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사이로

여름의 꽃

by 사각사각

수업 날짜를 착각하였다. 아~시험이 끝나고 오랫만에 하는 수업이어서였다. 심해지는 코로나로 어머님이 날짜를 미루자고 하셨는데 오늘이 아니라 다음주였던 것을 자세히 보지 않고 넘겨 버린 것이다. 분주하게 준비하고 나온 것이 참 무색하다.

아침에 길을 나서는 데 푸른 하늘에 뜬 포근한 솜이불같은 흰 구름들만 보아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날이었다. 어젯밤에는 차 앞 유리를 강하게 때리고 막아서는 세찬 비를 만났는데 바로 다음 날에는 거짓말처럼 맑고 흰 구름이 예술적인, 맑고도 맑은 여름 하늘을 마주하다니. 인생에도 험한 날이 있으면 어느 날 비 온 뒤 하늘처럼 반짝 개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묵묵히 가보는 수밖에는.

동네 풍경

이 고즈넉하고도 농촌 느낌이 물씬 나는 길을 좋아하기도 하고 날씨는 더우나 흰 구름이 손에 잡힐 듯 둥실둥실 떠 있고 그림같은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근처의 연꽃 단지에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이미 나온 김에 그곳을 둘러보려하니 마음이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처럼 들뜬다. 잠자고 역마살이 다시 발동하려나.


여행이 별 것인가? 잠시라도 내가 속해 있는 공간을 떠나 보면 익숙한 듯 다른 낯선 세상이 펼쳐진다. 마음속에 이 맑은 세상을 가득 담으면 마음과 몸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던 앙금도 구름처럼 바람결에 흩어져 가는 것이고.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에는 단기 여행도 좋다고 하였다. 하루 이틀 혹은 다만 몇 시간이라도 떠나오면 머리속이 한결 푸른 하늘과 세상사에 연연하지 않는 바람을 닮아간다.


몇 해전부터 여름이 한창인 칠월이면 찾아오던 연꽃 단지는 많이 변해있었다. 장관을 이루던 백연, 홍련의 밭이 일부는 사라지고 다른 용도로 사용이 되는 것 같았다. 마음 한편에 기대했던, 연꽃이 만발한 환상적인 장면이 아니라 조금은 실망이 되었다. 연꽃이 아직 피어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이미 다 펴서 져 버린 걸까? 희미한 연꽃향이 바람결을 타고 코 끝을 스쳐지나간다. 년전 구매한 연잎차도 어딘가 있었는데 잊은지 오래이고. 사람 머리보다도 큰 커다란 연잎을 보니 하나 똑 따서 비 오는 날 우산으로 쓰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몇몇 송이만 화알짝~

연꽃의 행방을 알 수가 없으니 수련이라고 불리는 수면 위에 바짝 피어난 아기 같은 꽃들을 가까이 다가가서 감상하였다. 크기는 작아도 이끼 가득한 물 위에 피어난 자태는 고고하고 어여쁘기만 하다.

눈과 사진에 담으려면 가까이 가서 하나하나 봐 주어야 한다.

수련

연꽃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고 수년 동안 이 마을을 지켜온 왕눈이와 아로미의 동상도 둘러보았다. 어릴 때 티브이에서 보던 '개구리 소년 왕눈이'. 다시 만나니 반갑지만 세월이 흘러서 동상이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개구리 소년아, 너도 세월이 가니 중년으로 늙어가는구나.

'개구리 소년 빰빠밤 개구리 소년 빰빠밤. 네가 울면 무지개 언덕에 해가 뜬단다.'

개구리 소년은 중년이 되었을까? ^^

한 삼십 분 정도는 어제의 비로 인해서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인지 걸을만 하였다. 바로 옆에 카페에 들어와 치즈 케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짧은 일탈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치즈 케익의 심히 아담한 사이즈가 또 아쉽다. 쩝. 다만 한 두시간이었지만 이렇게 훌쩍 떠나온 여행이 참 감사하다. 여행이라기엔 동네 근교 마실에 가깝지만. 어느 날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이고 그 세상에 있는 나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감사함이 문득 마음의 수면 위로 살며시 떠오를 것이다. 진흙 속에서도 자라나는 고고한 연꽃 처럼 우리도 다시 피어오를 때. (ㅎ)

여름의 연꽃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