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필요해

여유로운 삶의 추구

by 사각사각

수업 시간이 삼십 분 정도 남았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이니 밖을 돌아다니기는 무리이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무조건 카페행이다. 아침에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셔서 고심 끝에 홍차라떼를 주문해봤다. 부드러운 유유 거품안에 은은한 홍차향이 녹아있다. 거기에 빠지지 않고 쿠키도 하나 주문. 이름도 우아하게 르벵 쿠키라 하여 기대를 한껏 했지만 그냥 견과류가 박힌 초코 칩 쿠키맛. 그리 찬양하던 마카롱도 이제 그다지 끌리지 않는 변덕스러운 인간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 죽 끓듯 하면서 시간이나 기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인간 특성을 인지하면 마음이 자주 뒤바뀌고 의리 없는 인간들을 만나도 비난만 할일도 아니다. 인간의 타고난 새로움을 추구하는 본성이랄까?


어젯 밤 열대야로 인해 잠을 설쳐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날씨가 더우니 늦잠 자는 일이 더 잦아졌다. 더위에 지쳐 아침에 잠깐 깨었다가 다시 잠이 들면 아홉시를 훌쩍 넘겨버린다. 에어컨을 켜고 자면 추워서 깨고 끄면 더워서 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아침 수업이 있어서 부랴부랴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수강생분에게 한 십 여 분 늦을 것이라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도 수강생분이 시간 개념이 좀 느슨하고 다른 업무로 바쁘신 분이라 걱정이 덜했다. 스케줄이 바쁘셔서 자주 시간을 변경하고 맞추기 힘들기도 하지만 마침 여유로운 요일이라 조정이 되니 다행이다.


여유란 무엇일까? 수업 시간에 맞추어 운전을 하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대해 더 민감해지게 되었다. 원래도 조급증이 있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예 약속시간보다는 한 십여분 정도는 더 일찍 가는 편이다.

수업을 하러 갈 때는 겸사겸사 아예 몇 시간 전에 나가기도 한다.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쓰다가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서 카페를 나선다.


어느 날인가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날이 있었다. 마트에 있는 카페에서 나서서 급하게 차를 몰고 나가려는데 앞을 가로막고 주차를 하는 차량이 있었다. 점점 마음은 다급해지고 짜증이 슬쩍 고개를 내민다. 다시 차를 몰고 나가는 데 또 다른 주차하는 차량이 길을 막았다. 슬슬 화가 올라오고 초초해진다. 마침내 노란색이 선명한 어린이용 차량까지 출구를 못 찼았는지 두리번 거리면서 통로를 막았다. 와~화가 급속도로 증폭되는게 게 느껴지면서 다시금 항상 시간을 여유롭게 두자고 다짐을 하였다. 기껏해야 주차하는 일이분 정도의 시간을 참지 못하다니? 여기에서 더 나가게 되면 궁시렁대며 차 안에서 혼자 욕을 하거나 앞 차를 확 밀어버리고 싶어진다.

시간을 바틋하게 맞춰서 길을 나서는 건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다. 나의 평온을 추구하는 정신 건강도 위협하고 운전을 성급하게 하게 되니 신상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가끔 도로에서 경적을 말도 안되게 크게 신경질적으로 울려대는 차량을 보면 굳이 대화를 해보지 않아도 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바쁘고 화가 나는지 가늠할 수가 있다.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며 내 앞을 무리하게 가로막으며 운행하는 차량을 보면 그들의 운전 습관이 항상 경박스럽거나 아니면 시간에 쫒기고 있는 것이다. 성인군자가 아니므로 가끔은 그들이 깜빡이를 켜면서 비좁은 공간을 차를 무례하게 들이대며 아랑곳 않고 들어오려고 하면 더 바짝 붙여서 앞으로 가버린다. 대부분은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이런 소모적인 신경전과 자동차 레이스는 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고혈압을 생각하여서 너그럽게 들여보내 주지만.


운전은 천천히 하면 사고를 줄일 수가 있다. 이러하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건 때로는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오전 수업은 기다림의 삼십여분을 포함해서 총 세 시간 정도가 되어야 끝났다.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받아들 수 있는 문제였다. 아~ 정해진 시간의 두 배나 되는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는 하나 시간도 남고 수강생분이 공부에 목마르고 푹 빠지셨으니 그 나름대로는 보람찬 일이 아닌가? 다소 수강비를 알차게 우려 먹으려는 의도인 것 같기도 하나 피차에 합의가 된다면 가능하기도 한 일. 더불어 점심도 같이 먹고 말이다.


저녁 수업이 없어서 여유만만하게 블랙 위도우를 관람하였다. 근육질의 멋진 언니들이 대거 나오는, 히어로가 되어서 악당을 때려 부수고 싶은 보통 인간들의 대리만족에 최상인 액션 영화. 금발이 빛나고 몸매가 탄탄하신 스칼렛 요한슨 언니는 참 언제봐도 매력적인 분이다. 다만 아무리 선이라지만 끝없이 때리고 죽이는 액션 영화를 한참 보고 있자면 이 또한 폭력의 정당화라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억지스럽게 버무려져서 영화 중간에 때 아닌 지루함을 유발하는 가족애.

딱히 감동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으나 무더운 저녁 시간을 더위에 잠식당한 좁은 방안이 아닌 에어컨 바람이 추울 지경인 쾌적한 영화관에서 보낼 수 있어서 뿌듯하고 기뻤다. 여유자적하는 삶이란 행복으로 가는 길.

차 한잔의 여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