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잘 챙겨먹고 산책을 나왔다. 먹어야 산다는 정신으로 평소에도 아주 잘 먹지만 살짝 상하려는 버섯을 잔뜩 넣은 된장국과 토마토, 오이, 양상추를 넣고 연어를 올린 샐러드에 밥을 먹었다. 밥을 먹을 때도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먹으며 나 자신을 토닥거려주어야 한다. '주차 때문에 고생했으니 열심히 먹고 힘내렴. 나 자신아.'
방안 기온이 삽십도가 되니 에어컨이 필요한 날씨였다. 속에서 천불이 나서인지 더 더웠다. 이 집에 붙박이로 설치된 에어컨을 처음 켜보았다. 작은 방이 금방 시원한 공기로 가득차니 가히 만족스럽다. 적어도 에어컨 성능은 좋군.
바깥의 공기는 밤이 되어도 서늘해지지 않고 덥기만 했다. 기온은 높지 않은데 습도가 60퍼센트라니 곧 비가 올 징조였다. 이 습도 때문에 우리나라의 여름은 같은 기온이어도 건조한 나라보다 견디기가 힘들다. 그래도 땀을 조금 흘리며 산책을 마쳤다. 잘 먹었으니 운동은 필수. 내 나날이 늙어가는 몸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알뜰살뜰하게 돌봐주어야 한다.
내일은 엄마를 찾아가 볼 계획이다. 앞으로 주말에는 엄마를 찾아가서 주말이라도 주차 걱정을 잊고 가뿐하게 살아보련다. 머릿 속을 가득 메운 주차 해결에 대한 중차대한 과제를 좀 잊고 싶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으니 당분간은 메뚜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나 뭐 어쩌랴. 부단히 살아가며 머리를 굴리다보면 좋은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일단 구석에 반 정도 차를 들이밀 수 있는 공간은 확보했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한 분이 더 이사를 온다면 또 자리 뺏기 전쟁이 시작될 테지만 아직은 아니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뭏든 이 문제는 당분간 벗어나리라. 아브라카타브라 뿅~
엄마는 휴식과 같다.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최후의 보루는 엄마이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가족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필요한 건지도. 언제든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가도 반겨주고 잠자리를 내어줄 이들은 가족 밖에는 없다.
엄마는 내가 아무리 못 나고 가진 것이 없어도 나를 영원히 사랑해 줄 것이다. 이런 믿음이 있기에 마음이 뻥 뚤린 날은 엄마에게 향하게 된다. 이기적이고 못된 자식이로구나.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은 느리고 평화롭다. 마주보고 밥을 먹고 티비를 보고 나는 시큰둥하나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듣고(김호중이었던가?) 막장드라마를 보며 엄마가 신나게 스토리를 설명하는 걸 듣거나 등장하는 연예인에 대한 시덥잖은 가십을 나누고 별달리 하는 일이 없어도 안온한 시간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가려고 한다.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고 마음은 엄마를 생각하며 촉촉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