자튀김은 최애 음식 중 하나이다. (입맛이 저렴하다!) 햄버거집에 가도 단품은 쳐다도 보지 않고 늘 영롱한 감자튀김이 존재하는 세트만 먹는다. 이건 정말이지 단호히 고개를 돌리고 외면할 수가 없는 음식이건만.


결국 아이와 아주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산더미같은 감자튀김을 원없이 먹었다. 좋아하는 걸 먹으니 속도도 겁나게 빨랐다. 멈출 수가 없는 매콤하고 짭짤하고 기름지고 바삭한 감자튀김의 환상적인 맛. 얇은 것이 더 빠삭하니 어쩌니 이런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며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접시를 싹 비웠다. 건강식으로 클렌징을 한 몸에 감자튀김을 가득 채우다니. 이렇듯 인간의 의지란 사소한 것들에 쉽게 무너진다.

감튀는 사랑

고양이에게도 게맛이 난다는 추르를 굳이 손가락에 묻혀서 주었다. 고양이의 까끌까끌한 혀가 느껴졌다. 이 녀석은 배가 부르면 먹다가도 고개를 획 돌리고 가버린다. 인간보다도 식욕을 더 잘 억제하는 고양이라니. 비만 인간으로서 부끄럽도다.


배가 부르신 듯 하여 깃털 달린 낚시대를 흔들어 놀아드렸다. 이것도 깃털을 한두 번 물다가 하기 싫으면 베란다로 도망가버리신다. 잠시 신경을 끊고 수업을 하면 어느새 슬그머니 다가와 바닥에 누워 좌로 뒹굴, 우로 뒹굴하시며 애교를 시전하신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이신지 애교 타임도 짧게 끝내시네. 오라 오라 노래를 불러도 안오다가 한참 모른 척 하면 인기척도 없이 슬쩍 와서 고개를 빼꼼 들이대는 고양이님. 나는 아무 것도 모르요 하는 세 살 아이같은 순진한 눈빛. 매력 덩어리.

애교로 옆 구르기 ^^

이렇게 평화로운 하루였는데 날벼락 같은 타이어 펑크로 다이나믹하게 마무리하고 집에 와서 쓰려졌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한 주말의 따뜻하고 좋은 시간들!

가족과 띠뜻한 시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