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올려주는 남자친구

음~네가 부럽구나. 진정한 승리자!

by 사각사각

고등학생 아이와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최근에 남자친구가 생겼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뜨악한 기분이 들었다. 내년에 입시인데 이제와서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다니 무슨 일인가? 조심스럽게나마 뜯어 말리고 싶었던 걸 보면 아무리 고개를 흔들고 부정해도 어찌할 수 없는 꼰대가 되어가나보다.


어제 남자친구 이야기를 다시 꺼내길래 다시 이 둘의 관계를 탐색해보았다. 이 아이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자친구 덕분에 자존감이 올라갔다."라는 말이었다. 음~참으로 이상적인 남녀 관계네.


이유인즉슨 이 아이는 꽤나 총명하고 성적도 잘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이 아이의 학교 친구들은 내노라 하는 공부벌레들이 가득하여 내신 점수를 받기는 어려운 학교였다. 그러하니 모의고사에서는 수학 1등급, 영어 2등급을 받아도 내신은 3등급이 최선인 것이다. (3등급도 무려 전교 23퍼센트에 들어가는 성적이긴 하나) 이 아이는 무남독녀로 부모님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으므로 부모님이나 각 과목의 선생님들이 다들 입을 모아 본인들이 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을 꾸중 내지는 한탄하였나보다.


이 아이는 약간 흥분하여 항변하였다. "선생님들은 다들 제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제 수고는 인정을 해주셔야죠." 그렇다. 아무리 아쉽고 더 잘할 것이 기대되는 아이라도 달리는 말처럼 계속 채찍만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일단 이 아이의 수고를 알아주고 더 잘하도록 따뜻한 격려를 해야 한다. 이 아이는 부모님들과 각 과목 선생님들의 뜨뜨미지근한 반응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화가 나서 공부를 아예 때려치울까 했다고 하였다. "아니 그건 않되지 않되고 말고. 왜 이리 극단적이니."


이 아이의 남자친구는 사진을 보니 외모도 훈남이었지만 들을 수록 이보다 성숙함이 느껴진다. 이 남자친구는 이 아이의 관심사를 돌려 드높은 모의고사 성적을 칭찬하고(수학이 전국 4퍼센트안에 든다) 실망한 마음을 위로해줄줄 아는 아이였다.

친구 관계에서 손절 당하고 상처 받은 경험을 털어놓으니 "한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치유가 된다."고 하였다고 한다. 아이와 성인의 중간 정도 혹은 성인에 더 가까운 아이들일세.

이 아이는 잠이 오는 지 안약을 가지고 와서 넣으며 문제를 풀었다. 잠깐 빌려서 한 방울 넣어보니 파스를 바른 듯 눈이 번쩍 떠지는 효과가 있는 안약이었다. 이렇게 애를 쓰며 열심히 하는 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그 노력을 인정을 안해주다니. 선생님들의 일반적인 보수 성향과 높은 곳을 향해 끝없이 학생을 채근할 수 밖에 없는 나름의 곤란한 입장을 설명하고 기대가 되는 능력이 충분한 너의 훌륭함 때문이다." 라는 취지로 위로를 건넸다. 평균보다 잘난 자들이야말로 진정 주변의 쏟아지는 무수한 기대를 충족시키며 살기가 더 힘든 것이다. 그냥 내 갈길을 가고 신경을 끄는 수밖에는.


우리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마도 나와 가장 가까운 연인이나 친구 혹은 가족들은 우리의 낮아지는 자존감을 북돋워 감싸주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 살이는 쉽지 않고 살아남고자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사람들과의 경쟁도 꽤나 심하다. 세상에서 깨지고 실패한 유리알 같은 마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아야 한다. 상처입은 자존감에 약을 발라주고 호~불어주며 밴드를 붙여주는 사람이 되어보자.

'세상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들이여. 당신은 최선을 다하였소. 토닥토닥'

난 산책이나 하련다 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