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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23. 2021

알 수 없는 미래

그래서 설레기도 두렵기도

하늘파스텔 색깔의 분홍과 파란색이 섞여 예쁜 저녁이었다.

주차 문제로 집주인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문자로 한참을 어필한 후 너무 정신이 피곤하여 쓰러져 있다가 산책을 나왔다.

오늘도 아침에 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침 점심 시간이어서인지 근처 골목이 더욱 북적거렸다.

차를 끌고 골목길을 어슬렁거린 후 적당한 자리를 못 찾고 몇 달전에 살던 주택 앞에 주차를 하고 걸어 왔다.

참~ 이 예전 집에서도 몇 개월을 살았는데 이곳은 주차문제가 거의 없었다. 이유인 즉슨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 차를 가진 사람이 없었고 일층 음식점 주인분도 주차에 대해 한번자기 자리를 주장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자창이 조금 더 넓기도 하고.

분홍과 하늘색의 조화

그래서 바로 옆 골목인 이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꿈에도 이런 난데없는 주차 전쟁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집에 오자마자 '작은 집이 좋다' 라는 제목으로 혼자 사는 오붓한 삶극찬하는 글을 올렸지 않은가? 또 그 글은 처음으로 다음에 올라가 조회수 폭주를 경험하는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결국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은 나의 글쓰기 재료에 꼭 필요한 양념같은 것일 수도 있다. 양념이라기에는 끓고 있는 냄비에 넣었다가는 뚜껑이 열릴 것 같고 달지도 맵지도 짜지도 않은 쓰디쓴 맛이 나지만. (ㅋ)


어쨌든 주인분은 사포 같은 세 달여 동안 나의 주차에 얽힌 구구절절한 한과 하소연을 들어주시고 처음에는 "나는 모르겠소."하면서 "주민분들끼리 원만한 해결을 보시오." 하더니 나는 이미 관계자들과 대화를 각각 다 해보았고 단호하게 "일층 음식점 주인분이 자리를 하나 내주는 방법 밖에는 없으니 전화를 하시라." 요청하니 마지못해 들어주시기는 했다.

그리고 장문의 문자로 (혹시 이 분도 글을 쓰시나 싶은 생각이 드는) 카톡 단체방에 남긴 간곡한 주차 문제 해결에 대한 공지와 일층 음식점 주인분과 다시 이야기하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아직도 미해결 범죄 수사 사건을 보는 듯 찜찜한 마음이지만  이상 이 문제에 매달리다간 제 정신을 놓고 한번 크게 폭발할 것 같아 참기로 다.


게다가 오늘은 그동안 목 놓아 기다렸는지도 모를 문자를 하나 더 받았는데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너무 급작스러워서 심히 놀랬다. 무엇이라고 답을 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몇 시간동안 카톡을 열어보지 않았다. 얼핏 내용이 일부 보이는데 완전히 열어보는 게 두려웠기도 하고. 한참 후 음을 진정하고 답을 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얼떨떨하고 현실 같지가 않다.


오늘의 달은 구름 가운데 덮여 옅은 빛이 옇게 빛나고 있었다. 름이 조금 걷혔을 때는 더욱 환하게 빛이 났으나 다시 심술궂은 구름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의 미래도 이렇게 보일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하는 숨바꼭질을 할 때가 있다.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럽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볼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묻어둘 것인가?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인간의 온갖 걱정, 슬픔, 질병, 다툼, 전쟁 등이 흩어져 나와 세상에 퍼져나깄급히 닫았을 때 결국은 희망 하나만이 상자 바닥에 남겨졌다고 는데.

구름속에서도 달은 빛나고 있다.

시작은 늘 두려움과 설렘의 극히 상반되는 감정이 교차한다. 오늘은 마음 상태가 다른 소란으로 가라앉아서 아직 내 마음을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기도 하다.

이러하니 부정적인 감정은 오래 붙잡지 않는 편이 좋다. 부정 감정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끝모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므로. 얼 그레이 홍차를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 미지의 새로운 한 주를 기다린다. 과연 어떤 일이 다가올 것인가? 두근두근.  

미래는 알 수가 없어서 더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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