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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un 02. 2021

고양이와 로제 떡볶이

인간보다 고양이

적한 마음을 달래려 고양이와 함께 놀 낚시 장남감과 간식을 사갔다. 닭고기와 간으로 만들었다는 간식은 냄새가 썩 좋지 않았다. 어디서 보니 이 츄르라 리는 간식이 고양이 몸에도 별로 좋지는 않다고 한다. 고양이는 선호하나 재료는 칼로리가 높고 건강식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한껏 목소리를 높여서 "아이 이뻐. 잘 먹네."를 연발하며 아이처럼 어르고 매끄러운 머리털을 쓰다듬으며 튜브를 짜주었다. 다 먹고 나면 쌩 하니 돌아서는 매정한 놈이지만.

고양이는 적외선이 나오는 핑크색 낚시대에 깃털도 여러개 달려있는 장남감을 성심성의껏 흔들어 주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았다. 이 고양이는 원래 자기가 놀고 싶을 때만 놀지 아무 때나 장난감을 들이댄다고 반응하지는 않는다. 빨간 적외선 빛을 여기저기 쏘아 보내도 고양이는 멀뚱히 바라보거나 신경 끄고 일생의 과제인 그루밍이나 할 뿐이었다. 고양이가 부단히 애쓰는 인간과 놀아주지 않는 셈. 이러하니 집사라는 단어가 공연히 나온게 아니다. 고양이는 인간들이 잘 모셔드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오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면서 주관대로 사시는 분. 고양이 지능이 2세 아이 정도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아주 똑똑해보이지는 않는다. 지능을 좀 개발해주고 싶은 마음.

고양이야 나와 놀아다오 ^^

상자를 가지고 와서 구멍을 뚫고 고양이를 넣어주었다. 자꾸만 도망가는 고양이를 곁에 두는 방법이다. 이렇게까지 납치해서 잡아두는 건 집착인 것 같지만 가락만한 작은 구멍들을 뚫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니 예쁜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고양이 감시 카메라라며 수시로 들여다 보고. 이 아이도 고양이 집착증이 좀 심한 듯.

상자 구멍을 통한 감시 카메라 ^^

아이는 요즘 사춘기에 접어드는지 점점 더 말을 듣지 않는다. 고양이와 함께 놀며 틈이 공부도 해보려하나 노는 것에만 집중하고 여간해서 공부에는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유독 관심을 주면서 나 스스로 주의를 분산시킨 것 같기도 하고. 똑같은 말을 여러번 하다보면 슬슬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문제를 풀라고 해도 고양이를 쳐다보거나 딴소리만 하고 더더구나 말투도 그다지 예의바르지가 않다. 갑자기 유투브에서 '라따뚜이'에 나오는 춤곡 같은 음악을 틀기도 하고 점점 화에 화가 더해지는 상황이다. 급격하게 오르는 화 게이지. 목소리를 깔고 몇 마디 날선 잔소리를 따박따박 말대는 아이의 기는 죽지 않았다. 에잇~


급기야 아이는 자기가 먹던 로제 떡볶이라는 걸 들고 오더니 젓가락으로 얼마남지 않은 소스를 뒤적이며 빨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책 위에 빨간 소스가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아~결벽증은 없건만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걸 못 참는 편이다. 바로 닦아내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고. 치즈가 녹아 있는 소스가 맛있다고 하나 이미 마음이 뒤틀린 상태이고 하여 일말의 관심도 주기가 싫었다. 한참 소스의 맛이 매콤하어쩌니 하면서 더니 갑자기 소스 바닥에 하나 남아 있던 떡볶이를 집어서 먹어보란다. 으엑~침을 묻혀가며 먹던 젓가락과 그 소스 안에 파묻혀 있던 떡복이를 먹으라니. 극구 사양하였으나 아이는 이 맛난 걸 꼭 한번 맛보게 해주고 싶은지 속 젓가락을 들이댔다.


기분도 지 않은 상태였지만 개인적으로 한 그릇에 있는 음식을 같이 떠 먹는 것은 질색이다. 마음이 상할 대로 하여 다소 강하화를 냈다. 식사 예의라던가 먹지 않는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발끈하여 신경질과 화만 내었던 것 같다.

 이 스토리를 곰곰히 되돌아보니 요즘 리적으로 소원했던 아이가 나름대로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었는데 심하게 무시를 것 같다. 뭐라 해 비위가 약하여 침 묻은 복이는 먹을 수 지만 다시 심호흡을 고르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보아 줄 이다. 사춘기의 시도 때도 없이 항하는 청소년에게는 힘든 일이지만서도. (ㅎ)

인간의 집착에 시달리는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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