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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07. 2021

소유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급소비에 대한 반성

산책을 하려고 나섰는데 몸이 무거웠다. 마음은 습관대로 산책을 권유하나 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부한다. 음~그렇다면 일단 점심이나 먹자. 매일 내가 해 먹는 집밥도 질리니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남이 해주는 음식은 매콤하고도 부드러운 순두부 찌개와 그 외 반찬, 깍두기, 김치, 멸치, 미역줄기볶음, 깻잎 등 다 맛있구나. 음식을 하는 분이 지긋하셔서인지 어린 시절의 소박하고도 구수한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진다. 원래 까탈스러운 미식가가 되기에는 꽤나 성이 좋고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 않기도 하고.

순두부는 맛있지 냠냠~

어제 밤 늦게까지 아로마 테라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동안 얻어 마신 레몬과 페퍼민트, 프랑킨센스(프랑켄슈타인?) 등 오일심신에 위로를 주는 강한 향으로 마음을 잡아 끌었기도 했고 순수하게 사람들과의 수다 시간이 그립기도 했다. 프랑킨센스는 그 옛날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동방 박사들이 선물했다는 그 귀한 유향이라는 것이다. 오일 가격이 꽤 비싼 편이라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갔으나 다이어트 세트를 권하는 강력한 메세지에 마음을 빼았기고 말았다. ~굶기 전에는 해결이 안 되는 비만 때문에 헛 돈을 쓰다니. 사실 지구력이 약한 편이라  시간에 걸친 아로마 수업과 장점에 대한 설명에 심신이 지치고 말았다. 얼른 가장 무난한 세트 하나를 사서 돌아오고 싶은 마음도 통 큰 결제에 한몫 하였다.

놀라운 허브 오일의 세상~

지만 거금 수십 만원을 아무렇지 않게 긁고 나니 마음이 한편으로는 태풍이 분 후의  익숙하지 않은 고요처럼 허탈하다. 그간 무소유를 실천한다며 각종 사소한 물건들도 심사숙고하며 거구매하지를 않았건만 어느 날 마음을 빼앗긴 허브 오일 하나에 고고하게 지켜온 무소유를 단번에 꺽어버리다니. 흑~ 삼 개월 다이어트 세트가 완전히 무용하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금액을 생각하니 속이 쓰리기는 하다. 다만 일단 저지른 일에는 후회를 하지 않으려하는 편이니 또 나름대로 소비의 정당화를 해보련다. 여기저기 강에 이상이 있으니 허브 오일과 단백질 쉐이크와 유산균을 먹고 확실하게 다이어트를 해보리라.


어떤 사람들을 만나냐에 따라 소유에 대한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분들과 만나면 당연히 돈은 들어가게 되고 연약하고 자존심이 강한 인간은 가볍게 동조하고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러니 무소유하려면 속세를 반쯤은 떠나고 자연인처럼 산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나처럼 귀가 얇고 결정이 빠르고 마음이 흐믈흐믈해진 인간은 더더구나 더.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한번에 시원하게 지른 오일 세트 중 마땅한 것은 엄마와 나누어야겠다. 사실 어떤 항목들이 있었는지 조차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구나. 에라이 부실한 인간아~


마지막으로 뜬금 없으나 허무한 마음으로 독서를 하다 발견한  톨스토이의 <인생 독본>의 한 구절을 적어보련다. 톨스토이 형님은 테스형과는 다르게 나랑 비슷한 인생관을 가지고 계시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만나는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지금 이 순간 만나는 사람에게 사랑과 기쁨을 주는 일이다.


가슴은 쓰리나 알차게 벌어서 지금 만나는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허브 오일차 한 잔 내어 주겠노라. Now & Here 잊지 말자. 다이어트도 꼭 성공기원! (ㅎ)

내 돈과 마음이요. 값비싼 허브 오일 한방울 뿌려드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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