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여름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너

by 사각사각

아침부터 배탈이 났다. 어제 신나게 먹은 무언가가 탈이 난 것이다. 돼지불백일까 아니면 얼린 애플망고인가 아니면 마트에서 사온 햄버거 스테이크일까? 다진 고기는 잘 모르겠는데 함께 소스에 볶아 놓은 브로콜리가 상당히 시큼했다. 식초를 뿌리지 않고서야 이렇게 신 맛이 날리가 없었으므로 상한 것이 분명하다. 음~야채는 한쪽으로 밀어놓았으나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고기는 한 덩어리 먹었다. 눈물을 머금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해야겠다. 개봉한 것을 주섬주섬 싸고 마트까지 가져가서 환불하기도 귀찮으니 바로 쓰레기통행.


얼린 애플망고는 샤베트나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고 진짜 맛있었다. 커다란 한 봉지를 일주일만에 순삭. 하지만 다 녹았을 때 하나 먹어보고 무진장 달아서 깜짝 놀랐다. 역시 이 정도면 아무리 과일이라해도 살이 찌겠군. 뫼비우스의 띠 같은 끝나지 않는 살과의 전쟁. 전쟁이라기엔 먹는 걸 너무도 즐기는 한 인간인 것이 부끄럽도다. 살과의 전쟁이라기엔 파티로구나.


그리하여 아침 나절은 거의 쓰러져 있었다. 부지런하게 산책도 하고 병원에도 다녀올까 계획 했지만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방안 공기를 보니 집 근처의 병원까지 걸어가기는 다 틀렸음을 직감했다. 오전 내내 쉬었으나 아직도 기운이 나질 않는다. 점심을 고 살아야 겠기에 냄비에 찜기를 올리고 새우를 가득 쪄서 껍질을 깠다.

에어컨이 딱 방 하나 정도만 서늘해지기 때문에 요리생활도 이제 힘드리라 본다. 주방에서 뜨거운 새우를 찬물에 식혀 까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한 끼를 챙겨 먹자고 이렇게까지 힘들 수야 없다. 여름을 핑계로 깔끔한 외식 생활을 시작할 때.


장마와 함께 이제 여름이 본격적으로 느껴진다. 32도 정도 가 되는 방 안 공기에 정신이 다 몽롱해지고 몸도 축 늘어지면서 제 기능을 다 못하는 것 같다. 아마 이 날씨에 밖을 걸어다니다가는 몽유병 환자 같은 경험을 할 것 이다. 꿈 속을 걷는 듯이 몸이 흐느적거리고 정신이 점차로 아득해지는.


이러해서 여름에는 나의 카페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연인을 만나듯이 애틋한 마음으로 시간이 나면 하루에 두 번 갈 수도 있다. 카페로 피신을 와서 카페인을 공급해주니 흐물거리던 몸과 정신이 조금 깨어나는 것 같다. 배탈 때문에 더 기운이 없는 것 같으니 맛있는 걸 먹어주면 또 살아나리라. 먹고 불어나는 살을 걱정하는 삶의 반복. 인간은 나를 포함하여 참 때로 한심하구나. 그래도 살인적인 더위도 버티고 살아 내려고 안 먹고는 못 사니 또 어쩔 수가 없다. 이만하면 자기 합리화도 수준급! (ㅋ)

매일 연인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의 만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