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고 왔다. 중간고사 시험이 어려웠는지 지난 학년보다 점수가 더 떨어졌다고 한다. 이럴 때면 참 민망해진다. 곧 과외 짤릴까 두렵기도 하고. 시험지를 분석해보니 시험이 어렵기도 했고(문법 문제 다수, 고난도의 '모두 고르시오' 등) 아이가 유독 국어, 수학보다 영어를 못하기도 하고 이유는 여러 가지 이다. 핑계없는 무덤 없다더니!
하필이면 억울하게도 왜 영어만 못하는지. 어쨌든 결과가 좋지 않으니 심히 미안한 마음이다. 아무리 과정이 중요하다고 해도 결과가 너무 엉망이니. 아직 몇 달 안 되어서적어도 일 년은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지만 아니라면 또 어쩔 수 없고. 이미 과외 다반사에 대해서는 달관의 경지에 올랐도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요즘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수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카페에 앉아서 혹은 집에서 글을 쓸 때가 많다. 하루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의 글을 올린다. 혼자 계속 벽에 대고 독백을 하는 기분이기는 하나 딱히 다른 일에 집중할 것도 없고 조회수가 올라가고 구독자느님들께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겨 주시면 잠시 소통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좋아요’를 누르시는 분들에게는 바로 구독을 누르고 새로 올라오는 글에는 ‘좋아요’도 아주 열심히 누른다. 손가락은 아직 멀쩡하니. 평소 페이스북,인스타등 다른 SNS도 이리 열심히 하지는 않건만. 언택트 시대에 글로라도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좀 더 재미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고양이에 대한 글을 세 편 정도 썼다. 과외를 하러 가서 그 집 고양이와 놀면서 느낀 점을 쓴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유행인지 이 글들이 유독 다음 싸이트에 올라가고 조회수가 많이 올라간다. 오늘도 ‘내겐 너무 먼 당신(고양이느님)’ 이라는 글이 조회수가 5,000을 넘어 계속 쭉쭉 올라가고 있다. 조회수라는 건 무시하지 못할 숫자이다. 내가 혼자 산에 올라 계속 독백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과 누군가와 마주하여 대화를 하는 것의 차이랄까? 조회수도 다 신기루요 허상이라고 주장할 때는 언제고.나~~참.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회성이 있으므로 늘 타인과 적절하게 관심을 주고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다른 글들의 매우 미미한 한자리수 조회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올라가는 숫자를 보면 좀 아쉽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고양이를 입양해야 할 것인가?'라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말도 안되는 심각한 고민도 생기고.(엥?이건 뭐?) 나보다는 고양이가 더 인기인 것 같아서 거기에 좀 편승해 볼까하여. 이성적으로 보아 고양이를 좋아하기는 하나 직접 먹이고 입히고 가르칠 준비는 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았다.
고양이를 먹여 살릴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현재 나 하나의 몸도 겨우 먹고 살만한 상황이라 고양이를 키울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질 않는다. 병원비, 사료, 간식, 모래, 장난감 등등이 필요할 텐데 좀 부담스럽다. 특히 병원비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으면 매우 비용이 높다고 들었다. 역시 더 가열 차게 벌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또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고양이를 볼 때마다 한가로이 놀고먹고 집에서딩굴거리며 베란다에서 따땃한 햇빛이나 쬐고 꾸벅꾸벅 조는 게 부럽다고 난리인 인간이 일을 더하고 싶을 리가 없다. 진심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부잣집에 다이어트 따위는 안 하는 뚱뚱한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비만이라면 제 아무리 요망한 고양이라도 구박을 받으려나.
또 한가지는 고양이를 키울 만큼 이 몸이 부지런하지가 않다. 고양이를 키우려면 모래 화장실도 갈아주어야 하고 모래에 파묻힌 똥도 감자처럼 찾고 캐내서 치워야 한다고 들었다. 아~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고 비위도 약한 내가 하기에는 너무 일이 많다. 무작정 쌓아놓으면 또 냄새가 날 것이고.음식물 쓰레기처럼 봉지에 넣어서 냉동실에 무한대로꾸역꾸역 넣을 수도 없고.
고양이가 직접 이 모든 걸 하지 않는 한 상상만해도 귀찮아 죽을 것 같다. 어쩌면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활동을 하게 되어 더 건강한 인간이 될 수도 있으나 아직은 모르겠다. 반려 동물 한 마리를 키우는 것은 아이 한명을 키우는 것만큼의 수고로움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학교에는 보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지만.
며칠 전 고양이용 물고기 모양의 헝겊 장난감과 색색의 공 몇 개를 샀다. 고양이와 놀 만한 새로운 장난감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이러하니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간인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고양이를 개인적인 가족으로
맞아들일 준비가 되진 않았다.
개그맨 박수홍 님도 어느 날 우연히 차에 따라 들어온 길고양이를 데려와서 키워서 유투브에서 인기 고양이가 되었던데. 온통 새까만 털에 초록색 눈이 매력적인 다홍이. 외롭고 힘든 순간에 가만히 옆에 와서 눈을 깜빡여주는 고양이 때문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머지않아 독거 노인이 되어가는 마당에 남다르게 공감이 되는 스토리이다.
고양이는 나에게는 과외를 하는 아이들 같기도 하다. 과외를 하면서 때때로 아이들과 투닥거리는 어머니들이 이해가 안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니 내가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마도 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주2회, 한 시간 반씩의 매우 제한적인 시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과 종일 보내면서 잔소리를 하고 힘든 육아에 지치고 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여유롭게 대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아이에 대해 가지는 무한한 기대나 사랑만큼이나 내 마음이 크지도 않고.
언젠가 모든 상황이 안정되고 마음이 여유롭다면 인연인 듯 나를 따라오는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게 될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사랑스러운 남의 고양이 이야기나 계속 써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