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란 무엇일까?

어쨌든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답.

by 사각사각

인간은 배우기를 열망하는 존재이다. 아마도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도 계속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점일 것이다. 초등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가르쳐 봤는데 배움에 대한 태도도 각각 다르다.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뇌도 다른 장기처럼 점점 나이가 들면 늙어갈 터이니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개인마다 배움의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사람의 타고난 지능이 배움에 큰 영향을 미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어떤 학생은 확실히 머리가 좋아서 단기 기억능력이 뛰어나다. 다른 어떤 학생은 단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잘 외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 학생은 수학은 상위권인데 영어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학생의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닐 텐데 왜 유독 영어만 결과가 안 좋은 걸까? 가만히 분석을 해보면 수학만큼 영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니 투자되는 시간이 적고 배움에의 의지가 약하다.


인간이 무엇을 배우려면 그 일에 매우 집중해야 하고 대상에 호의를 가져야 하고 일정한 시간도 들여야 한다. 그러니 머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장시간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을 하고 배울 의지가 없다면 그 학생은 특정한 과목의 공부를 잘 할 수 없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사람의 지능은 거의 비슷한다고 보여진다. 공부에 필요한 것은 평균적인 지능의 바탕 위에 꾸준한 노력과 성실함이 따라야 한다는 수년간 학생들을 분석한 자로서의 나름의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결론.


육십대의 수강생이 한 분 있었다. 이 분은 영어에 관심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두달 여 밖에 되지 않는다. 오랜 열망을 이루어 이제야 공부를 시작하신 것이다. 가르쳐 보니 이 분이 영어 습득을 하는 과정이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빠르지는 않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린 아이가 처음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떠올려 보면 된다. 어머니가 한 단어를 수십번, 혹은 수백 번을 반복해야 비로소 아이가 그 단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어른의 지능이 아이보다는 높을 테니 습득 속도가 빠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래도 부단히 같은 단어를 수없이 반복 재생해야 기 기억으로 간다. 생소한 외국어이니 발음도 계속 교정을 해야 하고 단어도 묘하게 두 개가 섞어서 나올 때도 있다. 분도 짧은 한 문장을 수없이 해도 아직 뇌에 완전히 저장되지 않은 느낌이니 적어도 기본적인 문장을 말하려면 일년은 걸려야 할 듯.


이 분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공부를 하신다. 인간이 어떤 일에 충분히 몰입이 되면 시간의 개념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래서 인간은 깊이 몰두할 생산적인 일이 늘 필요하다. 아니면 마음이 쉽게 공허해지고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이 분은 수업 시간 한 시간 반을 넘겨도 수업을 힘들어 하시질 않고 계속 앞으로 진도를 나가려 하신다.


수강생 분이 수업에 열중해 있으니 나도 시간에 대한 인식이 희미지기는 하나 시간제로 일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시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다음 수업이 몇 시간 후에나 있기 때문에 보통 두 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맛난 샌드위치를 얻어 먹고 분이 주변 사물에 쓰여진 영어 단어를 떠듬떠듬 읽는 것을 보거나 몇 가지 질문에 더 답한 후 거의 세 시간 정도가 되어야 자리를 뜨게 된다. 반복되는 연습에 좀 지칠 때도 있으나 딱히 불만은 없다. 좋은 교사의 최대 자질은 여러 상황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이 아닐까?


때로는 이 분이 의도적으로 더 몰두하여 나의 시간을 더 끌어내는가 혹은 참 교사 한 명 알차게 쓰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이런 열정적인 학생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학생이 공부를 힘들어 하거나 지루해 하면 수업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지고 가르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이 축 늘어진다.


반대로 생이 힘과 의욕이 넘치면 가르치는 자도 그 에너지를 공유하며 신나게 계속 떠들 수 있는 것이다.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할까? 가르친다는 것도 인생의 꽤 큰 즐거움 하나.

요즘 공부하기 싫어하는 어린 노무 학생들 때문에 스트레스 팍팍 쌓이는데 가끔 의욕 넘치는 나이 지긋하신 학생을 만나게 되니 참 다행이다.


이러하여 오늘도 분과 보람찬 세 시간의 수업을 마쳤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일, 가족, 친구, 음식, 취미, 여행, 열정, 보람, 사랑? 이 모두 일수도 있으나 무엇이든 자신이 열중하는 대상이나 일이 아닐까?

달고나 라떼처럼 달달한 수업 시간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