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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29. 2021

비오는 밤의 감성

아~ 좋구나

초저녁부터 푹 자다가 일어났다. 잠깐 산책을 다녀오려고 일어났는데 비가 오는 것 같다. 창문을 열고 들어보니 지붕을 치는 빗소리가 꽤 세차게 들린다. 그래도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났으니 우산을 받쳐 들고 잠깐 걷고 싶었다. 비오는 밤의 촉촉한 운치도 나름대로 멋있지 않나?

우산을 들고 걸어보자 팔짝!

밤은 이미 깊어 인적이 드물다. 가끔 혼자 밖에 나와 서서 통화를 하는 사람들과 젊은 연인 쌍이 우산을 함께 쓰고 다정하게 지나간다. 우산이 두 개여도 꼭 붙어서 같이 쓰고 싶겠지. 주변 상가의 가게들도 거의 다 문을 닫고 가끔 수공예품을 만드는 가게들만 어둠 속에 불을 밝히고 주인 혼자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간판의 불빛들만이 덩그러니 주인없는 텅빈 장소를 지키며 고즈넉하게 켜져 있다.


세탁기가 운명을 달리 했을 때 잠시 빨래방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바리바리 빨래감을 들고 가는게 좀 힘들었지만 대형 세탁기이고 세탁과 건조까지 한 시간이면 다 끝나니 좋은 점도 있다. 내부도 상당히 쾌적하여 한 시간 정도는 빨래가 끝나기를 기다릴만 하다. 세상에는 직접 경험해 보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일도 있다는.

빨래방아 기다려라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의 데시벨이 꽤 높다. 봄비치고는 여름 마비처럼 꽤 많이 내리는 것 같다. 날씨도 성큼 싸늘해졌지만 조금 걷다보면 몸이 다시 따뜻해지면서 적응이 된다.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비.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가녀린 비의 모습이 그림처럼 멋있다. 깜깜한 밤에 밖으로 새어나오는 집안의 불빛을 보면 마음이 노곤노곤하고 따뜻해진다. 다들 자기 집에서 내일을 위한 달콤한 휴식맛보며 즐기고 있겠지.

알지 못할 이웃이 살고 있다

밤은 이성이 풀어지고 감성이 깨어나는 때이다. 하루 동안 활발하게 움직이던 몸도 피곤함과 함께 가라앉고 들뜨던 마음도 소리처차분하게 내려앉는다. 낮의 시간과 밤의 시간의 마음은 사뭇 다르다. 흥분되고 에너지 넘치던 마음도 뭔지 모를 촉촉한 감성에 젖는다. 마침 꿈틀거리는 감성에 비도 함께 마음속에 내리고.


밤에 보는 이 조용한 주택가는 은 듯이 깊이 잠들어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레스토랑도 눈에 띄고 새롭게 문을 열 준비를 하고 분주하게 인테리어를 하는 가게들도 있다. 이 어려운 시대에 가게를 오픈하는 사람들은 기대와 걱정과 설렘의 감정이 뒤섞여 교차하고 있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배달을 많이 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몇몇 배달 전문 음식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던데.


삶이란 참 앞날을 알 수가 없고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매 순간 또 각자의 방식으로 분투를 해야 한다. 잘 살아보고자 날마다 애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잘하든 못하든 결과가 좋든 나쁘든 모진 세상에 태어나 나름 가진 노력을 다하고 있으므로.

내 사랑 편의점~

이 공터에는 이제 새롭게 집이 지어질 준비가 한창이다. 단지 비어있는 땅이지만 새 집이 지어지면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와서 그들만의 꿈을 꿀 수 있으리라.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하고 달콤 쌉싸름한 삶을 이어가면서. 아무쪼록 행복하소서.

공터에 새 집이 짠~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아직도 꽤 거세다. 문을 닫고 조금 소리를 낮춰주어야겠다. 오늘의 수업도 즐겁고 보람찼으며 내일의 수업은 하나 밖에 없다. 시험 기간이니 이미 시험이 끝난 아이들도 재미있게 놀고 있겠지. 애버랜드에 간다는 아이는 친구들과 놀이기구를 타면서 더없이 신나는 하루를 보냈을까? 다음 주에 만나자는 내 카톡을 열어보지도 않는 아이도 중2병이라 그렇지 마음은 그렇지 않겠지? 그렇지 않다 믿고 싶구나.

주말이 다가온다.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하지만 비오는 오후에 조명이 어둑어둑한 집에서 낮잠을 자는 기분도 꽤 좋다.


그보다는 훨씬 신나는 일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지만. 인내하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으리니. (ㅎ)

밤의 감성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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