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아직 아이가 어리니 쏟아지는 관심도 많고 부모님들도 아직 젊어서 열정적인듯. 에구구~허리야. 삭신이야.늙어봐야.
오늘 가르친 나의 초등학생은 단어 시험을 보기로 하였다. 부모님들은 단어 시험을 보고 결과를 원하시니 우리 고객님의 의견을 반영코자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이는 단어 시험을 매우 싫어하는 타입이다. 아이도 성향이 제각기 다르니 각자의 입맛에 맞춰 드려야 한다.
시험을 본다니 아이는 단어장을 한참이나 들고 외우며 틈틈이 물어봐도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한다. 한 이십 분이 지나도 다 못 외웠으니 오늘 내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른 읽기도 해야 하는데.
아이는 결국 시험을 보긴 했는데 단어를 불러줄 때마다 생각이 잘 안나는지 어처구니 없게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아이가 유독 특이하기는 하나, 실상 초등학생이 영어 단어 스펠링을 정확히 외우기란 무리이다.
지금 영어책을 한번 꺼내서 읽어보시라. 영어 단어가 파닉스라고 기본 발음 규칙이 있지만 예외가 많고 참으로 단어마다 제멋대로 읽힌다.처음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단어를 제대로 읽기 어렵고 스펠링도 종종 틀리는 게 당연한 것이다.
시험을 보는데 아이는 단어마다 막혔고 조금 팁을 주고자 알려 주면 더 화를 내기 시작했다. 대체 어쩌란 건지. 본인에게 화가 나는 건지 애먼 나에게 화가 나는 건지. 결국 열개를 불러 주다간 마지막에 폭발할 것 같아서 일곱 개에서 멈췄다.
대부분 작은 실수는 눈도 감아주었고 우여곡절 끝에 하나를 틀렸는데 그만하면 잘했다 칭찬을 하고 'very good'도 써 주었으나 아이는 화가 잔뜩 났다.이 시점에서 진심 궁금해지는 것이 백점이 아니면 안되는 절대절명의 이유라도 있는걸까?뭐 한 놈이 성 낸다더니. 나아~참.
시험이 끝나고 단어가 어려우니 틀릴 수도 있는데왜 화가 나는 거냐고 물으니 그냥 시험을 볼 때마다 거의 항상 화가 난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다른 시험을 볼 때도 그러냐 했더니 그렇단다. 참, 무수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앞날을 생각하면 큰일이로세.
아직 초등학생인데 굳이 영어 단어를 쓰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단어의 뜻이나 영어단어를 구두로 묻고 답하는 정도로 해도 될 일이다. 본인이 틀리면 화를 못 참겠다는데 굳이 매 시간 아이의 화를 돋굴 이유가 무엇인가?
수업 시간이 즐겁지 않은 것은 진정 원치 않는 일 중에 하나이다. 노력하는 자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 처럼 무엇이든 기쁜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해야 성과도 좋고 마음 속에 트라우마도 남지 않을 것이다.
초등을 거쳐 중등, 고등, 대학까지 앞으로 공부를 해야 할 날들이 많고도 많은데 왜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초등학교부터 아이들을 못 가르쳐서 안달인 걸까?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걸 보면 초등부터가 아니라 유아기부터 영어에 목을 매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비싼 영어유치원에서
겨우 5~7세 정도 되는 아직 한국말도 잘 못 알아 듣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면 얼마나 배우는지 차암~ 궁금하도다.
시대가 엄연히 다르기는 하나어린 시절에 영어라고는 공부해보지 않은 영어교사로서는 안타깝기만 하다.
'라떼는 말이요 영어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하였소. 그것도 내가 좋아서 한 것이지 부모님이 강요하여 한 것이 아니요.' 초등학생은 공부하는 습관 정도는 잡아줄 필요가 있다해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공부를 할 나이는 아니다. 영어를 즐겁게 접하면 됐지 굳이 시험 점수를 눈으로 확인해야 할 일인가.
이 부모님과 언젠가 또 진솔한 대화가 오가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아이마다 타고난 성향이나 부모님의 교육방식에 따라 시험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결과에 대한 감정도 다르다. 백점을 맞지 않으면 불같이 화가 나는 아이도 있고 빵점을 맞아도 마냥 인생이 행복한 아이도 있다. 이러하니 각각의 상황에 맞추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적절하게 지도해야 한다는 말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