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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21. 2021

수요일의 피곤함

미니멀한 생각

이상스럽게 피곤하다. 오후 시간이 많이 남으므로 알차게 즐겨보려고 하는데 일어나자마자 정오부터 피곤함이 느껴진다. 요즘에는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면 은근히 짜증이 난다. 나 자신의 몸을 세차게 흔들어 깨워서 호통을 번 쳐주며 꾸짖고 싶다. "아니 왜? 뭘 했다고?" 이렇게.


하지만 혼을 내준다고 순순히 듣고 빠르게 직여 눈치 있는 몸이 아니다. 살살 어르고 달래어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라도 하게 하는 게 상책이다. 안 그랬다가는 되려 큰 병이 걸려서 아예 드러누울 수 있는 한없이 부실한 몸뚱이. 살은 왜 계속 찌는거냐? 우이쒸. 억울하도다.

어디선가 기사에서 직장인들에게 한 주 중 수요일이 가장 피곤한 요일이라고 들었다. 주말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고 삼일  일터로 간신히 끌고 나온 몸은 못 버티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날이다. 잠깐 그런데 직장인도 아니지 니?


혹시나 고혈압 때문에 몸이 쳐지고 기운이 없나 하여 진찰을 받으려고 병원에 갔다. 이런~아무 생각 없이 나왔더니 점심 시간이네. 에라이~ 기다렸다가 다시 오긴 싫으니 내일 오지 뭐.

병원 대신 밥심으로 살아 볼까 하여 점심을 먹었다. 소고기 규동! 깔끔한 소고기 볶음에 새콤달콤한 생강 절임이 맛있었다. 하지만 맛있는 밥을 넣어주어도 몸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그러면 발랄하게 산책을 해볼까나? 공원에 들어섰는데 아~ 덥다. 몹시 덥다. 사월의 햇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강렬하다. 게다가 더위를 식혀줄 바람 한점 불어 오지 않는다. 반팔에 머리를 질끈 올려 묶어도 덥다. 이쯤되면 살랑살랑한 여름 원피스를 꺼내 입고 나가야 될 정도이다. 에잇~ 이제는 날씨마저 도와주지를 않네.


 바퀴만에 산책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이  모르고 가라앉는 몸단숨에 끌어올려줄 것은 무엇일까? 혈당도 위험 수위에 가까우일단 모르겠고 몸을 깨워줄 당을 채워 볼까나. 우리에겐 꼬북칩이 있었지. 얼른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꼬북칩의 달달함을 상상하니 에너지가 금방 다시 차오를것만 같다. 아... 예상치 못하게도 편의점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꼬북칩이 없다. 이건 분명히 옳지 않다! 편의점으로서의 심각한 직무 유기이다. 여러 겹의 바삭한 과자 사이사이에 달달한 초코 시럽이 듬뿍 발린 러스 맛이 나는 내 사랑 꼬북칩이 없.다.니. 절망적이다.


별수 없이 대체품으로 맛동산 아몬드 헤이즐럿을 하나 까먹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흥이 나질 않는다. 이젠 다 틀렸다. 누워서 밍기적거리다가 잠깐 낮잠을 자고 몸을 일으켜 일수 업자처럼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고 있는 저녁 수업을 간신히 끝내는 수밖에 없다. 오늘이 가면 목요일이 오고 또 주말이 올테니까.


주말이 오면 뭐 있나? 그저 살 맛이 안 나는구나. (ㅎ)

소고기 규동은 맛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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