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성냥팔이 소녀 애나는 마을을 돌면서 성냥을 팔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추운 날씨 때문에 종종 거리며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기에 바빴습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에 성냥팔이 소녀는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지요.
몇 시간동안 길거리를 헤맨 성냥팔이 소녀는 춥고 배가 고파왔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무서운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소녀에게 얼마를 벌어왔는지 물어볼 것입니다. 성냥을 하나도 팔지 못했으므로 소녀는 집에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손에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 건네 준 지폐 몇 장뿐이었습니다.
소녀는 어느 집 담벼락에 기대어 앉았습니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었습니다. '성냥을 켜면 조금 따뜻해지겠지.' 하지만 타오르는 성냥불은 추운 날씨로 곧 꺼져 버리고 소녀는 얇은 옷을 입고 나와서 영하의 날씨에 몸이 덜덜 떨려왔습니다.
소녀가 기대있던 집 건너편에는 미쉘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할머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고 있어서 가끔은 마음이 외로웠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자녀가 없어서 이제는 크리스마스도 혼자 보내야했지요. 할머니는 작은 집이지만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들이 있었고 크리스마스에는 작은 트리를 꾸미고 케익도 사고 맛있는 음식들을 하곤 했습니다. 오전에 교회에 다녀 온 할머니는 오후에 잠깐 쉬고 이제 막 이른 저녁을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창 밖을 보니 추운 날씨에 어린 소녀가 한 명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이상하게 여겨서 한 번 나가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야. 왜 추운 데 혼자 여기서 떨고 있니? 가족이 없니?"
할머니가 소녀에게 부드럽게 물었습니다.
"아~아버지가 계세요. 성냥을 팔아서 돈을 벌어 집에 가려고요. 추워서 잠깐 불을 쬐고 있었어요."
소녀는 가녀린 목소리였지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다 들어보지 않아도 소녀의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소녀에게 따뜻한 저녁이라도 먹여서 보내고 싶었습니다.
"아이야. 우리 집에 가서 저녁을 같이 먹지 않겠니? 나도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라 친구가 있었으면 했단다."
소녀는 할머니를 잠시 바라보더니 까딱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머니는 소녀를 데리고 와서 따뜻한 양송이 스프와 빵과 스테이크를 나눠 먹었습니다. 소녀는 재잘거리며 말하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사랑스러운 소녀와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저녁을 먹고 따뜻한 코코아도 한잔 마셨습니다. 소녀는 문득 생각이 난 듯 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하였습니다.
"얘야, 나는 요즘 저녁 시간이면 거의 집에 있단다. 오후 다섯시 정도에 시간이 있으면 언제라도 우리 집에 들리렴."
할머니가 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네, 미쉘 할머니, 성냥을 팔다가 저녁이 되면 한번씩 들릴게요." 애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이후로 애나는 거의 매일 저녁이면 할머니 집에 들렸 습니다. 춥고 배고플 때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구운 빵이나 음식들을 내오곤 했습니다.
"애나야,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성냥을 팔지 말고 우리 집 청소를 하고 집안일을 도와주면 어떻겠니?그리고 할머니는 예전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도와줄 수도 있단다."
"아~할머니. 고맙습니다. 저도 학교에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해서 공부를 너무나 하고 싶었어요." 애나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습니다.
이후에 애나는 미셀 할머니 집에서 읽기, 쓰기 등의 학교 공부도 하고 청소나 요리를 도와드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애나는 성인이 되었고 대학에 가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애나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미쉘 할머니의 집에 자주 들르지는 못했지만 혼자 계신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통화를 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전화를 했는 데 할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문자를 보냈는데 할머니에게서 한참만에 답이 왔습니다.
'애나야, 내가 몸이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단다. 한번 꼭 만나고 싶구나.'
애나는 얼른 병원을 물어보고 휴가를 내서 할머니에게 달려갔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머리 속을 영화 필름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할아버지와의 사랑이야기,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황당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 인생을 살면서 발견한 중요한 가치들. 애나가 어른이 되어 독립하여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할머니의 따뜻한 조언과 보살핌 덕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애나가 대학 등록금이 없어서 힘들어 할 때는 대신 대학 등록금을 내 주기도 했습니다.
"애나야, 나는 네가 성인이 되고 당당하게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구나. 이 돈은 나중에 천천히 조금씩 갚으렴.'
할머니는 다정한 미소를 띠며 죄송해하는 애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할머니의 돈을 다 갚지도 못했는데.'
애나의 눈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할머니는 이미 위중하였고 마지막 숨을 힘겹게 고르고 있었습니다. 애나를 보자 이내 어린 아이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셨지요. 애나는 얼른 달려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볼을 얼굴에 대었습니다.
"미쉘 할머니, 이제야 찾아와서 너무 죄송해요. 할머니는 저에게 모든 걸 다 해주셨는데." 애나는 폭풍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니다 애나야. 너와 함께 한 시간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했단다. 네가 없었다면 내 노년이 이렇게 의미있을 수는 없었을거야. 사랑한다 애나야. "
애나가 할머니의 마지막 말을 들으려고 귀를 가까이 대자 할머니는 띄엄띄엄 그러나 힘있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어요. 할머니의 얼굴은 석양의 햇님처럼 빛나고 희미한 미소가 여전히 남아있었답니다.
손을 마주치는 따스함 ^^