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셨다. 명란 파스타를 오랜만에 먹으니 짭짤하고 고소한 크림이 입에 쫙쫙 달라붙는 면이 맛있었다. 먹는 것에는 항상 진심인 편. 우리의 대화는 여러 가지로 이어졌지만 몇 살 어린 후배 분은 회사 생활을 착실하게 잘하고 있으나 앞으로 맞이하게 될 은퇴 이후의 노후가 걱정인 듯 하였다.
“언니, 회사 생활도 그렇게 오래 하지 못할 것 같은데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 명확한 답을 안다면 나도 걱정이 없고 좋겠다. 일단 후배 분은 외국에서 유학도 하고 일도 한 경험이 있으므로 영어를 가르친다거나 현재 한국어 교사 과정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으니 미래에 졸업하여 한국어 교사가 될 수도 있다. 나의 현재 경험을 덧붙여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보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과연 몇 살까지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나도 역시 과외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리 오래 한다고 해도 오십 중반? 육십? 수강생들은 나보다 몇십 년은 어린 분들일 터이니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부단히 젊어지려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삼십 대에는 나이가 들면 일을 못하게 되리라는 상상을 하지 못하는 철딱서니 없는 인간이었다. 그랬으니 놀고 먹고 여행 다니고 벌은 돈은 착실히 탕진하였다. 그러나 두둥~ 사십이 훌쩍 넘고 나서야 이제 계약직으로도 채용이 어렵겠다는 뒤늦은 자각이 들게 되었다. 그러하니 노년의 준비는 미리미리 적금이나 연금을 들어서 꼬박꼬박 해야 한다고 아직 늦지 않은 이삼십 대 젊은이들에게 이 꼰대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지나가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금부터라도!
집 문제도 역시 후배분은 그래도 성실하게 돈을 모아 일억 몇천만원의 전셋집에서 오래도록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집이라도 장만해야 할까?’ 하고 부동산에 알아보니 주변에 수십 년이 되어 쓰러져가는 아파트도 재개발 소문이 나면서 사 억에 이른다고 한다. 허걱~ 내 집 장만은 저 멀리 물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청약을 해보고자 하니 신혼부부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사십 넘고 나이 들어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이건 또 무슨 역차별인건가? 하아~
그래도 이 후배분은 연금 두 개를 성실하게 붓고 있으니 노후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 졌다. 끊임없이 배우고 일하며 나름대로의 전문성도 쌓아가고 있는데 설마 노후가 되어 밥을 굶을 쏘냐?(설마가 사람 잡을까?)
모든 세상 욕심을 내려놓고 월백생활자를 하면서 자연에서 도를 닦으며 살면 되리라. 자연인처럼 텃밭을 가꾸어 자급자족하고 냇물에서 그물 치고 고기 잡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인지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이 그리 재미지더라.
그래도 혹시나 너무 오래 살까 걱정이 된다. 육십까지 일을 하다고 해도 팔십까지 살려면 이십년은 거뜬하게 버텨낼 자금이 필요하다. 육십이 넘어도 일할 수 있는 자신은 없도다. 누가 써주랴?
안 쓰고 안 먹고 월백생활자를 해도 은퇴하고 팔십까지 살려면 이 억 이상은 족히 마련이 되어 있어야 할텐데.
마음 먹은 대로 된다면 너무 오래도록 장수는 안하도록 노력 해야겠다. 혹시라도 팔십 가까이 되어 아직 살만하고 육체가 건강하며 어느 정도 쓸 자금도 충분히 있다면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찾아다니며 장수를 하겠다고 노력에 노오~~력을 더할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생은 장담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장수를 하네 마네 하며 미리 공언을 해서야 안 되겠지만 연명치료까지 하면서 고달픈 이생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 팔십이 되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해보고 누려서 아무 미련 없이, 원한 없이 떠날 준비를 하겠노라.
후배분의 어머님은 팔십 중반에 이르셨는데도 아직 건강하시고 인공관절 수술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도 팔십이 가까우시나 아직 장수를 꿈꾸신다. 아무리 봐도 시골의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자라 건강 체질을 유전적으로 타고난 듯한 후배분에게 너 역시 장수할 것 같으니 노후를 단단히 준비하라 일렀다. 누가 누구보고 준비하라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도 후배는 집에 가자마자 발 빠르게 영어 과외를 알아보고 카톡으로 끊임없이 조언을 구했다. 아~이 작가님은 아무 돈 안 되는 집필에 세상 몰두하고 계신데. 그동안 갈고 닦고 쌓아온 과외 내공과 노하우를 하산하는 제자에게 마지막 필살기를 알려주는 무림고수처럼 모두 쏟아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하도 경험이 많다보니 아는 체는 또 더럽게 한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고 경력은 일을 시작해야 쌓인다. 우선 유학과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의 업무 경력을 빛나게 내세우라. 거절을 두려워 말고 깨끗이 잊고 끊임없이 들이대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지니.’(Where there is will, there is a way) 이거야말로 심지어 영어로 멋들어지게 써서 급훈으로 내세우기도 했던 내 인생 제일의 모토이다. 설마 이 넓은 세상에 이 한 몸 살길이 없겠는가?
일단 먹고 일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