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아이를 만나러 갔다. 고양이는 가끔씩 보면 소파나 의자 뒤의 가죽을 긁곤 하였다. 발톱이 길어지기 때문에 발톱을 깍아 주어야 하는데 안쪽으로 파고 드니 스스로 갈아내려고 하는 본능인 것이다. 아이에게 왜 발톱깍기를 사지 않느냐 했더니 미성년자라서 구입을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고 한다. '아~그렇다면 남의 집 고양이 집사인 내가 나서야 할 때이군.'
다ㅇㅇ 에 들러서 고양이 발톱깍기와 관리하는 발톱줄, 그리고 연어로 만들어진 츄르를 샀다. 입맛을 고려하여 닭, 소고기, 생선 등 갖가지 재료 중에 핑크색 포장지가 예쁜 연어를 선택해보았다. 고양이님이 만족하시며 드시는 모습을 잠시라도 흡족하게 감상하려고 고양이님께 진상할 음식을 사는 인간.
고양이님 마음에 드시는지요?
아이의 집에 도착하여 고양이 미용 세트를 선물로 주니 아이가 당장 발톱을 깍자고 한다. '아~쉬는 시간에 하려고 했건만 이왕 이리된 거 빨리 해치우자.' 아이가 고양이를 잡아와서 다리 사이에 꼭 붙잡고 시술을 시작하였다. 고양이는 집사 둘이 공손하게 발톱을 정리해드리는데도 몹시 버둥거리며 불쾌함을 드러내셨다. 자꾸 난동을 부리며 빠져나가려 해서 혹시 아이가 발톱을 잘못 자르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괜스리 고양이 피를 보게 되는 거 아닌가? 혹시나 물릴 새라 멀찍이 떨어져서 발톱깍기 그림에 나온 설명을 연신 가리키며 끝만 살짝 잘라야 한다, 신경을 건드리면 안된다고 누차 입으로만 잔소리하면서 강조하였다.
가만히 보면 이 고양이의 인성이 그리 착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이 놈아 내 손을 당장 놓아라~
아이는 좀 서툴렀다. 고양이는 틈나는 대로 탈출을 시도하고 아이는 나에게 얼른 츄르를 대령하라 하였다. 부랴부랴 가위를 찾아서 츄르를 입 앞에 갖다 드렸더니 고양이는먹느라 조금 안정이 되는 듯 잠깐 잠잠하였다. 하지만 한 개로는 부족하였다. 두개째의 츄르를 급하게 뜯어서 입 앞에 바쳐드렸다. 두개 까지는 그럭저럭 드셨으나 더 이상 먹는 거고 뭐고 이 꼼짝 못하고 잡혀 있는 상황이 짜증이 나시는 것 같았다. 발톱을 자르고 살짝 갈아주었는데 발톱이 좌,우로 마구 움직이는 것 같아 왕창 빠지는 게 아닌가 무서워졌다. '무언가 잘못하는 게 아닌가?' 결국 세 개째의 츄르를 우왕좌왕하며 먹이고 나서야 발톱 관리는 끝이 났다.
내 미모가 더 드러나냐? ^^
고양이는 입이 짧아서 세 개째는 잘 먹으려 들질 않았다. 고양이도 주는 대로 다 먹지 않고 식욕을 스스로 절제하는데 비만인 인간으로서 크게 반성이 된다. 발톱 관리는 거의 십 오분여만에 끝났는데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으니 빨리 마쳐야 한다. 날카로운 발톱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나니 한결 만지기도 수월했다. 잘 관리된 발톱 때문에 확실히 긁히지 않는 것 같았다.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발바닥도 감지덕지하며 만져볼 수 있었다. 발톱 빠진 호랑이랄까? 아무리 미물이라 해도 제 몸을 만지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인간도 적절히 자제를 해야 할 일이다.
고양이는 정말 인간 한 명을 키우는 것 같은 수고스러움이 든다. 그래도 천방지축인 아이가 앞으로는 덜 긁힐 것이고 고양이도 발톱이 살로 파고 드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이니 다행이다. 세상 모든 것이 소유를 하려면 쉽지 않은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고양이 발톱을 깍으면서 다시 무소유를 다짐하다니.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