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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31. 2021

비가 갠 후

다시 산책

다시 산책길에 나섰다. 온갖 의문과 우울이 마음을 어지럽히붙잡아도 보통의 삶은 계속 되어야하니까. 비 온 후 하늘은 여전히 흐리지만 바람은 적당하게 불어와 걷기 좋은 공기였다.향기로운 밥풀 같은 꽃위로 벌들이 분주하게 날고 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음식점처럼. 각종 노란, 까만 털이 있는 벌, 갈색 서양벌 등이 인간은 랑곳하지 않고 이꽃 저꽃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벌이 모인다인 것은 꿀이 있다는 증거. 이렇게 다양한 류의 벌들이 다 찾아 오는 것을 보니 벌 세계에서 소문이 난 꿀집인가보다. 비가 오고 이제 꽃도 많지 않으니 벌들도 나날이 살아가기가 힘든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인간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벌들~

산책을 두 바퀴 정도 걸었는데 너른 잔디밭에 오도카니 혼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까맣고 하얀 면의 구분이 분명한 고양이를 한마리 발견하였다. 몇 달전인가 저녁에 잠깐 이 공원에서 마주쳤는 데 나의 부담스런 관심을 피해 홀연히 제 갈길을 간 고양이같다. 길고양이라기에는 고고한 자태로 홀로 공원에 앉아 사색에 빠져 있다니.

잠시 멈추어 계속 사진을 찍고 관찰을 하니 마음이 상한 듯 슬그머니 리를 옮긴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느긋한 자세로 앉아서 나를 한참이나 또렷하바라봐주었다. 어느 새 귀찮고 별 관심이 없는 듯 고개를 돌려 버리곤 했지만. 언젠가는 저 고양이에게 먹이라도 주며 통성명을 하고 말을 걸어볼까? 아직은 경계 가득한 매서운 노란 눈이 겁 많은 인간이 다가가기가 어렵기는 하다.

포스 넘치는 길고양이 ^^

왕돈까스를 먹었다. 무료하여 새로운 메뉴로 한번 골라 보았는데 새콤한 소스며 앏은 돈까스를 바짝 튀긴 것이 무언어린 시절의 오래된 추억을 부르는 맛이었다. 그리 고급스러운 은 아니나 구름이 낀 마음을 달래줄 만큼 충분히 달달새콤고소하였다. '그래, 또 이렇게 알차게 먹고 살아보는 거지. 인생에 무엇 그리 특별한 것이 있나? 일하고 먹고 놀고 가끔 여행하고 하는 것이지. '

돈까스는 맛있을 뿐이고 ^^

이번 뼈 아픈 을 통해서 나의 자기 중심적인 면을 다시 보게 되었다. 때론 상황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거나 꼼꼼하게 앞 뒤를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타고난 성격대로 살아가는 것에 큰 불만은 없으나 무심코 상대방의 마음마음대로 단하여 한 일에서 큰 사고를 치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다시 곰곰히 따져보니 나 혼자 상상하고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기를 염원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나보다. 그것이 무참히 깨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으나. 상대방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미리 판단을 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잊는 것일 뿐일 수도 있다. 살아가다보면 또 다른 해답이 나오겠지 하며 조금은 느긋하게 조금은 슬프게. (ㅎ)

너는 어디로 가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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