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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un 02. 2021

소유하지 않을 자유

무소유에 대한 다짐의 시간

수업 시간 전까지 쓸 수 있는 자유 시간을 계산해 본다. 오늘은 시간을 오후로 옮긴 수업이 있어서 대략 두 시간 정도밖에는 남지 않았다. 열 시가 넘어서 느지막히 나왔기 때문에 시간은 얼마 없다. 산책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시간은 부족하므로 아예 차를 가지고 나가려는 계획. 하지만 그러려면 주차비도 생각해봐야 한다. 근처에 있는 쇼핑몰은 최대 세 시간까지 물건을 구매할 시에 무료 주차를 허용해주기 때문에.  


자주 이 몰에 주차를 해야 하므로 물건을 조금씩 나눠서 사는 습관이 겼다. 물건을 사지 않는 습관이 생기다 보면 구매를 하는 위 자체가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로 여겨진다.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고 직접 구매를 하면 판매 장소에 방문을 해야 하고 구입한 물건을 직접 들고 오는 수고를 해야 한다.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 움직임 몇 번이면 집 앞까지 배송품을 가져다 주는 온라인 쇼핑만 끊어도 시간이 없고 번거로워서라도 소비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날씨가 더워서 한낮의 치유의 시간인 공원산책은 아쉽게도 포기했다. 어제도 산책을 하고 땀을 흠뻑 흘렸기 때문에 오늘 28도까지 올라간다는 낮 기온을 견디기는 역부족이었다. 후끈 느껴지는 바깥 공기를 가늠해보고 얼른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산책도 저녁이나 밤으로 옮겨야 하는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다가오고 있구나.


점심으로 리 삼일째 돈까스를 먹었다. 기름에 바짝 튀긴 커다란 왕돈까스를 사흘씩 먹는 것은 고지혈증이 있는 자로서 권장할 일은 아니겠으나 약을 꼬박꼬박 먹고 있고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울적하니 내 몸이 원하는 것을 먹어주어야겠다. 어느날인가는 문득 돈까스를 먹다 말고  인간처럼 지겨워지는 날이 오겠지. 인간의 마음은 같은 대상이라도 그 느낌이 기분과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식사로 한 시간 삽십분의 주차비는 덜어 내었으니 만족. 나머지 한 시간 삼십분은 마침 다 떨어진 푸와 린스를 구매하면 되겠다. 주차비를 아끼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물건은 덥석 사면서도 그 주차비 몇 천원을 내는 것은 또 그리 아까울 수가 없는 이상야릇한 인간의 마음.


소비로 느끼는 쾌감은 이미 서서히 헤어진 인처럼 떠나보내고 있다.  어떤 분이 가끔 명품도 사고 스트레스를 풀라고 했지만 그 명품에 일말의 관심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할 먹고 죽을 돈도 없다. 명품을 사거나 말거나 나의 신라 왕족의 후손인 타고난 고귀한 가치가 달라지는가? 


외부에 명품을 휘감는 것은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자라 여겨진다. 사람 자체가 명품이어야 한다는 다소 진부하나 진리인 말. 명품을 겉에 두른다면 보기야 좋겠지만 사람의 내면의 가치를 크게 변화시킬리는 만무하다. 유투브에서 명품 언박싱을 자주 보기는 하나 멍을 때리며 이상한 소비욕구가 하도 신기하여 보는 것이고 대체 저걸 사려고 매장앞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며 줄을 서고 그 돈을 벌고자 허리가 휘게 죽어라 일을 하는 심리를 무지 알 수가 없도다. 


아마도 몇 백에서 몇 천에 이르는 명품을 사는 그들은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상위 몇 퍼센트안에 드는 수입이 있는 전문직이거나 소유한 부동산이 갑자기 폭등한 특별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도 저도 속하지 않는다면 명품은 가당치 않으니 반성해야 한다. 게다가 그 프랑스산 명품 가방을 사는 사람들이 몇 달치 월급을 모으고 모아 부를 과시하고자 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거의 중국, 일본, 한국인들이라는 웃지 못할 사실.  명품족이라는 사람들이 이제는 유투브 광고 수익까지 노리고 명품을 구매하고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일개 일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안에서 여유자적하는 여왕벌도 아니고 땡볕에 나가서 날마다 일하는 일벌들을.


인간도 이제 소유를 할까 고민을 하는 와중에 한낱 물건 따위에 관심이 있을리가 없다. 사는 것도 노동이고 나날이 체력이 떨어지고 몸은 피곤해 지는데 내 간당간당하는 귀중한 노동에 노동을 더하여 물건을 소유하고 싶지 않노라. 탕탕! 

왕돈까스나 먹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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