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사랑하는 사춘기 학생이 있다. 이 아이를 가르친 것은 벌써 육 개월 가량이 되어가고 있으니 길다면 꽤 긴 시간이었다. 겨울방학 때는 무려 일주일에 세 번을 수업을 해서 아이와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고양이와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향한 무한 애정을 가진 집사 둘의 동지애를 느꼈달까?
고양이는 말썽을 꽤 부렸다. 날카로운 발톱을 잘라주었는데도 본능을 못 버리고 항상 소파, 의자 가죽을 뜯고 새로 산 운동 기구 아래 깔아놓은 고무 매트도 뜯어내고 있었다. 어느날 보니 짙은 초록색 고무 매트 조각이 주변에 마구 널려있다. 고양이를 키우려면 응가 냄새 뿐 아니라 이런 다양한 말썽도 참아낼 수 있어야겠다. 얼마 전 고양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고 해서 아이는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는 아이와 다시 함께 살게 되었다.
아이는 고양이를 매우 사랑한다. 집에 가면 고양이를 어깨에 얹고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준다. 수업을 하는 중간에도 계속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안고 있거나 박스에 넣어서 수시로 들여다보곤 한다.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인간으로서 강하게 말리진 않았으나 공부에 집중을 못하니 중간중간 짜증이 나긴 했다.
아이의 고양이 사랑은 지나친 면이 있다. 에어컨 뒤에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서 혼자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는 고양이를 굳이 끌고 와서, 쓰다듬고 물고 빨고 하며 애정표현을 한답시고 괴롭힌다. 이 고양이에게는 눈병이 자주 발생하는데 심할 때는 한쪽 눈을 잘 뜨지 못하고 지긋이 감고 있다. 검은 눈물이 흐른 자국이 있는 채로 예쁜 연두색 눈을 뜨지 못하는 고양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여러번 아이의 일방적인 사랑 표현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고 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걸 모른달까?
아이는 갑자기 런천ㅇㅇ를 구워주겠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하는데 배가 출출해서 먹겠다고 한다. 프라이팬에 한 캔을 마구잡이로 잘라서 냉큼 구워오더니 나에게도 한 조각 먹어보라고 했다. 지난 번 침 묻은 떡볶이를 먹지 않은 것을 미안해 하는 마음이 있었고 기분도 나쁘지 않아서 받아먹었다. 비슷한 종류의 햄과 비교하여 조금 덜 짠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모양은 가지각색이고 이상해도 맛은있었다.
이 아이와 일대일로 보낸 시간도 꽤 되었고 나름의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사이. 그리고 이 아이는 수시로 나에게 먹을 것을 주는 데 아마 먹는 걸 좋아하는 걸 눈치 챈 것 같고 음식을 나눈다는 건 또 그만의 돈독한 정이 묻어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아이가 원래부터도 학구열이 넘치고 성실한 아이는 아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조잘조잘 말은 잘하고호기심과상식은 많으나 공부만 시작하면 졸린 눈빛을 하거나 드러눕거나 하여 내 속을 뒤집는다.
가까스로 설득하여 두 페이지의 문제를 풀고 단어를 쓰고 외우게 하였다. 아이는 졸리다고 하더니 난데없이 고양이 우는 소리 같은 쇠된 소리를 내면서 단어를 읽기 시작하였다. 고양이 소리와 고음의 노래 소리를 합친 것 같은 괴상망측한 소리를 내면서.
나는 소리의 고저나 강약에도 매우 민감한 편이다. 이것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발음이나 말을 집중해서 듣고 미세한 차이를 집어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이가 내는 소리는 내 신경을 닥닥 긁기 시작했고 멈추라 말했지만 아이는 그러면 잠이 온다며 계속 똑같은 소리를 몇 십분간 내었다. 반항인가 공부를 하는건가 헷갈리는 순간. 오은영 박사님을 모셔와야 할까?
이 아이가 올해 중학생이 되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사춘기인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나날이 말을 듣지 않는다. 협박과 회유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주어도 아이는 그냥 제멋대로이다. 꼭 제 고양이와 닮았다. 고양이 놈도 너를 닮아 말을 안 듣는다고 핀잔 내지는 훈계를 하였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다.
이러니 사춘기 아이는 내버려 두어야 한다. 가끔 이성이 돌아오고 기분이 좋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올바른 잔소리를 하면 되지만 평소에는 귓등으로도 안 들을 때가 많다. 사춘기는 한 일 이년은 계속 된다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중2병이 무서워 북한이 우리나라 침공을 못한다는 말이 나왔을까?이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고 그 정도로 꼴 보기 싫은 말이나 행동을 하고 가끔씩은 때려죽이고(?)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으나 남의 집 귀한 자식이니 도를 닦고 마음 수양을 하며 참아야 한다는 것. 자유로운 아이와 고양이 놈아. 네멋대로 살아라. 나이 먹은 내가 참아야지 뭐 누가 참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