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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23. 2021

금요일의 녹차 라떼

미니멀한 생각

흐린 날씨가 고마워지는 날이다. 철 모르고 작열하는 햇빛을 가려주고 초여름을 연상시키던 더운 공기도 한김 식혀주었다.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고마운 날씨이다. 간밤에 먹은 매운 인스턴트 파스타가 소화가 안되어 고생을 했지만 아침에는 좀 나아졌다. 인간이란 왜 이렇게 어리석게도 끊없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식욕라는 것도 조절이 어렵다. 배가 꽤 부른 상태였는데 왠지 끌리는 파스타까지 마구잡이로 집어넣어서 저녁 과외를 하다가 배가 터질 것 같았고 결국에는 탈이 나고 말았다.

~ 인간이여 참으로 무식하도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다. 하얀 꽃가루가 마치 겨울 눈송이처럼 가득 하늘을 나풀나풀 난다. 알러지가 있는 인간으로서 썩 반갑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한참 걷고 있는데 마스크 안으로 쏙 하나가 들어왔다. 아~지럽도다. 알고 보면 꽃가루는 생명체의 강한 번식욕구의 상징이다.  꽃씨를 널리 퍼트려서 나의 분신같은 작은 풀 하나를 자손으로 카워 겠다는 강렬한 열망. 그 하나가 나의 손에서 비벼 없어졌다. "잘 가라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도로가에 맥없이 쌓이며 하얗게 공모양을 만들며 굴러다니는 꽃가루에게 자중하라고 훈계를 한번 해주고 싶다.


날마다 같은 길을 걸어도 풍경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오늘 새로이 피어난 철쭉은 이제 한창 맑고 싱그럽고 빛난다. 한 일주일 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색을 잃고 흐려져가는 노쇠한 희끗희끗한 철쭉과는 분명히 다르다. 어린 아이처럼 눈부시게 싱싱하고 선명하다. 가까이에서 보니 고고한 학같은 흰 철쭉에는 초록색 점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 인간의 인생과도 같은 구구절절 놀라운 자연의 세계.


한동안 벌의 샹태계에 푹 빠져 버린 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공허했던 마음에 몰입의 대상이 필요했고 다만 거기에 마침 벌이 나타났을 뿐이다. 하지만 벌의 생태는 매우 신비하고 흥미로운 점이 많다. 그 당시에 매일 에 앉은 벌을 쫒아다니며 사진이며 동영상을 찍곤 했었다. 마침 열심히 일하는 중인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인 양 반가운 벌을 들여다 보았다.


언제나처럼 여념없이 민들레꽃에 파묻힌 어린 벌. 인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꿀인지 꽃가루인지를 모으고 있다. 놀랍게도 잡화꿀 혹은 고급스럽게 야생화꿀이란 것은 온갖 들꽃꿀이 함께 모여 더 오묘한 향과 맛이 난다. 작은 계란 프라이를 닮은 개망초 같은 들꽃이라 하여 무시할 것이 아니다. 당당하게 제 몫을 다하며 꿀과 꽃가루를 만드는 존재이니. 


벌은 꿀과 함께 양식으로 꽃가루를 뭉쳐 다리에 애써 달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 꽃가루를 인간이 억지로 모아서 병에 담아 화분으로 판매를 한다. 꽃가루에 따라 색깔이 다르나 주종이 노란빛에 동글동글하고 꿀에 버무려져서 달달하고 맛은 좋다. 천연 비타민이나 체질에 따라 알러지 증상이 생길 수가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 해도 개개인의 몸 상태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한 때 사업을 구상하고 해보기도 했으니 벌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이래저래 꽤 모았다. 벌통을 열어가며 벌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일벌이란 하루 종일 죽어라 꿀과 꽃가루을 물어나르며 일하다가 한창 시기에는 사십 여일이면 목숨을 다한다. 그렇게 목숨을 바쳐 모아둔 꿀을 인간이 잔인하게도 빼앗아서 몸에 좋다고 살겠다고 먹는 것이다.


일벌을 보면서 일도 유난스럽게 과하게 하다가 타고난 수명을 재촉하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리고 괜스리 다 먹지도 못할 것을 꾸역꾸역 모아두지 말자. 빼앗기기 십상이다. 천성이 게으르니 세상 부지런히 일하는 벌을 보면서도  할 생각을 하기는 커녕 더 놀 궁리를 하였다. 


오늘은 녹차 라떼로 분위기를 전환해보았다. 색 커피에서 컵에 담긴 푸르른 녹차의  바다를 보니 왠지 건강해질 것 같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녹차를 한 모금씩 음미해본다. 이제 마트에서 장을 보고 건강한 한 주의 식생활을 위해 부단히 힘써야겠다. 언젠가는 떨어지는 꽃처럼 자연의 일부분으로 돌아갈 몸을 완전히 가기 전까지잘 다스려주어야 한다.


흐린 날씨와 달달한 녹차 라떼에 녹아드는 금요일. 좋구나!(ㅎ)

녹차 라떼도 좋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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