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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22. 2021

목요일의 아로마 테라피

소설과 에세이 사이

미리 정해수업 시간이 삼 십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수업은 바틋하지 않고 오후이므로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삼십 분 정도는 더할 도 있을 것이다.' 습관대로 살짝 시간을 체크해보면서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업에 매우 열중하고 다. 한시간 반의 시간이 지나고 끝날 시간임을 알려주면 "벌써요?"라며 아쉬워한다.  


그녀는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우지 못한 한을 육십이 된 이제야 다 푸는 것 같았다. 학구열이 넘치고 지적 호기심이 있으신 편. 학생이 이토록 열정적으로 배움을 원하면  어느덧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가르치는 자는 우는 자가 즐거워하고 수업에 몰입하며 열심을 보이는 가 가장 보람차다. 그리하여 수업은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그녀의 사무실에는 항상 테이블 위에 수증기를 뿜어내는 가습기가 켜져 있고 아로마 향이 가득차 넘실댄다. 처음에 이 방에 들어왔을 때는 이곳은 한약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강한 약재 향이 났다. 수업 중에 어쩌다 아로마 테라피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드문드문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단어를 사용하여 그간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나는 지금까지 늘 부족함을 느꼈을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부모님께  감사를 하지는 못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정규 학교 과정을 쳐 대학까지 나온 배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선생님도 어렸을 때 학교에서 우지 못했으면 나하고 같았을 거야." 라는 말에 좋은 부모님 밑에게서 태어나 대학까지 학비를 편안하게 지원받지식의 욕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을 다시금 깨우치 새삼 감사하게 되었다.


그녀는 번듯한 기업의 대표이다. 배움이 중요하다지만 결국은 벌어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면 계산을 해보자면 나보다 훨씬 나은게 아닐까 싶다. 변변치 못한 남편을 만났지만 아이들 셋을 모두 가르치시고 한 사업체의 대표 자리까지 올랐으니 존경스럽기만 하다. 수십  동안 일하며 고생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경성 통증 증후군을 앓으셨다 한다.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 된 아로마 테라피로 그 병을 고치게 되셨다니 사뭇 솔깃해졌다. 여기 저기 부실한 몸에 어디 한번 특효가 있는 아로마 오일을 처방해볼까나. 그녀는 병원에 가도 낫지 않던 다리부터 이어지는 전신의 통증을 천연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 하는 것으로 나으셨다고 한다.


오일병들모아놓은 가방에는 여러 종류의 갈색 병들이 빼곡하고 즐비하다. 익히 알고 있는 레몬, 페퍼민트 부터 아직 이름도 외우지 못한 처음 들어 보는 오일들까지 스무개 남짓한 병이 나란히 들어차 있었다. 꽃과 풀향기 가득한 천연 오일들몇 밀리 안 되는 조그만 한 병의 가격도 꽤나 비싼 것들이었다.


'향수'라는 영화를 보면 장미향 한 병을 얻기 위해 커다란 투명한 증유기에  트럭은 될 만한 양의 장미꽃잎을 가득 넣고 오랜 시간 증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마무시한 재료의 양과 증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향수의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향수 혹은 사랑에 대한 갈구에 미쳐서 결국은 여자들을 한명씩 살해하여 그녀들이 가진 독특한 향을 추출해 낸다는 기괴하고도 끔찍한 내용이지만, 이상하게 끌리며 음산한 영화 전반을 통해서 향이 얼마나 인간을 매료시키는지 탐색하며 공감하게 된다.


손목에 떨어트려주는 각각의 향을 하나씩 맡아 보니 온갖 몸의 병이 치료되고 심신에 무한한 안정이 올 것만 같았다.  시간이 넘게 시향을 하고 향에 대한 열정적인 강의(?)를 들은 후 엄지 손톱 만한 병에 레몬 오일을 담아왔다. 찬물에 한 두방울씩 떨어뜨려서 마시면 디톡스 효과가 난다고 다. '레몬 오일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니 조만간 구입할 수도 있겠구나.'


 가득한 근처의 집에 살면 만성적인 목에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다고 한다. 그 옛날에 병원도 가기 어렵고 약을 쉽게 구하지 못했을 때는 산과 들에 피어 있는 꽃이나 나무, 풀에서 천연 치료제를 찾아서 사용했이다. 오히려 화학 물질으로 만들어진 약보다 천연 오일은 스트레스가 어느 시절보다 극심현대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일 수도 있겠다.


이로써 단지 시간만에 아로마 테라피에 푹 빠지고 지갑언제든 선뜻 열 준비가 되어 렸다. 이제는 돈만 많이 벌면 될 듯. 참으로 귀가 얇고 무엇이든 꽂히면 쉽게 잘 빠져들어 절대적으로 믿는, 민들레 씨만큼이나 가볍고도 하찮은 인간이로다. 아이고,  말린다.


향기로운 아로마 치료와 함께 오전 수업이 끝났다. 아스름한 풀, 나무, 꽃이 섞인 잔향이 오래도록 손목 끝에 남았다. 자연의 향이 떠도는 분자에 취하여 행복한 목요일이 간다.

아로마 테라피 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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