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먼 당신

고양이느님

by 사각사각

고양이를 만나러 왔다. 수업을 하러 왔으나 학생이 공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놈이라 고양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늘 필요하다.

오자마자 튜브에 든 먹이를 주니 고양이가 환장을 하고 먹는다. 천천히 주려고 했는데 너무 급하게 맛나게 먹어서 빨리 줄 수 밖에 없었다. 밀당을 하면서 조금씩 주어야 하는데 밀당엔 또 소질이 없으니.

먹이를 갈구하는 눈빛

한참 먹이를 먹더니만 다 먹고 나니 이 양심 없는 녀석이 또 뒤도 안 돌아보고 쌩하니 돌아선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서 구석구석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샤워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굳이 침을 묻혀서 온 몸을 닦아내다니. 좀 찝찝하구려.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고양이 소리를 내고 해도 들은 척도 안하는 도도한 고양이 녀석.

한 두번 다가와서 슥슥 몸을 문질러주는게 전부.

그리고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세상 쿨한 녀석.

새침한 넌 내 스타일.

볼일은 다 봤으니 가까이 오지 마라.

불러도 대답없는 고양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시조가 절로 나오는 구나.

이 놈의 고양이야.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라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노래를 부르니 잘 외워진다)

흥 쳇!


겨우 소파까지 꼬여내서 좀 만져볼라 했지만 또 일 미터는 떨어져서 모른 척을 하고 있다. 배가 부르니 이제 드러누워 만족스러운 자세로 눈을 껌뻑이면서 잠을 주무시려나 보다.

나도 참 좋아하는 데. 먹고 드러눕기.

치사한 놈이

제 먹을 거만 다 먹고는

잠을 자려는게냐

잠도 안 자면서 자는 척을 하는구나.

조그만 소리만 나도 눈을 빼꼼히 뜨면서

혹시 명상을 하는 중이신가.

범접할 수 없는 고수의 기운

아~날마다 도를 닦는 고양이구나

나와 처지가 비슷하신 분.

자는 줄 아랐지?

또 잠을 주무시려는데 만졌다간 물거나 할퀴실 것 같아 무서워서 못 만지겠다.

상전이 따로 없구나.

내 왜 일찌기 고양이로 태어나지 못하고 인간으로 태어나 이 고생을 하며 돈을 벌러 다니고 혹시나 오래 살까 걱정을 해야 하나.

짧고 굵게 살고 놀며 놀며 사는 게 꿈이고만.

고양이야~ 난 진정 다시 태어난다면 고양이가 되고 싶구나.


오늘도 뒷 모습만 보이고 있는 냉정한 고양이.

뒤태가 매력인가?

흥 쳇.

잘 가라 멀리 안 나간다.

제가 오고 싶으면 또 오겠지.

고양이를 짝사랑하는 중/ 곧 차일 예정 ♡♡
내 뒤태나 보시오.
뭐 먹을 거 없수?
왜 자꾸 찍냥? 모델비를 내놓아라
먹이를 갖다바치라
음~맛이 괜찮군.
공부해볼까? / 다 먹었으니 손가락을 먹겠다./ 신문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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