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비행기

비행기는 어디로

by 사각사각

오늘도 낮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서 밤 산책을 나왔다. 나에게는 날씨가 아직도 꽤 덥게 느껴지니 운동이라도 할라치면 밤에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긴 팔을 껴 입고 있는데 반팔에도 땀이 날 지경이니 좀 이상하긴 하다. 아직 갱년기는 아니건만. 갱년기가 오기 전에 전조 증상이 있다고 하던데. 원래도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다. 우이쒸. 이 생각은 우울해지니 여기서 멈추는게 좋겠다.


오늘은 더 완벽하게 동그래진 보름달과 함께 별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밤 하늘에 별을 얼마 만에 보는가? 슬프게도 기억이 안 난다. 어린 시절에는 시골로 수련회를 가면 밤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가까이서 빛나는 풍경을 보았는데. 친구들과 재잘되면서 별이 가득찬 밤길을 걸었다. 볼에 스치는 달빛처럼 차가운 공기의 추억.


누군가는 과학적인 예리한 분석으로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으나 무엇이래도 별 상관은 없다. 저 깜깜한 하늘에 깜빡깜빡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별이든 인공위성이든 어두운 하늘을 밝혀주는 하나의 빛이면 됐다. 덩달아 내 마음에도 별 하나가 켜진다.

별이 보인다면 착한 사람 ^^

오늘도 밝은 달 가까이로 비행기가 여러 대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 근처에 미 공군 공항이 하나 있는데 아마도 그쪽으로 가는 비행기 인 것 같다. 마음대로 상상을 해보는 거지만 빛나는 둥근 달무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 가는 비행기가 있는 풍경이 동화책 그림 한 페이지 처럼 꽤 운치가 있다. 왠지 달까지 그대로 날아서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고. 죽기 전에 달나라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이런 쓸데 없는 공상을 해도 되고.

달과 비행기. 눈이 좋아야 보인다. ^^

달이 참으로 희고 맑다. 자세히 보니 회색 그림자 같은 것이 보이는데 내 눈에는 옥토끼가 아니라 세계지도로 보였다. 애초에 왜 달에 옥토끼가 산다는 전설이 생겼을까? 바닥에 마구 쏟아놓은 물 얼룩이나 세계지도를 나 같은 어설픈 인간이 대충 붓을 쓱쓱 몇 번 움직여서 그려놓은 것 같은데.


이 호수 주변에 LED등이 몇 개 설치 되었다. 이 호수 근처에 상가가 있는데 몇 년 채 비어 있고 방치된 곳이 많다. 범죄의 온상이 되었고 기대감을 가지고 상가를 분양 받았던 사람들은 임대도 되지 않으니 땅을 치고 있다. 한 때 시민 기자단을 할 때 상가 대표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카페 주인분을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LED등이라도 설치하여 이 주변 상가가 주민들이 놀러오는 장소가 되고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기사를 썼는데 조금은 힘이 된 걸까?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그래도 화려한 푸른 불빛에 비치는 나무가 그대로 멋들어지게 보여서 흐믓하다.

어제도 보았던 물 위에 비친 아파트. 밤 시간에 아파트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불빛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저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고된 하루의 마감을 하고 집에서 노란 등을 하나 켜고 휴식의 시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 알 수 없는 각각의 사연들과 이야기들을 품고 빛나는 아파트 별.


마음이 태평양 같이 자비롭고 인류애가 뿜어져 나오는 날은 그들이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이상적이고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 아닌가.

오늘도 평안하소서 ^^

오늘도 얼 그레이 홍차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려 한다. 어제의 강렬한 끌림을 잊을 수가 없다. 입가에 한동안 머무르고 맴도는 매혹적인 향기.


어제는 다른 손님이 한명도 없어서 눈치가 보여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는데 오늘 밤은 손님이 그나마 몇 분 지키고 있어서 한 시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기분이 한결 여유롭고 좋다.

그래도 카페 주인분이 피곤하신지 가열차게 설겆이를 하고 뒷 정리를 하니 이만 집으로 떠나야지.


오늘 밤에는 푹 자고 비행기를 타고 달로 날아가는 꿈을 꾸시길.

봄, 밤과 얼 그레이 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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