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드라이브

그저 달리자 달려

by 사각사각

혼자 보내기에는 마음이 허전한 주말이었다. 일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엄마의 집으로 달려왔다. 다음 주부터 거리두기도 격상되고 날씨도 그만큼이나 뒤숭숭하니 길에도 차량이 부쩍 줄었다. 앗싸~덕분에 바람 같이 날아서 도착했다.


동생이 에어 프라이어에 구운 날씬한 고구마 네 개를 준비해 놓았다. 아침에도 포슬포슬한 햇감자를 하나 얻어 먹었는데. 군고구마 맛이 나는 고구마는 무척 애정하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강원도 두메 산골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입맛이 구수한걸까? 나중에 은퇴하고 할일이 없으면 작은 텃밭에 고구마나 감자를 심어서 남은 생에 연명을 해야겠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 와도 반나절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인생 뭐 있냐. 우리 둘이 놀러다니는 재미밖에는." 동생과 의기투합하여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인천이냐 남양주냐 떠오르는 대로 장소를 말하다가 파주 헤이리 마을로 정했다. 동생이 검색을 하여 헤이리 마을 근처에 있는 널찍하고 인기있는 카페에 들르자고 했다. 그럼 이제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날씨는 비가 곧 쏟아질 듯 흐릿했다. 일상의 익숙한 장소를 떠나 무작정 달리는 것이 목적이므로 흐린 날씨는 개의치 않았다. 다행히 차량도 주말치고는 한산하기만 해서 만년 초보 운전자 같은 소심한 동생도 안도하였다. 차 바퀴와 함께 아무말 대잔치가 펼쳐지는 수다와 화통한 웃음이 함께 달린다. 푸른 논밭이 펼쳐진 자유로를 신나게 거침없이 나아갔다. 평양이라는 교통 표지판이 보였는데 이대로 달리면 북한까지 갈 기세였다. "아이고~몸도 부실하고 일도 못하는데 평양까지 갔다가는 아오지 탄광으로 보내지려나." 천만다행으로 혹은 한끝 차이로 남한에 태어난 것이 오늘의 감사할 일이다. 얌전히 체제에 순응하고 김ㅇㅇ 수령님을 찬양할 인간들이 아니다.


헤이리 마을에 도착할 즈음에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카페에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여 다시 오던 길로 차를 돌려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카페로 갔다. 카페는 미국 스타일의 술집에 가까운 분위기에 음악 소리가 쿵짝쿵짝 드높았고 코로나가 무색하게 수백명은 되는 사람들이 오고 갔다. 아~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답답한 주말에 드라이브를 즐기고 콧바람이라도 쐬려는 사람들의 소박한 의지를 막을 수는 없나보다.


커피 두 잔과 함께 고른 빵도 엄청나게 단 블루베리 쨈이 넉넉하게 들어가서 영~입맛에 맞지 않았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진저리가 쳐지는 단맛. 불평은 하였으나 배도 살짝 고프고 비싼 가격의 압박으로 부스러기도 하나 없이 싹 비웠다. 음~살은 괜히 찌는 것이 아니도다. 어떤 난관에도 끝까지 먹으니 찐다.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완벽한 드라이브는 아니었다고 봐야겠다. 굳이 다시 되돌아가서 찾아간 카페도 우리의 취향에 썩 맞지 않았다. 처음에 갔던 고즈넉한 헤이리 마을이나 우산을 쓰고 찬찬히 돌아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인생의 순간이나 계획들이 항상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훌쩍 떠나와 마음껏 떠들고 웃으며 즐겼으니 그대로 좋은 시간이었을뿐. 드라이브는 드라이브가 목적일 뿐이고. 미래의 언젠가에는, 우리는 비슷하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항상 친구 같이 인생을 나눌 동생을 낳아주신 어머님께 감사를 드리며 행복한 잠자리에 들 때. (ㅋ)

너무도 젊은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