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오후 내내 비비적거리다가 잠시 졸다가 해가 질 무렵에 산책을 나왔다. 아마도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타고난 습성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주 드물게는 에너지 넘치게 뛰어다니기도 하나 대부분의 배부른 시간은 누워서 밍기적거리며 세상 편안한 자세로 유투브나 보고 하는 걸 즐기는 인간 고양이. 약간 비만인 고양이.
두 끼만 먹기로 했으나 그건 무리인 듯 하고 가능한 양을 줄여보겠다. 그리고 산책은 꼭 하루 한번 이상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 누구와? 좀사정을 봐줘야 하는게 먹는 낙 외에는 요즘에 아무 사는 재미가 없도다.
비가 오고 나니 철쭉의 계절도 지나가나 보다. 꽃잎이 똑 떨어져서 줄기에 매달린 것들이 보인다. 아쉬운 꽃피는 봄이 절정을 지나 가고 벌써 오월에 접어들었다. 어린 시절에 꽃잎을 따서 책 사이사이에 넣고 말린 꽃을 만들었건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아마 그 시절에도 봄이 가는 것이 아쉬워 그 아련한 흔적이라도 모아 두려했을 것이다. 정성을 다해 꽃잎을 말려야 하는데 이 또한 서툴어서 결과물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떨어진 꽃잎을 주어 모아 소중하게 책 사이에 넣어보았다. 봄아~나와 함께 머무르라.
봄날은 간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오늘은 달도 보이지 않는다. 달도 없는 하늘에 비행기만 깜빡거리며 서 너대 지나갔다. 공원에는 젊은이들이 모여 왁자지껄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왠지 인간들과의 다정한 대화와 만남이 무척 그리워지는 밤이다.
얼른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좋은 사람들과 격의없는 소소한 만남의 시간을 가지게 되길 가만히 기도해본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어서내려 놓은 사람들과 일들도 돌보아주시고 해결해주십사 기도드렸다. 아무리 봐도 정이 안 들고 끔찍이 적응이 안되는 바퀴벌레도 좀 퇴치해주시고.
비행기를 타고 싶소
이 공원에서는 바람이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불어오는 날이면 시에서 주재하는 재즈 공연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춤, 노래 공연 등이 펼쳐지곤 했었다. 시민 기자단 취재도 많이 했었지만 무심코 지나다가 마음을 사로잡는 공연이 있으면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감상을 하곤 했었는데. 때로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한 두팀기타와 엠프를 들고 나와서 마음을 울리는 서정적이고도애절한 발라드곡들을 젊음이 가득한 목청으로 부르기도 했고. 그 젊음의 순수함과 열정이 넘실거리던 밤들이 그립구나.
이 모든 시간들이 까마득히 오래 전 일인듯 꿈결인 듯 아득하기만 하니 아쉽다. 우리들의 더없이 평범하나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했던 밤은 언제나 다시 돌아오려나. 이 밤에도 한 청년이 쓸쓸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지만 들어줄 이가 하나 없구나.
다시 음악이 퍼지는 날이 오기를
오늘 밤 하늘의 색은 참으로 푸르고 고왔다. 좀 더 밝은 푸른 빛을 섞은 하늘빛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심연의 깊은 바다같은 남색 빛깔이 자꾸 눈길을 끌고 카메라를 켜게 했다. 우리의 삶에 다시 애정어린 인연들이 채워지기를 소망하며 녹차 라떼처럼 달달하고 부드러운 밤을 이제 보내주어야겠다. 다음 주는 더 평안하고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