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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24. 2021

밤의 색깔

오후에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밤에 산책을 나왔다.

저녁을 단단히 먹었으니 몸을 움직여 주어야 비로소 비루한 몸이 소화를 시킬 것이다.


밤의 색깔은 검정을 섞은 깊은 청색이다. 조금 더 저녁과 사이의 코발트 블루빛의 하늘 을 더 좋아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어둠이 내리지 않는 짙은 남색빛도 마음에 든다.

밤이 되어 공기가 더 서늘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후덥지근하다. 몸에서 열이 잘 발산되기 때문인지도 모르나 기대했던 것만큼 밤의 공기가 선선하지는 않았다.

 

며칠 전 손톱만 하던 초승달이 거의 다 차오른 것이 보였다. 달빛이 꽤 밝다. 사진이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고한 달빛과 아파트 불빛, 네온사인 등이 면 위에 어우러진 그림자가 멋있게 나와서 감탄을 하게 되었다. 호수에 비친 건너편 아파트 불빛이 이리도 아름다울 줄이야. 나는야 차가운 도시의 여자 훗. 도시와 시골이 인접한 이 지방의 소도시에 나날이 애정이 쌓이고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얼마전 구입한 갤럭시 20 5G 카메라 성능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 데이타 무제한 요금제가 너무 비싼 것 같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카메라 액정으로 보이는 세상이 현실보다 아름다울 때가 많다. 슬프게도 인간의 눈이 기계보다 성능이 안 좋은 걸까? 어쩌면 한 겹 필터를 통해 보는 세상은 우리가 느끼는 실제보다 더 나은지도 모른다.

때로는 나의 삶보다 다른 이의 삶이 더 흘륭하고 멋있게 보이는 것처럼. 다 신기루이고 허상이다.


밝은 달 주위로 어디선가 나타난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비행기는 아쉽게도 점 하나로 찍혔지만 가까운 하늘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면 마음이 설렌다. 웅거리는 낮은 기계 소리도 심장 닿는다.


언젠가는 또 비행기를 탈 수 있겠지. 여행을 떠날 때 비행기의 좌석에 안착하는 순간 느꼈던 갖가지 빛깔의 희열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터질 듯한 기대감. 여행은 가기 전 짐을 쌀 때부터 일찌감치 흥분이 어오른다. 캐리어를 펼쳐서 짐을 넣고 있는 순간부터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마음이 서서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바라면 또 비행기에 오를 날이 있으리라.


길을 걸으면서 잠깐 기도를 했다. 기도가 통한다면 너는 내게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내려 놓았으니 애타게 간절히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 인연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이 될 것이므로.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때로는 아주 어렵다. 세상 어느 것을 구하는 것보다 힘들 수도 있다. 인간의 마음은 잘 움직이지 않고 억지로는 좌지우지되지 , 세상 엇보다 강력한 형의 존재이므로. 너의 영혼이 나의 영혼을 다시 보고 발견하기를 바랄뿐. 크~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를 가볍게 스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평행선 같은 길을 영원히 따로 걸어가게 될 것이다. 각자의 주어진 인생 길로 묵묵히 뚜벅뚜벅.

이런 경고가 심히 두렵지 않느냐? 아님 말고 흥! 더는 두려울 것이 없도다.


달빛에 취하고 얼 그레이 향에 깊이 빠져들었다. 붉은 흙빛 같기도 한 투명한 갈색빛에 깊고도 깊은 땅의 강한 향이 온몸에 스며든다. 아~좋구나. 가끔은 홍차도 참 향기롭고 좋다.

이렇게 홀로 행복한 밤이 지나가는구나.

봄 밤과 얼 그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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