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환과 시험

아~인생에서 시험이란

by 사각사각

대화가 아주 잘 통하는 아이가 있다. 이과이고 총명하고 성적도 상위권인 아이. 우주와 블랙홀, 해저 생물 이런 독특한 것들에 관심이 있다고 하며 해박한 지식을 줄줄 읇는다. 이 아이는 랩을 하듯이 빠른 어조로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휘 선택도 기발하고 손동작도 재미있고 듣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어간다. 언변이 뛰어나니 나중에 일타강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


이 아이는 시험을 볼 때 액체형 청심환을 반 정도 먹는다고 하였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니 시험을 볼 때 혹시나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 같았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답이 선택지에 없거나 하면 손에 땀이 흥건하게 나기 시작하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수학이라? 나는 일찌감치 수학은 나의 길이 아님을 직감하여 포기하였고 대학 입학 시험 때도 거의 모두 찍고 들어갔다. (자랑이 아니지만 안 되는 걸 어찌하랴?) 하아~ 사실 '모든 일이 되면 어떻고 안되면 어떠냐.'라는 설렁설렁한 의식을 가진, 지극히 보통 수준의 인간으로서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고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어쩌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해 못하는 평균적인 인간의 생각일수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시험과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는가? 그 때마다 이렇게 긴장이 된다면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고 결과가 만약 안 좋게 나온다면 크게 좌절하게 되지 않을까? 인간이 살아가는데 적절한 스트레스는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적정선이 어느 정도인지 애매하기는 하다.

약물의 힘을 빌어야 할 정도라면 정도가 지나친 것 같기는 하다.


인생에는 유형무형의 많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고 언제든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굳건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나폴레옹처럼 앞만 보고 달리며 '내 사전에 실패라는 단어는 없다.'는 정신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 이상은 넘어지고 실패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지 않은가?


이 아이가 한동안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하였다.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이 울적하여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면을 쓰고 밝게 보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친했던 친구들 무리에게 왕따를 당하여 고립되었던 일 때문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폭식을 하고 토할 때까지 먹기도 했다고 한다. 아픈 경험으로 마음은 성장하여 이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평가에서 냉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이런 왕따의 경험은 어른의 세계에서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조금 독특한 시각을 가진 인간으로서 나에게도 왕따의 시절은 물론 있었다. 인간은 늘 무리를 짓고 그 중 한명을 소외시키거나 다른 무리와 신경을 곤두세우며 싸우기도 한다. 가끔은 드는 생각이 인간의 세계가 동물의 세계와 매우 흡사하거나 혹은 그보다 못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인간만큼 계획적이고 음흉하며 속고 속이는 동물 집단이 있을까? 동물보다는 너무나 높은 인간의 지능이 문제일까?


사회 생활을 잘하려면 신경 끄기를 늘 연습하고 실천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신경이 컴퓨터 전원처럼 손가락 하나로 켜고 끄는 것이 쉽고 자유로우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도 신경끄기는 원활한 사회 생활의 핵심 역량! 차라리 성향에 따라서는 적당한 수준의 고립을 스스로 택하는 게 백번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생 아이에게 우주의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인간의 인생은 겨우 사 초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거대한 은하계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작은 벌레 정도의 미물이라는 심오한 철학을 들었다. 그래서 인간 사이의 반목이나 시비 따위는 하등 신경쓸 일이 아니라 한다. 그 냉전의 시간은 우주에서 바라보자면 단 일초의 시간도 되지 않으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견뎌야 하는 일이라는 말씀.


고개를 주억거리며 앞으로 인간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광활하고 신비한 우주에 대한 유투브 자료를 보며 풀어볼까 궁리하였다. 다른 흥미로운 일에 몰입하며 스트레스에 억눌린 정신을 해방시키는 것. 우주에 대한 동영상을 너무 많이 보면 이 짧은 인생과 하찮은 인간 존재가 다 무슨 의미가 있느냐에 까지 이른다하니 가끔씩만 보기로 하자. 살아온 인생이 길지 않으니 다만 경험이 적을 뿐 이미 득도를 한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이 있다.

우주고 뭐고 먹고 보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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