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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01. 2021

토요일의 잡생각들

이것저것

수업

오전과 오후에 수업을 두 개 하고 왔다. 흐린 날씨에 곧 비가 올 것 같아서 낮잠 자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 한 두 시간 푹 자고 일어났다. 밖으로 산책을 나가려는데 작은 부엌 창문으로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게 보인다. 안 그래도 비가 와서 몸이 유독 무거운데 산책을 하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잠시 외출은 하고 싶으니 을 한권 들고 가까운 동네 카페 나들이를 가야겠다.


뵙고 싶지 않은 바퀴벌레느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물티슈로 슥슥 대충 바닥 청소를 했는데 한쪽 구석에서 숨어 있다가 나타난 바퀴벌레느 한분이 내 쪽으로 돌진해왔다. 아메리칸 바퀴벌레다운 커다란 몸체에 백 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겁나게 른 속도로 무작정 앞으로 달리직진본능이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인가? 마침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서 냅다 내리쳐서 한번에 깔끔하게 때려잡았다. 천장도 벽도 아니고 바닥에서 기어다니는게 보이면 뭐 이건 백발백중 쉽게 잡는다. 하지만 이 집에 이사온지 어언 두달. 벌써 세 번째 커다란 바퀴벌레느을 때려잡았다. 나름의 이상한 쾌감도 있지만 심히 짜증이 불쑥 난다.

지난번 살생 이후에 또 이분들의 존재를 고 있었는데 오늘은 반드시 바퀴벌레 약을 사다놓으리라. 마음이 급 우울해진다. 다른 분들의 얼굴을 더 이상은 뵈옵고 싶지가 않은데. 눈치없이 또 잊을만하면 기겁을 하도록 기어나오실 것 같다.


집주인님은 내가 다세대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지 않고 차 문제로 몇 번 문자를 보낸 이후로 처음의 환영 자와는 다르게 다소 싸늘한 답문을 보내신다. 하지만 단체톡방에 들어갔다가도 마음이 까칠해지면 언제든 나올 것이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안들어가는게 낫다. 무슨 회사도 아니고 세입자들에게 단체 공지사항을 보내신다는데 거기에 등산 가서 찍은 사진이라도 하나씩 보내시면 또 내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고 애써 눌러놓은 짜증이 발동될 것이다. 그러면 또 말도 없이 톡방을 홀연히 나올 것이니 속을 썩이지 않고 따박따박 제 날짜에 월세를 송금해드리는 이 정도의 예의와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지 않은가?

그러하여 다세대 건물 전체에 바퀴벌레 방역을 좀 해주십사하는 문자와 때려잡은 바퀴벌레느님의 증거 사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일단 참으려 한다. 아~~괴롭다. 인간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무수한 바퀴벌레느님들과의 동거라니. 나아~참~


저녁의 산책

마음을 가라앉히고 산책을 나왔다. 산책은 안하려 했지만 어느 새 비가 그쳐서 호수 주변을 세 바퀴 돌기로 했다. 참으로 인간의 마음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존재이다. 이러하니 어떠한 일에도 하늘을 두고 맹세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인가보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고즈넉한 풍경을 보니 상한 마음이 한결 풀린다.

조팝 나무꽃이 눈처럼 하얗게 피었다.

낮이 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

비를 몰고 온 먹구름마저 그 자체로 멋이 있다. 거대한 상어가 살짝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은 먹구름을 발견하였다. 바퀴벌레로 인해 놀란 가슴에 피어 오르는 걱정도 한 입에 꿀꺽 삼켜주렴.

꿀꺽~

한참 산책을 하고 있는데 검은 색등에 하얀 배를 가진 일명 턱시도 고양이 한마리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요즘의 나의 최대 화두이자 나보다 더 존재감이 빛나는 고양이.

혹시 나의 인연인가.

가만히 따라가며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왜 귀찮게 따라오냐는 듯 나를 한번 흘낏 돌아보고는 나무 풀숲 사이로 더 깊이 들어가버렸다. 그리고는 혼자 한번 냐옹하고 가냘프게 운다. 순순히 나를 따라오면 우리 집으로 데려갈지도 모르는데 왜 도망을 가느냐. 내가 밥을 굶어서라도 너 하나는 키울 수 있을텐데. 너도 눈치를 챘겠지만 절대 굶을 인간이 아니지만서도.

혹시 나 대신 바퀴벌레를 잡아주겠니? 

쥐도 때려잡는 너인데 바퀴벌레 정도야 우습지 않니? 

사라지는 고양이 / 잘 안 보임 ^^

어느 고양이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길고양이들의 수명이 거의 개월에서 육개월 정도로 짧다고 하였다. 서로 영역 싸움을 하고 차에 치이고 상한 음식을 먹고 하여 다치고 병이 나서 금방 죽는다고 한다.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고양이인데 먹이라도 주어서 제 명대로는 살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시골마을에서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지만 길고양이에게 주민들이 사료를 주어서 건강하게 살도록 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사랑스러운 존재이고 애교도 많기 때문에 잘 먹여서 건강하게 을에서 유유자적하며 도록 하면 관광지로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만의 고양이 마을처럼 사진을 찍고 고양이와 즐거운 한 때를 평화롭게 보내려는 사람들이 줄기차게 방문을 할 것이기 때문에.


오늘의 상념은 여기에서 멈추어야 겠다. 글을 쓰고 나니 마음이 상당히 안정이 되었다. 이제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읽고 비 내리는 토요일 밤이 고요하게 카페 안을 흘러가는 것을 즐겨보리라.

비가 그친 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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